'재생에너지 3020'은 민주적일까
'재생에너지 3020'은 민주적일까
[초록發光] 비민주적인 정책 수립 과정
'재생에너지 3020'은 민주적일까

에너지전환과 민주주의

자연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기후변화만 하더라도 인간이 초래한 자연 현상이다. 인간과 자연의 분리가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인간, 더 정확하게 말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가 생태계 위에 군림하면서부터 자연의 인간화가 지속되고 있다. 어쩌면 인간과 자연을 나누는 일은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티머시 미첼이 살펴본, 석탄과 석유를 중심으로 하는 화석에너지의 역사는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 자연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물질적인 것과 관념적인 것, 경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이들 사이에 어떤 구분도 허용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에너지의 흐름을 조직하는 여러 방식에 의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며, 그럴 가능성은 에너지의 분배 및 통제와 관련해서 조합되는 사람, 금융, 전문가, 폭력의 배열에 의해 촉발되거나 제한된다(<탄소 민주주의>(티머시 미첼 지음, 이매진 펴냄).


그렇다면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 즉 에너지전환은 민주주의에 좋은 일일까.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 가정을 검증할 때가 서서히 오고 있다. 미첼이 주장하듯이 에너지전환, 더 정확하게 말해서 에너지원의 변화만으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섣불리 낙관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있는 다른 나라를 볼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 사회를 직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3020의 시대

얼마 전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많은 쟁점을 해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예정보다 훨씬 늦게 확정됐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태양광과 풍력 위주로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발전량 비중 20%, 신규 설비 48.7GW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양적 목표다. 2017년 기준으로 발전량 7.6%, 설비용량 15.1GW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폐기물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야심차고 진취적이라는 계획임에는 틀림없다. 2017년에 태양광 5.7GW, 풍력 1.2GW를 2030년까지 각각 30.8GW와 16.5GW로 늘린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참여형 에너지체제로 전환"을 통해 "모두가 참여하고 누리는 에너지 전환 'RE3020'"이 비전으로 나왔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은 외지인과 사업자 중심에서 지역 주민과 일반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입지 난개발을 피하기 위해 계획입지를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획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3020이 민주적일지는 나중 문제라면, 그 수립 과정은 그리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다. 향후 추진계획은 국무조정실이 총괄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간사 역할을 맡아 타 부처들과 공공기관과 민간이 함께 하는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방부는 제도 개선을 하고, 발전자회사와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와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협동조합과 민간사업자와는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공론화를 한다는 것이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이행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과 기업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궁금하다. 비공식적 만남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계획서에 수립 과정이 공개되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다. 여전히 전문가와 관료가 짠 좋은 계획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17. 12)


재생에너지 3020의 쟁점들

이제 앞으로 민주적일지 검토해보자. 


첫째,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행 방안은 '국민 참여 확대'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쟁점도 많다.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FIT)의 지원 대상이 될 협동조합·농민(100kW)과 개입사업자(30kW) 구분의 정당성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재원 마련 방식이 과거 전력산업기반기금 활용에서 발전자회사의 의무구매로 변경된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농업진흥지역 이외 농지(86ha)의 전용 기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계획입지제도'는 재생에너지의의 수용성·환경성 확보 측면에서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광역과 기초 지방자치단체 각각의 권한과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주민이나 협동조합의 참여가 '의무'가 아닌 '우대'로 규정되어 개발이익 공유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또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발굴 및 선정은 일정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칠 각오를 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 지역별 보급계획 수립, 전담조직 보강이 나열될 뿐이지 에너지 자치분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자칫 재생에너지 갈등 해결 및 조정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공식적으로 떠넘기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 


셋째, '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은 폐기물과 우드펠릿 등 연료연소 기반 재생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폐기물은 재생에너지 범주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목재 등 바이오매스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형 발전회사들이 의무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편법으로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혼소의 경우 문제가 많지만, 잘 관리되고 유통되어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우드펠릿과 우드칩 사용에 부정적인 영향일 줄 수 있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하다보니 바이오매스는 거의 배제되어 있다. 현재 재생에너지 중 바이오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2017년 2.3GW에서 2030년 3.3GW로 소폭 증가하는 목표 이외에도 그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대규모 프로젝트'다. 1단계(2018~2022년)로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의 유휴 부지를 활용하고, 수상 태양광과 해상·육상 풍력을 통해 5GW를 추진한다. 2단계(2023~2030년)에서는 이를 더 확대해 23.8GW를 목표로 한다. 계획입지와 주민 참여형 사업모델(채권 투자형과 펀드 투자형)을 통해 환경성과 수용성을 높인다는 전략도 포함된다. 여기서 핵심은 2030년 신규 설비 48.7GW 중 약 60%가 대규모 용량의 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따라서 주요 행위자들은 발전자회사,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들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은 정부 목표보다 많은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용량 60%, 중소용량 40% 믹스가 어떻게 나왔을까. 이 비중이 타당하지 않다면 바람직한 믹스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협력적 에너지전환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이다.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17. 12)


비분산형 재생에너지 전원


우선 재생에너지 규모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에너지원마다 다른 규모를 상정해야겠지만, 태양광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가정 보급용인 3kW, 소규모 사업자와 농촌 태양광 100kW, 분산형 발전 40MW, 대규모 발전 40MW 이상, 이 정도를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태양광 발전 스케일의 준거점으로 잡을 수 있다. 이행계획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기준을 40MW로 보는지, 아니면 100MW로 보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제8차 전력계획이 정의하는 '분산형 전원'의 유형은 두 가지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는 배전선로(22.9kV)에 접속되는 40MW 이하 "소규모 발전설비"며, 집단에너지(구역전기사업 포함)와 자가용발전설비는 송전선로(154kV)에 접속되는 500MW 이하의 "수요지 인근 발전설비"다. 2030년까지 분산형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는 사업용 9%, 자가용 2.6%로, 총 발전량의 11.6%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분산형 전원에는 배전망에 연결되지 않거나 소용량으로 자가 소비되는 재생에너지 전원과 해상풍력 등 수요지에서 떨어진 40MW 이상 전원은 제외되는데, 이 수치가 총 발전량의 8.4% 정도 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앞서 이행계획 대로 대용량과 중소용량의 6대 4 비중을 떠올리면, 중요한 것은 '비분산형 재생에너지' 전원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재생에너지는 분산형이라는 가정은 기각된다. 재생에너지가 환경성이 높고 수용성이 높다는 환상이 이미 깨진 현실에서 이제는 집중형 재생에너지가 정부의 에너지전환에서 중요해질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생산지와 수요지를 일치시킬 이유는 없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이라는 주문만 계속해서 읊어댈 수는 상황이 오고 있다. 반대로 대규모 전원이 재생에너지 시스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껍데기만 바꿔서는 에너지시스템 전환이 실현되지 않는다. 이행계획의 더 큰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분산형 전원을 중앙집중형 지능형 전력망으로 구상하고 있는 데 있다. 지역 분산형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접근은 아직은 전무한 형편이다.

2018년의 과제

분명 재생에너지 3020은 에너지전환의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에너지시스템 전반에 큰 변화를 야기할 기회이자 도전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내년 2018년에는 큰 방향만 제시된 각종 이행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구체적 수준에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가능성의 성패가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형성을 둘러싼 전투에 달려 있다"는 미첼의 충고를 잊지 말자.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전환을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고정관념도 버리자. 그리고 6대 4가 아니라면, 4대 6을 위한 바람직한 재생에너지 전원믹스를 만들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mendrami@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