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미래를 향한 '첫 골' 쐈다
단일팀, 미래를 향한 '첫 골' 쐈다
女 아이스하키 한일전 1:4 분패...랜디 희수 그리핀 "슈퍼 익사이팅"
2018.02.14 18:53:50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코리아'가 일본을 상대로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종 스코어 1대 4로 단일팀은 일본에 패했다. 이로써 단일팀은 첫 올림픽 조별예선에서 3전 3패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단일팀을 상대로 역사적인 올림픽 첫 승을 거둬, 베이징에의 기대감을 높였다.  

단일팀은 14일 오후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최종전)에서 '숙적' 일본을 맞아 역사적인 올림픽 첫 승과 첫 골을 노렸다. 앞서 단일팀은 스위스와 스웨덴에 연달아 패해 일본과의 '숙명의 라이벌전'이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쓸 마지막 기회였다. 

단일팀에 그나마 일본은 해볼만한 상대였다. 앞서 스위스와 스웨덴전에서 단일팀은 개인 기량을 넘어, 확연한 체격 격차를 맛봐야 했다. 단일팀은 몸싸움에서부터 유럽 강호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일본의 에이스 골리인 후지모토가 빠졌다는 점도 단일팀에는 희소식이었다. 

일본 역시 사상 첫 올림픽 승리를 목표로 단일팀을 맞았다. 

앞서 한국팀은 일본과 7번 싸워 모두 패한 바 있다. 그만큼 일본은 단일팀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자랑했다. 1피리어드 시작과 함께 일본은 공세를 이어갔다. 결국,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구보 하나의 선제골이 터졌다. 이후 당황한 단일팀은 랜디 희수 그리핀의 2분간 퇴장 상황에서 추가 실점, 4분 만에 0대 2로 일본에 끌려갔다. 다시금 스위스, 스웨덴전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역습조차 쉽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을 끊어도 전방에 우리 선수가 없었기에, 퍽을 길게 찔러주는 형태의 역습 이상을 시도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레 진형이 넓게 벌려짐에 따라, 공세를 효과적으로 이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체력적 차이도 두드러졌다. 대체로 일본 선수들의 몸놀림이 더 가벼워 보였다. 단일팀과 일본의 전력 격차는 확연해 보였다. 

하지만, 2피리어드 들어 단일팀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일본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의 공세가 계속 이어졌다. 단일팀은 좀처럼 경기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일본의 공세가 지속됨에 따라 단일팀은 2피리어드 들어서도 상당 시간을 전원 수비로 보냈다. 2피리어드 5분경에는 결정적인 실점 찬스를 허용하기도 했으나, 퍽이 골문을 빗나갔다. 

그러나, 역습이 성공하면서 마침내 단일팀은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에 성공했다. 2피리어드 10분경 맞은 역습 찬스에서 박윤정이 왼쪽으로 이어준 퍽이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 단일팀에 참가한 귀화 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에게로 연결됐다. 희수 그리핀은 몸싸움을 이겨내고 일본 골리의 다리 사이로 퍽을 통과시켜,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따라붙는 골이 들어가자 경기장 분위기도 변했다. 단일팀 선수들의 몸싸움이 더 격렬해졌다. 압박이 강해지자 경기 분위기도 활기를 띠었다. 이후에도 일본의 공세는 이어졌으나, 단일팀은 밀집 수비로 위기를 벗어났다. 

2피리어드 종료 후 희수 그리핀은 골 넣은 기분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슈퍼 익사이팅(Super Exciting)!"을 연호했다. 이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조부모들에게 인사한 후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희수 그리핀은 한국인 이민자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 귀화했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윤정도 캐나다에서 귀화한 선수다. 단일팀에는 희수 그리핀을 비롯해 캐럴라인 박(박은정), 임대넬(임진경), 박윤정(마리사 브랜트) 등 4명의 귀화 선수가 있다. 

경기가 격렬해지자 응원석의 응원 함성도 더 커졌다. 응원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단일팀을 뜨겁게 응원했다. 북한 응원단의 응원 구호가 경기장에 내내 울려퍼졌다. 관중들도 파도타기 응원 등 다채로운 응원으로 경기장을 달궜다. 

▲ 14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3차전 2피리어드에서 랜디 희수 그리핀이 일본을 상대로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성공시키는 모습. ⓒAP=연합


최종 결과를 가를 3피리어드 역시 일본의 주도로 진행됐다. 일본은 단일팀의 양 측면을 활발히 공략하며 추가골 사냥에 나섰다. 일본은 한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끊으며 여러차례 결정적 상황을 만들었다. 신소정 골리의 연이은 선방으로 시소게임이 이어질 수 있었다. 

3피리어드 10분여를 남기고 희수 그리핀의 퇴장으로 인한 일본의 파워플레이 타임이 적용됐다. 신소정 골리는 파도처럼 이어지는 일본의 공격을 신들린듯한 선방으로 버텨냈으나, 결국 중거리슛을 허용, 스코어는 1대 3으로 벌어졌다. 

사실상 승패가 갈린 지점이다. 이후 단일팀은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며 효과적인 공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일본 선수의 퇴장으로 얻은 파워플레이 시간에서도 단일팀은 공세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버거웠다. 단일팀은 경기종료 4분여를 남기고 좋은 기회를 얻었으나, 골로 연결하진 못했다. 이후 단일팀은 효과적인 역습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첫 승 목표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경기종료 2분여를 남기고 단일팀은 골리를 빼고 수비수를 넣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으나, 일본에 추가골을 허용했다. 스코어는 1대 4로 벌어졌다. 

비록 선수 개개인의기량에서는 일본에 밀렸으나, 단일팀은 확실히 유럽팀에 비해 일본에 맞서 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체격 격차가 적어 몸싸움이 가능하니 보디체크로 적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끊어내고, 연이은 협력수비로 역공에 나서는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미래를 기대하게끔 하는 모습을 단일팀은 선보였다. 

이번 경기에서 새라 머리 단일팀 감독은 김은향, 황충금, 김향미, 정수현 등 북한선수 4명이 포함된 22명의 라인업을 발표했다. 1라인에 에이스 박종아, 이진규, 최유정, 엄수연, 박채린 2라인 김세린, 박윤정, 최지연, 한수진, 김은향 3라인에 박예은, 캐롤라인 박, 김희원, 랜디 희수 그리핀, 황충금 4라인에 고혜인 임대넬 조수지 김향미 정수현이 포함됐다. 

격렬한 몸싸움이 연이어지는 종목 특성상 아이스하키는 주전-후보 구분 없이 5명씩 총 4개 라인을 정한다. 선수들은 교대로 빙판에 올라 경기력을 이어간다. 보통 1~2라인은 공격 위주로, 3~4라인은 수비 위주로 선수가 배치된다. 

올림픽에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달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회의에서 단일팀 규모를 북한 선수 12명이 포함된 35명의 확대 엔트리가 가능하게끔 결정했다. 아울러 북한 선수 3명 이상이 반드시 실제 경기에 나서게끔 했다. 

갑작스럽게 단일팀 결정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여론은 들끓었다. 하지만, 단일팀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올림픽의 중요한 메시지인 평화 정신을 담아 출발했다. 이어 역사적인 여자 아이스하키 첫 골에 성공해 한국의 동계올림픽사를 다시 썼다. 

▲ 북측 응원단이 14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 경기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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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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