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동풍 진안군수, 마이산 그대로 두라"
"마이동풍 진안군수, 마이산 그대로 두라"
[함께 사는 길] 중생대 백악기 바위산에 케이블카를?
"마이동풍 진안군수, 마이산 그대로 두라"
"와아! 진짜 특이한 곳이네요.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아요."

지난 2월 26일 마이산을 찾은 환경연합 중앙사무처 활동가들이 마이산을 보며 지른 탄성이다. 마이산은 정말 특이한 곳이다. 공룡들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에 솟아오른 두 개의 거대한 역암 덩어리 바위산이다. 그 모습이 마치 말의 귀 같다고 하여 마이산(馬耳山)이라 부른다. 어마어마한 덩치의 바위에 먼저 놀라고, 바위에 박혀있는 돌멩이들이 1억 년 이상의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을 지나온 존재라는 사실에 다시 놀라게 된다.

산의 남쪽 사면에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패여 있는 굴(풍화혈)들이 있는데, 이 풍화혈을 타포니 지형이라 부른다. 마이산 타포니 지형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마이산은 학술적 가치가 크고 경관이 아름다워 2003년 10월 31일 명승 제12호로 지정됐다.

마이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에 속한다. 여기에 터 잡고 사는 특별한 생명들도 많다. 수달(멸종위기1급, 천연기념물 제330호), 삵(멸종위기2급),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8호), 소쩍새(천연기념물 제324-6호), 수리부엉이(멸종위기2급, 천연기념물 제324-2호) 등이 서식하고 있다.

▲ 마이산. ⓒ전북환경운동연합


이런 곳에 진안군수가 케이블카를 놓으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지에서 평지로 연결하는, 'ㄱ자'로 꺾여서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스키장 리프트에 캐빈만 씌워놓은 고정 순환 방식의 희한한 케이블카이다.

당연히 환경 파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재정 파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왜냐하면 진안군의 재정자립도는 5.5퍼센트로 전북에서도 최하위라서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급여 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수는 국비 없이는 케이블카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하였고,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심의하는 전북지역개발계획에 이를 반영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말인 12월 28일 전북지역개발계획을 확정하면서 진안군이 희망한 3가지 사업 중 마이산 케이블카는 제척했다. 전북지역개발계획에 대한 실현가능성 검증에서 마이산 케이블카 제척 사유는 '정책부합성에서 제척'이었다.

환경부는 '자연공원에 위치, 금남호남정맥 관통, 특이지질대를 포함하고 있어, 사업 시행 시 자연, 경관, 지질환경 영향이 커 입지 부적정'하다고 의견을 냈다. 그동안 우리도 마이산 케이블카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환경 관련 법규에 위배된다고 지적해 왔다. △자연공원 안의 생태 축 단절(자연공원법 위반), △금남호남정맥의 핵심 구역 및 완충 구역 훼손('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백두대간·정맥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 저촉),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등 법적 보호 동물의 주요 산란처에 위치, △특이 자연현상 발생지 등 학술적 가치가 상당히 높은 지형·지질 지역 훼손, △문화재·전통사찰 및 주요 경관자원 훼손, △주요 봉우리에 위치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이상 환경부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 위배) 등이 그러하다.

군수가 여러 차례 '국비 없이는 케이블카를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국토부의 발표 이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2일, 진안군수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마이산 케이블카를 군비로라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이없다!' 군비로 추진한다고 해도 환경영향평가는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결국 법적으로 이 사업은 불가능하다.

사실 진안군수는 어떻게든 케이블카를 놓고 싶었는지 꼼수를 부린 것이 있다. 국비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려면 중앙투자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사업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공문서를 위조'해 자체투자심사를 받은 것이다. 2016년 11월에 전액 군비사업이라고 문서를 만들어 진안군 지방재정투자심사 회의를 진행해 의결을 받은 것이다. 이 행위로 현재 군수와 공무원들이 검찰에 고발된 상태이다. 군수 밑의 직원들이 무슨 죄인가. 법적으로 불가하고 부당하게 진행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은 소속 공무원을 계속 불법에 가담시키려 강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 진안군이 제공한 마이산케이블카 조감도. 경관 훼손, 사찰수행환경 훼손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타포니지형과 탑사, 은수사를 나무 이미지로 가린 거짓 조감도이다.


진안군수의 말 바꾸기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2016년 12월 진안군수는 마이산 케이블카 실시 설계 용역비를 진안군의회에 요청했다. 군의회는 처음에 반대했지만, 군수가 하도 요청하기에 '케이블카 용역 설계비는 승인하되, 국비 확보가 없을 시에는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아 승인했다. 2017년 새해가 되자 군수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실시 설계 및 관련 용역을 시작해 버렸다. 이 비용으로 10억여 원의 군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진안군의회는 이런 농간을 당하고도 작년 12월 초에 2018년 케이블카 예산으로 40억 원을 책정해 주었다. 국토부의 지역개발계획 발표 전이었는데, 군수는 국비 확보를 장담하며 예산을 요구했고, 군의원들은 국비 확보 없으면 사업은 시행하지 말라며(이번에는 문서도 남기지 않았다) 또 승인을 해주었다. 참 바보스럽다. 케이블카 찬반 여부를 떠나서, 논리적으로라면 국비 확보를 확인한 뒤 추경에 예산을 세우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이제 군수는 '군의회가 예산을 세워준 것은 군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케이블카 사업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게다가 예산만 세운 것에 불과한데 이미 사업비를 다 쓴 것처럼 말한다. 지난 1월 26일 전주MBC와의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 50억 원이라는 군비가 투입됐어요. 국비를 확보 못 했기 때문에 케이블카 사업을 못 한다? 이 논리는 아니죠"라고 말한 것이다. 쓰지도 않았는데 다 쓴 것처럼 말하고, 매몰 비용이 아까우니 그냥 계속 하자는 논리인데, 군수가 군의회와 군민을 이렇게 농간해도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마이산 현장을 둘러본 환경연합 중앙사무처 활동가들과 진안 주민들은 진안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준호 사무총장은 진안군수를 향해 "정신 차리십시오"라고 일갈했다. 맞다. 정신 못 차린 군수 때문에, 견제를 제대로 안 하는 진안군의원 때문에 진안 군민들은 힘들다. 군의회는 지금이라도 당장 케이블카 사업 관련 예산 40억 원의 집행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아집에 빠진 사람에게는 아무리 바른말을 해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한 후에야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바른 소리 한 번 더 한다!

"마이동풍 진안군수는 천혜의 지질 경관, 마이산을 그대로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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