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헐값 특혜 매각' 논란의 진짜 책임은?
대우건설 '헐값 특혜 매각' 논란의 진짜 책임은?
[기자의 눈] 산업은행, 이게 최선입니까?
2018.02.01 18:36:33
대우건설 '헐값 특혜 매각' 논란의 진짜 책임은?

국내 '빅3' 대형건설업체 대우건설이 호반건설에 1조6000억 원에 팔리게 됐다는 발표 이후 '헐값 특혜 매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지난 1월 31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지난 1월 19일 단독으로 참여했다. 호반건설과 산업은행은 앞으로 정밀 실사를 진행한 뒤 최종 계약 조건을 확정, 올여름쯤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에 대해, '헐값 특혜 매각'을 넘어 호반건설이 호남에 기반을 둔 지역건설업체라는 점에서 '호남기업 특혜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질 만한 정황은 꽤 많다. 

우선 대우건설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과 함께 빅3에 들어가는 대형건설사로 매출이 11조 원이 넘는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매출이 지난해 6조 원 정도다.

특히 대우건설은 단순히 주택건설뿐 아니라, 해양플랜트·해외 사업은 물론 원전 시공 능력까지 보유한 몇 안되는 건설업체다. 반면, 호반건설은 지금까지 거의 주택 사업만 한 중소건설업체다.

호반건설이 최근 몇 년 동안 주택 사업 호조로 지난해 시공 능력 평가 13위까지 성장했지만, 시공능력으로 3위인 대우건설과는 내용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8년전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3조2000억 원을 투입해 재인수한 대우건설이 1조6000억 원에 매각될 예정이어서 산업은행에 대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연합뉴스


6조원 대 몸값이 1조원 대로 전락한 책임은?


하지만 대우건설의 인수 가격 자체가 시장가격이라는 점에서 '헐값 특혜'가 될 수 없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산업은행 측은 현재 대우건설 주가를 감안하면 평균 주가 대비 30%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헐값 매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우건설 주가는 최근 6000~6100원대에 머물렀고, 호반건설은 이번 대우건설 본입찰에서 주당 7700원 대를 매입 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몸값이 왜 이렇게 바닥까지 떨어졌는지에 대해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2006년만 해도 대우건설은 6조 원대의 매물이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무려 6조6000억 원을 들였다. 결국 인수대금 절반 이상을 사실상의 '빚'으로 동원하는 무리수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고, 4년만인 2010년 대우건설을 토해내야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전형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우량기업으로 거듭나리라는 기대와 달리 더욱 망가졌다. 이때문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낸 대우건설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던 국책은행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겠다는 목표에 사로잡혀, 재무건전성은 따지지 않고 무조건 시장가격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써낸 입찰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망가진 대우건설을 다시 인수할 곳이 없자 산업은행은 다시 3조2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우건설을 재인수했다. 이후 대우건설은 더욱 망가져갔다. '공적자금 최대 회수'라는 목표에 매달리다가는 대우건설 매각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산업은행은 시장가격에 매각할 수도 있도록 정관을 변경해 지난해 10월 매각 공고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인수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공적자금 절반 회수'라는 초라한 성적표다. 게다가 대우건설 노조 등 일부에서는 인수합병 이후 대우건설이 더욱 망가지는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현금동원력이 있다고 하지만,  40% 지분만 먼저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2년 뒤에 인수하는 '분할 매입' 이라는 조건이라는 점도 이런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또한 대우건설이 호반건설로 넘아가면 그동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자회사로서 누렸던 신용도나 자금조달 등에서의 프리미엄도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고, 해외사업 경험이 전무해 실질적인 시너지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을 다시 인수한 이후로만 따져도 8년이 지났다. 그동안 대우건설이 '분할 매입' 조건까지 받아주며 인수자 찾기에 급급한 1조 원대 매물로 전락하며 공적자금을 날려도 책임을 지는 사람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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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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