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정규직의 삶을 생각한다
모든 비정규직의 삶을 생각한다
[문학의 현장] 비정규
2018.01.03 11:23:31
모든 비정규직의 삶을 생각한다
비정규

오늘은 애도의 밤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그 어떤 애도도 없이 고요하게 밤을 견디려 합니다. 당신의 마지막엔 그리하여 불가촉의 그것처럼 누구도 당도하지 않습니다. 향은 꺼진 지 이미 오래이고, 오늘 밤의 애도는 더 이상 당신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무엇입니까. 환하게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 고요는 결코 아름답습니까. 눈이 내리면 지상은 사라지려 합니까. 눈발은 누군가의 비극처럼 더 깊은 계곡으로만 쌓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지상을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사라진 지상에 나무는 뿌리도 없이 자라고 나무의 가지마다 죽은 자의 음성은 그 누구도 애도할 수 없습니다. 불가촉의 그것처럼 당신은 유폐된 수렁을 떠올리려 합니다. 당신의 삶은 불가촉의 음성 앞에서 자주 무너지는 꿈을 꾸곤 합니다.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의 마지막은 펼쳐집니다. 도끼로 통나무를 패는 찰나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도끼의 날이 받침목에 박힐 때. 그것은 그 어떤 단호함입니까. 아니면 아플 수조차 없는 상처입니까. 오늘은 당신을 애도할 수 없는 밤입니다. 당신은 불가촉의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어깨를 흐느끼고 싶습니다. 당신은 불가촉이고, 어둠은 느닷없이 펼쳐지고, 불가촉의 화분은 발굴할 수 없는 유적이 되어갑니다. 오늘은 애도의 밤이고, 불가촉의 마지막은 어느덧 폐기된 내일 밤이 되어 갑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시작노트>

모든 비정규직의 삶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모든 불평등과 불행에 대해 생각한다. 불가촉의 그것처럼 펼쳐진 비정규의 삶은 너무나 공고하여 벗어날 수 없는 수렁의 깊은 어둠과도 같다. 비정규의 삶이 확산되어 보편화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은 그 모든 비극의 전조였으리라. 그리고 비극은 스스로 진화하는 괴물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데 더 큰 비극은 이러한 비극이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청년들의 모든 삶은 그 어떤 희망도 품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 글을 쓰며 모든 불가촉의 삶을 생각한다. 그리고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불가촉의 핏빛 참혹을 흐느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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