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미 역지사지 자세로 상호 존중해야"
청와대 "북·미 역지사지 자세로 상호 존중해야"
文대통령 22일 한미 정상회담서 중재역 나설 듯
2018.05.17 11:42:52
청와대 "북·미 역지사지 자세로 상호 존중해야"
북한이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는 메시지까지면서 청와대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청와대는 북한과 미국 모두에 '상호 존중의 정신'을 요구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7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미 정상회담이 상호 존중의 정신 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미 간과 남북 간에 여러 채널을 통해 긴밀히 입장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관련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과 미국이 회담을 진행해오면서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하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상호 존중'이라는 말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과 미국 양쪽에 역지사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사실상 북한에 비핵화 압박만 거듭하고 있는 미국도 양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선 비핵화, 후 체제 보장(리비아식 모델)'에 대한 메시지를 내오다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반발하자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리비아 모델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오는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양쪽 모두 협상의 여지가 아직 열려 있다는 얘기다.

협상 중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오는 22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과 태도 등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선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등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미국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조정하고, 접점을 넓혀가는 역할을 우리 정부가 중재자로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고위급 회담 일정 재협의할 것"

NSC 상임위원들은 또 이날 회의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 차질 없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남북 고위급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북측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청와대가 이 조항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북한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한미 연합 공군 훈련에 F-22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 전략 자산을 처음으로 출격시키려는 데 반발해 전날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예년 수준'의 한미 연합 훈련은 양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번 훈련에는 예전보다 전략 자산 배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북한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통상적이고 연례적인 행사인 이번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을 북한이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고 받아들일까 우려하면서, 일단 고위급 회담을 열어 '적대 행위 중지'에 대해서도 대화하자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고위급 회담 연기 통보가 남북관계 개선 흐름을 되돌릴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한의 고위급 회담 연기 통보에 대해 "지금의 상황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고 전날 밝혔다.

그밖에도 상임위 위원들은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참관, 6・15 공동 행사 준비 등 앞으로의 남북 관계 일정들을 판문점 선언의 합의 정신에 따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애와 난관에도 불구하고, 현재 판문점 선언 합의를 통해 나온 일정이나 약속들을 차질 없이 이행을 해나가겠다"며 "그렇게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금 처한 어려움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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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획팀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 등을 다뤘다. 이후 환자 인권, 의료 영리화 등 보건의료 분야 기사를 주로 쓰다가 2015년 5월부터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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