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운전자 넘어 한반도 '철도 기관사' 되시길"
"文대통령, 운전자 넘어 한반도 '철도 기관사' 되시길"
[인터뷰] 박흥수 철도기관사 "北 철도 개발은 남북 평화의 상징"
2018.05.04 18:27:37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은 전에 없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됐다. 낙관적인 전망을 전제로 하면 향후 도래할 평화체제 안착은 한반도의 미래에 많은 가능성을 상상케 한다. 물론 남은 과제들이 많다. 정치가 먼저 풀려야 한다. 그리고 '비핵화'를 넘어 '비핵지대화'로 가는 단계별 실질적 조치 이행이 이뤄져야 한다. 북미정상회담과 국제 제재, 미국의 제재 등 풀어야 할 난제들도 산적해 있다. 북한의 인프라 현실도 냉철히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을 버릴 수는 없다. 특히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 바로 북한 철도 관광이다.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먹자는 말은 더이상 호전주의자의 주장이 아니게 됐다. 이 말은 북한을 새롭게 인식한 청년세대 사이에서 회자된다.  

철도가 놓이면 한국은 대륙과 이어진다. 이것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부산에서 시베리아 철도 여행을 시작하자는 이야기, 국경선을 대륙으로 넘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리라는 이야기가 지난 한 주간 온라인을 달궜다. 철도 사업이 실제 중요한 이유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한반도를 잇고, 남북 철도 교류가 본격화한다면 상상의 영역에 있던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한반도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물론 금세 이런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의사를 밝힐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측 도로와 철도 사정이 나쁨을 인정하고 비행기로 방문하길 권했다. 철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도라산~개성 구간 선로 사정은, 어느 정도 정비하더라도 열차가 시속 30~40킬로미터로 달리는 수준이다. (☞관련기사 : "北선수단이 철로로 온다면? 전세계 주목시킬 수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현실이 된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철도 전문가 박흥수 기관사를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만나 철도 사업과 관련한 상상력의 보따리를 풀어 봤다. 현직 기관사인 그는 사회공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기를 묶은 <시베리아 시간여행>(후마니타스 펴냄)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시베리아 철도 여행기는 유력 정치인에게 호평을 받을 정도로 현실감이 넘친다. 그러면서 대륙을 꿈꿨던 한국인들의 과거와 미래를 그려낸다.  

박흥수 기관사는 철도를 통한 관광, 화물운송 등의 수준을 넘어, 철도로 북한과 남한이 경제적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동북아 평화 체제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임을 모두가 인정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철도를 통해 인력과 자본이 오가게 된다면, 남북은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가 되리라는 이유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박흥수 철도기관사. ⓒ프레시안(최형락)


평양에서 대동강 맥주를?

프레시안 : 남북 경협의 최우선 과제로 경의선, 동해선 철도 개발을 주장했다. <프레시안> 기고 등을 통해 그간 철도로 부산에서 베이징까지 가는 꿈을 꾸자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서울발 베이징행 기차표는 과연 얼마일까?기고 등에서 북한 재래선로를 개량한다면 현재 추정되는 서울~신의주 소요시간 10시간을 7시간가량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부산에서 베이징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겠다. 비용은 어느 정도 들까?

박흥수 : 북쪽 경의선 선로를 개량하면 서울~신의주는 물론, 서울~베이징 구간도 경쟁력이 생긴다. 현재 단둥~베이징 구간 고속열차 이용료가 2등석 기준 한화 6만5000원가량이다. 그렇다면, 서울~베이징 구간 비용은 12만 원 내외로도 유지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당장 급한 건 서울과 평양을 잇는 것이다. 현재 북한 선로 사정상 서울~평양 구간을 개발 없이 상품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박흥수 : 궁극적으로는 고속철로를 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평양이 한 시간~한 시간 반 거리로 단축된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평양 시내를 가로지르는 대동강 한 가운데 양각도라는 섬이 있다. 구글 지도로 보면 양각도 축구 경기장이 있고 영화관이 있다. '평양 관광'을 한다면, 양각도에 정차하는 역을 만들어, 관광객이 이곳에서만 머물게 하고, 대신 섬 안에서는 휴대폰 카메라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만 하면 어떨까. 냉면 음식점을 만들고 대동강맥주 전문점을 만들기만 해도 초반에는 관광자원 가능성이 열린다. 이후 서서히 평양버스투어 상품 등 연계 상품을 만들면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긍정적 변화를 줄 것이다. 양각도 경기장에서는 방탄 소년단 공연이 열릴 수도 있다. 당일 여행도 가능하다. 젊은 사람들이 평양 양각도로 나들이 가는 상상, 어떤가.

물론, 처음부터 이럴 수는 없다. 처음에는 분기에 한 번 정도 서울~평양 정기 상호방문 열차를 운행하고, 이를 이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식의 단계적 접근을 하면 되지 않을까. 

프레시안 : 북한에 철로를 놓고 열차를 운행하는 것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현 북한의 노후한 선로를 사용할 수는 없을 테니까. 설비 투자에 어느 정도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까?

박흥수 : 일전에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울~신의주 구간을 잇는데 2~3조 원의 투자비와 3년가량의 시간을 제시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전망이다. 현실적으로는 5조 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 5년에 걸쳐 개발하는 정도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 등은 얼마든지 머리를 맞대고 뽑아낼 수 있는 일이다.

프레시안 : 경의선의 북쪽 기존 선로를 모두 새로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인가?

박흥수 : 그렇다. 궤도부터 전기설비, 역사까지 모두 고려한 금액이다. 서울~신의주를 고속열차가 다니게 하려면, 북한쪽은 전부 새로 개발해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를 대륙과 잇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업이다. 실제로는 더 적게 들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는 토지보상비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개발의 장애요인이 크지 않다. 이른바 '통일 비용' 식으로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다. 철도를 대륙과 연결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우리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철로가 완성되고, 실제 서울이나 광주, 부산에서 출발한 철도가 북한으로 입경한다면,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내가 정부 철도 정책 담당자라면, 다른 무엇보다 이 사업 논의를 북한과 서두를 것이다. 

중국, 러시아도 참여 가능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6년에 한국교통연구원이 '유라시아 고속철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 자료를 통해 경의선과 동해선을 북한과 잇는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료에서 연구원은 북한과 남한을 연결한다면, 동북아시아를 관통하는 유라시아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연구원은 북한 고속철도 개발을 온전히 한국이 하고, 한국은 북한에 경의선 구간의 경우 연간 950억 원 정도(2030년 기준)의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가정했다. 그런데 여러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향후 북한 개방에서 중국의 개방모델을 참고하리라는 전망이 있다. 한국이 자금을 투자하더라도 북한과 합자회사 형식을 취해야 하리라 가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흥수 : 비단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하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제 규모가 큰 한국이 대륙과 연결되면,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의 시베리아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북한 경의선 개발은 비단 코레일, 철도시설공단만의 몫이 아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향후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이 사업을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한국과 북한이 공동출자한 가칭 '대륙철도연결주식회사' 모델을 세우는 식으로 사업주체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민간 사업자의 참여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박흥수 : 선로 사업을 민자사업으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선로 사업에 건설사 컨소시엄이 들어오진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건설사가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올릴 수 있다. 구간공사에 참여할 수 있고, 역사 사업에도 들어올 수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참여도 이 대목에서 가능할 것이다. 

▲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안한 유라시아 철도 네트워크 구상안. 박 기관사는 이 구상안에 일본을 연결하는 건 반대한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 운송 새 길 열려

프레시안 : 많은 이가 남북 정상회담 의제에 철도 개발이 포함됐다는 소식에 북한 관광 가능성을 기대한다. 하지만, 철도는 관광상품 이상의 가능성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화물 운송이다. 고성 등 접경지대 주민들도 동해 북부선 등 철도 연결에 관심이 많더라. 

박흥수 : 현재 우리는 사실상 섬인 관계로 화물 운송의 대부분을 선박에 의존한다. 철도는 선박만큼 많은 화물을 한 번에 나를 수는 없지만, 도심에 가까운데다 일정 거리까지는 경제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차량 연결 정도에 따라 유연하게 화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베리아 시간여행>에도 기록했지만, 시베리아를 방문했을 때 67량 열차가 철로를 달리는 모습도 봤다. 150량짜리 화물기차도 봤다. 

철로가 연결되면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의 시베리아 방면에 물류 수요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파주 등 비무장지대 인접 지역에 물류기지 수요가 생길 테고, 장기적으로는 북한 내에도 물류기지 건설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한국 내 지역개발 가능성이 열리는데다, 북한 개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해운과 도로, 철도의 국제 화물 운송 분담 비중은 각각 85%, 9%, 6%다. 하지만, 한국은 2013년 기준 99% 이상의 화물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대륙 연계 운송망 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 고속철도망이 구축되면 부산~보스토치니 간 물류비용이 현재의 1100~1300달러에서 800~900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시안 : 특히 극동 개발 수요가 강한 러시아가 관심이 클 것 같다. 

박흥수 : 러시아 정부는 '물류 일주일 프로젝트'라는 걸 운영한다. 극동에서 극서까지 일주일에 화물을 옮기자는 것이다. 엄청난 사업이다. 한국이 이 선에 올라탄다면, 부산에서 유럽까지 열흘 만에 화물을 보내는 길이 열린다. 

▲박흥수 저 <시베리아 시간여행> ⓒ후마니타스

철의 실크로드 열리면 문 대통령은 '평화의 기관사'

프레시안 : 화물로든 관광자원으로든, 북한 철도 개발은 한국이 본격적으로 대륙과 이어짐을 뜻한다. 그 파급 효과로 뭘 들 수 있을까?

박흥수 : 궁극적으로 부산항, 인천항이 '철의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된다.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던 컨테이너선이 한국에 들어올 일이 생긴다. 이 선로로 사람과 물자와 자본이 이동한다. 한국이 대륙에 연결된다는 건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이런 변화의 첫 단추로, 이참에 한국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철도에 관한 국가 협의기구인데, 그간 북한의 반대로 인해 한국이 이 기구에 가입하지 못했다. 사실상 철도에 관해서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평화 체제가 열리면 북한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OSJD 가입을 계기로 북한, 중국, 러시아와 철도에 관한 논의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북한 철도 개발은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편 적이 있다. 결국 판문점 선언이 나왔고, 향후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등에 대한 희망이 보이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철도 버전으로 바꿔보자. 북한과 교류, 경제 협력, 나아가 대륙으로 가는 길을 닦는 대통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에서 나아가 '동북아 평화의 기관사'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여, 한반도 철도 기관사가 되어라'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웃음) 

프레시안 : 2016년 한국교통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부산과 일본도 이어, 일본과 한국이 북한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에 다 연결되는 방안도 고려했다. 

박흥수 : 반대다. 일본과 부산을 잇는 해저터널이 뚫리면, 철의 실크로드 출발점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 된다. 한국만 대륙과 이어지면 일본의 수출물량 일부도 부산으로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이어지면 부산으로 갈 물류도 도쿄로 갈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큰 기회를 굳이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없다. 

프레시안 : 즐거운 상상이 이어지지만, 결국 이 모든 상상은 철도가 실제 개발될 수 있어야만 현실 가능하다. 그런데 당장 북한은 전력난으로 인해 기존 노후 선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박흥수 : 발전소 개발도 철도 사업과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전기가 공급되어야 북한의 철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가 공급된다면 철도에만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주변 공장이 돌고, 철로 주변 마을의 전력 사정도 좋아진다. 그렇다면, 궁극에는 북한 주민의 생활도 좋아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북한에 추가 개발 수요가 일어나게 된다. 북한이 평화 체제에 종속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 한국과 북한의 상호 의존도는 매우 커진다. 그간 남북의 민간 교류, 경제 협력은 일회성이었다. 돌발 이슈로 인해 교류가 중단되기 쉬웠다. 당장 개성공단 사례가 그렇지 않나. 하지만, 철도 사업은 궁극적으로 개성공단 수백 배에 이르는 의존성을 남북에 부여할 것이다. 상호 의존도가 커지면, 작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남북의 교류를 중단하기란 불가능하다. 

평화 체제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역사도 이를 증명한다. 프로이센 제국의 통일에 철도가 있었다. 유럽연합(EU) 통합에도 철도가 크게 기여했다. 철도는 역사가 입증한 통합의 아이콘이다. 

프레시안 : 북한 개발이 자칫 '내부 식민지화'로 전락해서는 안 되리란 경고가 나온다. 

박흥수 : 당연히 그렇다. 초기에는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인력이 결합해, 북한에 우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이에 따라 북한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오르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사람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을 이등 국민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중국 단둥역에 도착한 고속열차에서 내리는 승객들. 앞으로 서울역에서 탑승한 관광객이 이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가능해질까. ⓒ박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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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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