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특별한 사색여행으로의 초대
가을! 특별한 사색여행으로의 초대
2018년 10월 <동시베리아 거쳐 바이칼 알혼섬까지 6일간>
2018.05.16 20:54:28
가을! 특별한 사색여행으로의 초대

*참가신청 마감일은 9월 19일(수)입니다^^


가을! 특별한 사색여행으로의 초대장을 띄웁니다.
당신에게 풀어야 할 ‘북방(北方)’에 대한 로망이나 염원, 우리 민족과 역사에 대한 회한이 있다면, 올 가을 조용히 동시베리아를 거쳐 바이칼로 가십시오. 먼 옛날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떠났던 그곳에서 깊은 화해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勃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1을 아무우르2를 숭가리3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든 것을 기억한다
갈대와 장풍4의 붙드든 말도 잊지 않었다
오로촌5이 멧돌6을 잡어 나를 잔치해 보내든것도
쏠론7이 십리길을 따러나와 울든 것도 잊지 않었다
(백석의 <북방(北方)에서> 일부)

[주(註) 1.음지산맥 부근 2.흑룡강 주변 3.송화강 4.창포 5.만주의 유목민족 6.멧돼지 7.남방 퉁구스족]

▲가을! 특별한 사색여행으로의 초대장을 띄운다.Ⓒ마중


<동시베리아 거쳐 바이칼 알혼섬까지 6일간>은 2018년 10월 3일(수)부터 8일(월)까지 징검다리연휴를 이용해 진행됩니다. 여행 제1일,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시발점입니다. ‘동방의 정복자’라는 도시 이름답게 러시아가 동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육성한 군사도시였죠. 이곳이 우리에게 더욱 친밀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민족의 숨결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중심지로서 조국을 되찾기 위해 애쓰던 애국지사들의 발자취가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둘러보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날 밤 9시 블라디보스토크역 출발, 하바롭스크로 향하는 시베리아황단열차(TSR)에 몸을 싣습니다. 하바롭스크까지는 약 767km, 11시간 30분 걸립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입니다.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동서횡단철도로, 그 길이가 9,288km에 달합니다. 지구 둘레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며 서울-부산간(약 444.3km)을 22번 이상 달리는 셈입니다. 1891년에 시작한 철도 공사는 무려 25년이 걸려 1916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은 디지털시대의 아날로그 체험입니다. 우선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함을 체험합니다. 미국과 중국을 합친 것보다도 크고 남북한을 합한 넓이의 100배가 넘는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두 개의 대륙에 걸친 러시아를 온몸으로 헤쳐 나가다 보면 공간의 광활함이 뼈에 사무쳐옵니다. 이틀을 꼬박 여행해도 오막살이 한 채 볼 수 없는 대지의 막막함을 그야말로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시베리아에는 계절 따라 다양한 기후 속에 원시의 체취가 가득 남아있습니다.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는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에서와는 다른 시간의 원칙이 지배합니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이야말로 러시아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입니다. 아쉽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일정상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구간만 타게 됩니다.

▲바이칼의 가을1Ⓒ마중


제2일 아침, 하바롭스크역에 도착하면 잠깐 하바롭스크 답사입니다.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향토박물관과 깜소몰광장, 우스뺀스키(성모승천)성당, 명예광장, 영원의불, 영웅기념탑 등을 돌아봅니다. 저녁 10시, 하바롭스크공항을 떠나 약 3시간 반만에 이르쿠츠크공항에 닿습니다.

제3일, 드디어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입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 도시들 중 유일하게 35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르쿠츠크가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릴 만큼 유럽 수준의 문화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유배되어온 데카브리스트(Dekabrist, 12월혁명당원)의 영향 때문입니다.

제정러시아 시절, 젊은 귀족 장교들인 이들이 쿠데타 실패로 유배된 곳이 이르쿠츠크였고, 이곳은 처음에는 강제노동의 유형지였지만 이들이 점차 정착하면서 러시아 귀족문화와 유럽 수준의 문화가 꽃피게 되는 파격적인 변신을 한 것입니다. 20세기 초에는 반혁명 백군의 본거지로서 불꽃 튀는 격전장이 되기도 했지요.

▲바이칼의 가을2Ⓒ마중


이날은 바이칼호수 트레킹의 날입니다.
아침식사 후 버스편으로 리스트비안카로 이동하고 이어 여객선편으로 빨라빈나해변까지 갑니다. 여기서 <바이칼호수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쁘리바이칼스키 국립공원의, 바이칼호수를 따라 발쉬에까뛰까지 약 15km의 환상적인 트레킹 구간을 약 4시간 동안 꿈같이 걷습니다. 걷는 내내 바이칼 대자연의 신비와 정취, 들꽃천국의 맛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상쾌한 길로, 많은 유럽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입니다.

발쉬에까뛰에서 선박편으로 리스트비안카로 다시 돌아와 바이칼과 앙가라의 슬픈 전설이 서려있는 샤먼바위, 앙가라강 등을 감상하면서 버스편으로 이르쿠츠크로 귀환합니다.

바이칼은 ‘시베리아의 진주’입니다. 해발고도 1,500∼2,000m의 산들로 둘러싸인 바이칼 호수는 자연경관이 일품입니다. 호수가 낮은 지대에는 숲이 울창하고, 멀리 봉우리에는 만년설이 눈부십니다. 40m 깊이까지 들여다보이는 수정처럼 맑은 물을 보면 누구나 저절로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이칼은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입니다. 바이칼 호수와 몽골 주변에 흩어져 살던 일족이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와서 한반도에 정착했다는 설이 일반적입니다. 그렇다면 이곳의 원주민인 부리야트족은 우리의 사촌쯤 되는 셈입니다. 1만 3천여 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이 흘렀건만 그들과 우리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닮은 꼴입니다.

바이칼은 ‘러시아의 갈라파고스’입니다. 바이칼호수는 오랜 역사와 고립된 위치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이채로운 담수 동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물이 1,080여 종, 동물은 1,550여 종에 이르며, 이중 80% 이상은 이곳에만 있는 고유종으로, 이곳의 유일한 포유류인 바이칼바다표범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도 바이칼은 수많은 ‘세계기록의 보유자’입니다.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 이르쿠츠크(Irkutsk)와 부랴티아(Buryatia)자치공화국 사이에 위치한 바이칼호수는 2,500만 년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호수요, 수심 1,742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입니다. 또한 저수량이 22,000㎦로 담수호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이자, 전세계 얼지 않는 담수량의 20%, 러시아 전체 담수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바이칼호의 면적은 31,500㎢, 남북 길이 636km, 최장 너비 79km, 최단 너비 27km이며, 둘레는 2,200km에 이릅니다. 수심이 깊을 뿐 아니라 물도 맑아서 물밑 가시거리가 최고 40.5m나 됩니다. 약 330여 개의 강이 이곳으로 흘러드는데, 밖으로 나가는 수로는 앙가라(Angara)강 하나뿐이라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호수 안에는 20여 개의 섬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은 길이 72km인 알혼섬입니다. 바이칼이라는 명칭은 몽골어로 ‘자연’을 뜻하는 바이갈(Baigal, 러시아어로는 Байгал)에서 연유했다고 합니다.

▲가을 알혼섬1Ⓒ마중


여행 4일째, 일행은 바이칼호 알혼섬을 향해 달립니다. 이르쿠츠크에서 알혼섬으로 가는 길, 우스찌아르다→바얀다이→옐란츼를 거쳐 사휴르따(MRS선착장)까지 버스편으로 약 5∼6시간 달리면 알혼(Olkhon)섬 앞입니다. 바지선으로 20분쯤 가면 알혼섬입니다. 알혼섬의 크기는 730㎢이며, 동시베리아 남부 바이칼호 안에 있는 호중도(湖中島, 호수 안의 섬)입니다. 알혼섬은 바이칼호 안에 있는 20여 개의 호중도 가운데 가장 크며, 섬 안에 또 호수가 있습니다. 섬의 외관은 수백만 년에 걸쳐 구조 이동이 이루어졌으며, 들판과 대지 사이에 해협의 공동(空洞)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거주한 역사가 오래 되었고, 최초의 토착민은 브리야트족과 야쿠트족의 조상인 쿠리칸족입니다. 17세기에 러시아 탐험가들이 처음 방문하였고, 구소련 시기에는 추방지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합니다.

한민족과 바이칼, 알혼섬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태고부터 숱한 신비를 간직해 온 바이칼은 단순히 자연의 물구덩이가 아니라 천혜의 인종을 잉태한 태반이고 다양한 문화를 융합시킨 허브이며, 숱한 민족의 수구지심(首丘之心)을 불러일으키는 본향이었습니다. 빙하기 때 바이칼은 고립된 오아시스와 같은 열수(熱水)광산이었지요. 당시 구석기인들은 혹독한 추위 때문에 열수가 치솟는 온화한 바이칼 주변에 머물고 있다가 해빙기에 큰 홍수가 일어나자 남하해 한반도 일원에까지 정착하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또 몽골, 만주, 한국, 브리야트를 비롯한 동시베리아인이 매우 가까우며 바이칼 주변의 야쿠트인과 브리야트인, 아메리카인디언, 그리고 한국인의 DNA가 거의 같다는 학설도 있고 최근엔 ‘조선’이나 ‘고려(고구려)’는 순록을 뜻하는 ‘코리(Khori 또는 Qori)’나 ‘고올리(Kholri)’에서 유래된 말이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 불을 토하며 무너진 산이 물로 변하여 커다란 바다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바이칼은 서있는 불(standing fire)이다. 아직도 그 불은 식지 않고 있다.” 브리야트족들이 믿는 바이칼 형성에 관한 전설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바이칼은 동경과 함께 한없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알혼섬은 세상의 샤머니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 섬의 최고봉인 지마봉(Zhima, 1,276m)에는 신의 메시지를 받으려는 샤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알혼섬 후지르마을에 있는 부르한바위는 모든 샤먼들의 고향입니다. 바이칼 어디를 가나 샤머니즘의 실상을 만날 수 있고 언덕을 넘는 고갯마루에는 돌무더기 서낭당이 있으며 바이칼을 굽어보는 곳에는 세르게라는 장승이 서 있습니다.


▲가을 알혼섬2Ⓒ마중


알혼섬에선 우아직(4륜구동차)으로 북부 투어에 나섭니다. 후지르마을을 출발, 바이칼의 성소이며 칭기즈칸이 묻혔다는 전설의 바위 부르한바위, 사라예스끼 해변을 따라 뉴르간스크의 사자섬과 움직이는 악어바위, 뻬씨안까의 2차세계대전 포로수용소, 삼형제바위(사간후슌), 최북단 말라예모래와 발쇼에모래를 볼 수 있는 하보이곶, 하트 모양의 사랑의 언덕 등을 탐방합니다.

후지르마을의 숙소로 귀환해서는 잊지 못할 야간 별자리 관측(알혼섬은 특별히 사계절의 별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별자리 관측의 명소임)과 러시아전통사우나 ‘반야 체험’을 즐깁니다. 신령이 기득한 알혼섬 후지르마을에서의 하룻밤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샤먼의 섬’ 알혼Ⓒ마중


여행 5일째,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오면 이르쿠츠크 관광이 기다립니다. 이르쿠츠크를 오늘 ‘시베리아의 파리’로 만든 데카브리스트(12월혁명당원)기념관(발콘스키공작), 이르쿠츠크의 대표적 건축물이자 데카브리스트들의 묘가 있는 즈나멘스키수도원, 영화 <제독의 여인>의 실제 주인공 꼴착제독 동상,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베츠늬이아곤(영원의 불), 키로프광장, 스파스카야교회, 폴란드 가톨릭성당, 전통가옥의 거리 통나무집마을 130번가 등을 답사하고, 바이칼 물을 세상으로 흘려보내는 유일한 강인 아름다운 앙가라 강변을 산책합니다.(자료 출처 : 최연혜 <시베리아 횡단철도 잊혀진 대륙의 길을 찾아서> 등에서)

마지막 날, 여행단은 이르쿠츠크공항을 출발, 하바롭스크공항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귀환합니다.

▲<동시베리아 거쳐 바이칼 알혼섬까지 6일간> 이동로 Ⓒ투어사피엔스


오는 10월 <동시베리아 거쳐 바이칼 알혼섬까지 6일간>의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기 일정은 항공 및 현지 사정에 의해서 조정될 수 있습니다.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꼭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시베리아캠프'를 찾으시면 10월 기사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와 해외캠프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끝으로, 애절하게 전하는 <앙가라강의 전설>을 들려드립니다.

아주 오랜 옛날, 그러니까 우리식 어법으로 말하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었다. 이 땅에는 바이칼이라는 늙은 영웅이 살고 있었다. 젊은 시절 그는 바람을 부르고 구름을 일으키며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영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의 명성과 이름만 추억처럼 남은 늙은 영웅이었다.
이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지워져 가고 있는 바이칼에게는 여전히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그의 아름다운 딸이었다. 호수 빛 눈에 황금 색깔의 머릿결을 지닌 바이칼의 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바이칼은 딸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갔다. 그 딸의 이름은 앙가라였다.
바이칼은 딸의 아름다움을 본 다른 사람들이 딸에게 혹시 해를 가할까 밤낮 걱정을 했다. 걱정 끝에 바이칼은 딸 앙가라를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볼 수 없도록 호수 깊이 숨겨놓았다.
갑자기 아버지에게 끌려 바이칼 호수 속에 갇히게 된 앙가라는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앙가라의 눈물은 호수의 물을 더욱 깊게 만들었고, 바이칼 호수는 앙가라의 눈물로 점점 푸른 빛을 더해갔다. 앙가라의 슬픔이 호수에 짙게 배었기 때문에 호수는 더 푸르러진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앙가라는 물 표면으로 나와 한숨을 지으며 바이칼 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갈매기 한 마리가 큰 소리로 울며 날아왔다.
“갈매기야, 너는 어디서 날아왔니? 나도 너처럼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구나.”
앙가라가 한숨을 쉬며 갈매기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갈매기가 끼룩끼룩 소리를 내더니 앙가라에게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앙가라 아가씨. 물속에서 사시기에 너무 힘드시지요. 아가씨를 위해 제가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어서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렴.”
앙가라의 재촉에 갈매기는 날개를 퍼덕이며 어깨에 앉아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갈매기는 날마다 날아와 앙가라의 어깨에 앉아서 자신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본 온갖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하루는 갈매기가 앙가라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가씨가 살고 있는 호수를 따라 며칠을 날아가면 큰 강이 있는 마을이 나오지요. 그 강 가에는 수많은 꽃들이 피어 여름을 아름답게 빛나게 한답니다. 밤이면 달빛 아래 그 꽃들은 초롱불처럼 빛나지요. 낮에는 온갖 색깔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꽃들이 밤이면 호롱불로 일제히 피어나는 것이랍니다. 그 강가에 멋진 수염에 건장한 용사 한 명이 살고 있답니다. 예니세이라는 그 용사는 지금껏 수많은 싸움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지요. 구척장신에 깎아놓은 듯한 얼굴, 중후한 인품에 그윽한 목소리, 세상의 모든 아가씨들은 예니세이를 흠모한답니다.”
갈매기의 말을 들은 앙가라는 예니세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쩔 줄을 몰랐다. 그것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예니세이에 대한 그리움이면서 동시에 갇혀 살아야 하는 운명에 맞닥뜨린 존재의 세상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했다.
‘아, 한번이라도 세상으로 나가 예니세이를 만나볼 수 있다면….’
앙가라는 그런 소망으로 밤이면 가슴을 태우곤 했다. 그 그리움이 쌓이고 쌓인 어느 날, 앙가라는 바이칼이 잠든 틈을 타 호수를 빠져나갔다. 예니세이와 세상에 대한 그리움으로 앙가라의 발걸음은 나는 듯이 빨랐다.
한밤중, 잠결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퍼뜩 일어난 바이칼은 앙가라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바이칼은 바람처럼 날아 앙가라의 뒤를 쫓았다. 멀리서 앙가라가 마구 강을 거슬러 달음질치는 것이 달빛 아래 아득하게 보였다.
더 화가 난 바이칼은 자기 곁에 있던 커다란 바위를 번쩍 들어 앙가라의 앞길을 향해 집어던졌다. 바위는 거대한 굉음을 내며 날아가 앙가라를 덮쳐버렸다. 세상을 향해 달려가던 앙가라의 발길은 아버지 바이칼이 내던진 바위 아래 무참하게 깔려 멈추고, 앙가라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지금도 앙가라강의 입구에는 그때 바이칼이 던진 샤먼바위가 그대로 남아 슬픈 부녀간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바이칼은 모두 336개의 강물이 모여들어 이루어진 호수다. 그리고 그 바이칼 물은 유일하게 하나의 강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나가는 유일한 강이 바로 앙가라강이다. 앙가라강은 흐르고 흘러 예니세이강과 만난다. 앙가라 처녀의 슬픈 사연처럼, 이르쿠츠크를 휘돌아 흐르는 앙가라강은 뒤척임도 없이 아득한 세월부터 유유하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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