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식 정치보복의 추억
홍준표식 정치보복의 추억
[기고] 정치보복과 범죄 응징은 다르다
2018.04.16 09:22:18
홍준표식 정치보복의 추억
'정치 보복'이란 말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입만 열면 정치 보복이라고 하더니, 특히 자유한국당 쪽에서 거의 매일 거의 하루 종일 정치 보복을 말한다. 엊그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면서도 정치 보복 문제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야흐로 이 나라가 정치 보복 일삼는 나라쯤 된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 가운데서도 '이젠 정권이 바뀌면 으레 정치 보복이라는 걸 하는 건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다소 포괄적 정의가 될지 모르겠으나, 정치 보복이란 정치적 약자로 억눌림당하거나 기죽어 있던 쪽이 어느 날 힘을 얻게 되면서, 가해자였던 쪽에 정치적 불이익을 안기며 앙갚음을 하는 행위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장 자유한국당 쪽에서 주장하듯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더니 한국당 사람들 숨쉬기도 불편할 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불평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자기네가 집권하고 있을 때는 웬만한 잘못은 별 탈 없이 눈 감고 넘어갔으나, 정권 바뀐 뒤로는 '벌(罰)'의 두려움 때문에 운신하기가 너무 불편해졌다는 투덜거림으로도 들린다. 홍준표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만 좀 잡아가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기 전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차치하고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경환·이우현·배덕광 등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수사를 받는 것도 전 같으면 그냥 무사히 넘어가던 일 아니냐는 항변의 뜻임도 엿보인다. 

그러나 분명히 하고 넘어갈 게 있다. MB나 그 국회의원들 모두 정치 보복에 의해 구속되거나 수사받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에 대한 응징으로 구속되고 조사를 받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정치적으로 보복당했다고 보거나, 그렇게 단정해서도 안 된다. 

단언컨대 그건 기강의 문제다. 나라 기강이 엉망으로 무너지면서 급기야 대통령이 두 명씩이나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정치 보복이라는, 어찌 보면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범법 행위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오해나 혼동이 있어서도 결코 안 될 일이다.

구속된 사람들은 실정법을 위반해 놓고도 그냥 별 탈 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던 지난 시절과 비교하며 그리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워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건 정상적인 나라 꼴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외신 보도대로 '수많은 대통령들이 줄줄이 구속된 나라'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처지다.

자기편이라고 벌 받아야 할 사람 적당히 눈감아주던 게 바로 엊그제였다. 정치적 이익을 거머쥐기 위해 죄 없는 생사람에게 없는 죄 뒤집어씌워 목숨까지 빼앗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문에도 이제는 정치 보복과 실정법 위반 범죄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범죄 응징을 그냥 우격다짐으로 "정치 보복"이라 악쓴다고 될 일도 아니다.

본인 입지가 특히 좁아져서 그럴 테지만 요즘 MB의 정치 보복 '억지'가 도를 넘고 있다. "다 내게 물으라" 하더니 검찰 조사조차 거부했다. 물어볼 수조차 없게 된 것이었다. "구속되었을 때와 기소 때 차례대로 발표하라"며 미리 성명서를 써 놓기도 했다. '혐의 없음'과 '검찰 수사의 거짓'을 주장하려면, 검찰 조사라는 사법체계를 통한 절차를 지켜 주는 게 대통령을 지낸 사람의 도리였다. 그러나 막무가내였다. 

국정원 댓글 조작을 일삼은 원세훈 씨가 유죄 선고를 받고, 집사 김백준 씨까지 시인한 국정원 특수 활동비 횡령도 모르는 일이라 했다. 삼성의 이학수 씨가 MB 측 요청으로 수십억 원의 다스 소송비용을 대줬다는 자술서까지 썼는데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잡아떼는가 하면, 공무원인 청와대 경호원을 개인 소유인 영포 빌딩에 보내, 몰래 빼돌려둔 범죄 문서들을 지키게 한 것도 새빨간 거짓말이라 했다. 

4대강 사업에 뒷돈 대준 기업인을 공사에 참여시키기도 했고,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뇌물 준 사람 우격다짐으로 상위 순번에 배치해 당선시켜놓고도 아니라 했다. "이 나라 보수를 궤멸시키려는 정치공작"이라 악을 쓰더니 (MB는 보수도 아니다),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와해시키려 한다"고 땅이 꺼지게 나라 걱정도 했다. 바야흐로 무술옥사(戊戌獄事)가 벌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모두가 짜 맞추기 수사요 정치 보복이라 했다.

6~7년 전 필자가 한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도 그랬다. 자신의 범법 행위에 대한 응징을 정치 보복이라 주장하면서 펄쩍펄쩍 뛰던 일을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999년이었다. 당시 홍준표 의원이 3월 9일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한다. 그는 대법원 선고 전날인 3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자신은 김대중 정권에 의해 편파 사정을 당했으며, 자신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정치 보복이 없기를 바란다고 피를 토하듯 열변을 쏟아냈다. 이튿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사법부의 칼을 빌린 DJ정권의 표적으로 정치적 박해를 받고 국회를 떠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그때 홍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DJ정권의 표적 사정이나 정치 보복에 의해 의원직을 잃은 게 아니었다. 1996년 4·11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었다가, 신한국당 정부의 검찰에 의해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그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가 재정 신청을 내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1997년 2월 21일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여당으로 집권하고 있을 당시 법원이 그렇게 홍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그의 혐의는 불법 선거운동 비용 2400만 원에 선거운동 비용 허위 지출 보고서 제출이었다. DJ정권이 들어서기 1년 전이었으므로, DJ가 정치 보복이나 표적 사정을 할 수 있는 계제도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불기소처분을 내린 검찰이 홍 대표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 사실이 밝혀졌을 뿐이었다. 

그저 정치 보복을 당했다면 동정을 받게 되는 풍토를 이용하고자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정치 보복 주장은 적어도 거짓이었다. 그때 한 일간 신문의 논설위원이었던 필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꾸짖는 내용의 기명 칼럼을 썼다가, 논설주간 되는 분이 게재를 거부해 30년 넘게 근무하던 신문사에 사표를 냈다. 기자의 바른 소리를 신문에 실을 수 없다 하는 것은 신문사를 떠나라는 의사 표시라고 봤기 때문이다. 필자는 당시 홍 의원과 홍 의원 소속 정당에 대한 논설주간 되는 분의 '애정'이 사태를 그렇게 만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거듭 지적한다. 홍준표 대표의 과거 의원직 상실은 실정법 위반에 대한 사법부의 응징일 뿐이었지 어느 누구의 정치 보복 때문은 아니었다. 홍 대표는 정치 보복과 실정법을 어긴 범죄 행위를 분명히 구별해야 했다.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도 그렇게 분명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 정치 보복이라는 분명치 않은 논리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 해서는 안 된다. 정치판도 이제는 좀 업그레이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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