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의 사과에는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이윤택의 사과에는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기자회견서 "법적 책임 진다"...연희단거리패는 해체
2018.02.19 14:07:59
성폭력 가해 논란에 오른 연출가 겸 극작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이 성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19일 이 전 감독은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성폭행 의혹은 부인했다. 지난 17일 김보리라는 가명을 쓴 한 배우는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라는 글을 올려, 이 전 감독이 2001년과 2002년 자신을 두 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이 전 감독이 안마를 빙자한 성추행했다고 폭로한 데 이은 두 번째 폭로여서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전 감독은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제압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소셜네트워크에서 나오는 성폭행 의혹 중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성폭행 피해자가 낙태했고, 그 여파로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며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죄하겠다"고 전했다. 

김수희 대표가 지적한 안마를 빙자한 성추행은 사실로 인정했다. 이 전 감독은 다른 단원들이 이에 관해 항의하는 일도 있었으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하고도 번번이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했음은 인정한 셈이다. 

이 전 감독은 이 같은 성폭력이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이어진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었다며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저의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전 감독은 "저 하나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감독의 성폭력 논란이 일자, 뒤이어 연달아 관련 의혹들이 미투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연극계 전체가 사실상 이 같은 일을 암묵적으로 방조한 공범 아니냐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극단 책임론이 계속 이어지자, 이날 이 전 감독 기자회견이 끝난 후 연희단거리패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피해자가 속한 극단 관계자들이 찾아와 이 전 감독에게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했다. 

이 전 감독은 연극 연출가이면서도 시, 평론, 시나리오 작업 등을 꾸준히 해 오랜 기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방위 예술가로 칭송받았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도 주목 받았다. 이 전 감독은 문 대통령과 경남고 동창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문 후보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밝힌 문 후보의 학창 시절 이야기와 변호사가 된 후 연극표를 팔고 다닌 이야기 등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로도 잘 알려졌다. 특히 범 진보적·양심적 예술인으로 거론된 그가 오랜 시간 대표적 인격 살인 범죄로 꼽히는 성범죄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점도 문화예술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는 배경의 하나로 해석된다. 

다음은 이 전 감독의 사과문 전문.
그동안 저에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하여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 번 피해 당사자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연희단거리패 출신들과 단원들에게도 사죄드립니다. 선배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을 했는데 번번이 제가 그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큰 죄를 짓게 된 것입니다. 

연극계 선후배님들께도 사죄드립니다. 저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피해 당사자 분들에게 사죄드린다. 피해 당사자분들의 상처를 위로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사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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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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