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만날 수 있는 '제2의 쿨러닝' 도전기
평창에서 만날 수 있는 '제2의 쿨러닝' 도전기
자메이카, 스켈레톤에 처음 도전... 나이지리아도 봅슬레이 참가
2018.02.12 18:02:50
냉전 시대 마지막 겨울 올림픽이었던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이 영화 <쿨러닝>을 낳았다(제2차 세계대전 후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은 4년마다 같은 해 치러졌다 동계올림픽이 하계올림픽과 분리되어 월드컵과 같은 해 치러지게 된 때는 17회 대회인 1994년 릴레함메르부터다.). 

열대의 나라 자메이카는 캘거리에 봅슬레이팀을 파견해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유독 자메이카가 영화 덕분에 오랫동안 주목 받았지만, 이해 동계올림픽에는 피지, 괌, 과테말라 등 여러 더운 나라가 참가했다. 물론, 이들 대부분 국가의 성적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참가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정도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쿨러닝'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누구보다, 영화 <쿨러닝>의 실제 주인공이 평창을 찾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캘거리 동계올림픽 당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파일럿이었던 더들리 스토크스는 감독 자격으로 평창을 찾았다. 여자 봅슬레이 2인승의 자즈민 펜레이터 빅토리안-캐리 러셀조와 남자 스켈레톤의 앤서니 왓슨 등이 스토크스 감독의 선수들이다. 

여자 봅슬레이 2인승 팀은 루마니아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평창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이들의 썰매 이름 '쿨 볼트'는 개막식 전부터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영화 <쿨러닝>과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육상 스타 우사인 볼트의 이름을 합친 말이다. 

오랜 도전 끝에 자메이카 썰매 스포츠는 이제는 겨울올림픽 두 종목에 선수를 파견할 정도로 성장했다. 30년 전 봅슬레이가 자메이카 스포츠사를 새로 썼다면, 이번에는 스켈레톤이 새 역사에 도전하는 셈이다. 여자 봅슬레이 경기는 오는 17일부터 열린다. 자메이카의 첫 스켈레톤 도전기는 15일부터 시작된다. 

오리엔탈리즘을 걷어내고 보더라도, 아프리카는 광대한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날씨가 존재하지만 아프리카 국가 출신 선수들이 그간 동계올림픽에서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평창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자메이카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자메이카 선수단의 흥겨운 군무는 미국 <타임>이 꼽은 개회식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자메이카의 뒤를 바로 따르는 나라는 나이지리아다. 나이지리아는 평창에 아프리카 최초의 봅슬레이팀을 파견했다. 여성 육상 선수 출신의 세운 아디군, 은고지 오누메레, 아쿠오마 오메오가가 주인공이다. 이중 아디군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허들 선수로 출전한 바 있다. 다른 두 선수는 3단 높이뛰기와 멀리뛰기 선수 출신이다. 나이지리아 봅슬레이팀은 장비 구입비와 대회 출전 경비를 후원금으로 모금해 평창까지 왔다. (☞ BBC의 나이지리안 봅슬레이팀 소개 보도 바로 보기)

▲ 나이지리아 사상 최초의 여자 봅슬레이팀. 왼쪽부터 세운 아디군, 은고지 오누메레, 아쿠오마 오메오. ⓒ나이지리아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가나의 아크와시 프림퐁은 사상 처음으로 스켈레톤에 도전한다. 프림퐁 역시 육상 선수 출신이다. 가나에서 태어났으나 네덜란드 육상 선수로 뛰어온 프림퐁은 런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후, 주 종목을 스켈레톤으로 바꿔 올림픽 무대에 섰다. 

동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는 사막을 낀 나라다. 이곳에서도 평창을 찾은 이가 있다. 남자 알파인 스키 회전과 대회전에 도전한 섀넌-오그바디 아베다다. 캐나다 출신인 그의 이야기는 이미 올림픽에 관심을 둔 이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졌다. 아베다는 캐나다 앨버타 출신이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을 피해 캐나다로 망명한 부모님에 의해 캐나다 사람으로 성장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독재 정치가 이어지는 에리트레아는 30년에 걸친 독립전쟁 끝에 1991년,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했다. 평창을 찾은 아베다는 에리트레아 최초의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가 됐다. 

아베다의 남자 알파인스키 대회전 경기는 오는 18일, 회전 경기는 22일 볼 수 있다. 

평창을 통해 동계올림픽에 데뷔하는 나라는 나이지리아와 에리트레아를 포함해 5개국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에콰도르가 주인공이다. 

이중 우리와 인연이 깊은 나라는 싱가포르다.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인 전이경이 싱가포르 쇼트트랙팀 감독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싱가포르의 샤이엔 고는 여자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한다. 전이경 감독이 키운 싱가포르 대표 고 선수의 경기는 17일 볼 수 있다. 굳이 챙겨보려 하지 않아도 고의 존재를 알기란 쉽다. 여자 1500m는 한국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 종목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알파인스키(제프리 웹)와 피겨 남자 싱글(줄리안 이 즈제)에 선수를 파견했다. 문자 그대로 적도의 나라인 에콰도르에서 온 클라우스 융블롯 로드리게스는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도전했다. 스키 경력이 불과 5년뿐인 그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바퀴 달린 '롤러 스키'로 훈련한 끝에 평창 무대에 섰다. 줄리안 이 즈제의 연기는 16일 열린다. 

여섯 번째 동계올림픽에 도전하는 인도의 전설 시바 케샤반(루지), 케냐 알파인 스키 대표 사브리나 시마더도 놀라운 도전을 상징하는 이들이다. 척박한 환경을 딛고 동계올림픽에 도전한 한국 대표팀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다. 같은 이야기가 여러 나라에서도 이어졌다. 관심의 폭을 더 넓힌다면, 어느새 '제2의 쿨러닝'을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개회식 화끈한 근육질 몸매를 선보인 통가의 피타 타우파토푸아를 잊어선 안 되겠다. 태권도 선수였던 그는 평창을 찾기 위해 스키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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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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