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박희태 측 돈봉투 여러개… 의원실 돌며 '돈배달'"
고승덕 "박희태 측 돈봉투 여러개… 의원실 돌며 '돈배달'"
"이름만 적힌 선물용 명함"…고승덕-박희태 인연 살펴보니…
'전당대회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박희태 국회의장을 지목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9일 "제가 (보좌진에게) 보고받은 바로는 (돈이 들어있는)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달랑 온게 아니라 쇼핑백 크기의 가방 속엔 똑같은 노란 봉투가 잔뜩 끼워 있었다고 들었다"며 "여러 의원실을 돌면서 똑같이 돈배달을 한 것으로 보는게 맞지 않나"라고 추가로 폭로했다.

박 의장이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고 의원 측 뿐 아니라 여러 의원들에게 '돈 배달'을 시켰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검찰 수사를 받은 후인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고 의원은 "(돈을) 돌려주고 난 뒤에 박희태 의장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돈 봉투를 보낸 사람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이 돈봉투에 박 의장의 명함이 끼워있었다고 주장하고, 박 의장이 "평당원이라 당시에 명함도 없었다"고 반박한 것과 관련해 고 의원은 "명함이라고 해서 직함 있는 명함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명절 때 의원실로 선물 돌릴 때 보면 이름 석자만 적힌 간단한 명함이 있는데, 당시에는 직함 없이 한자로 특정인의 이름 석자만 적힌, 이른바 명절 때 선물 돌릴 때 사용하는 명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의 해명이 군색해진 것.

▲ 고승덕 의원 ⓒ뉴시스

고 의원은 '왜 이 시점에 돈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사실을 밝혔느냐'는 질문에 "신문에 칼럼이 나왔을 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며 "전당대회 돈봉투를 없애자고 일부 언론 기자들에게도 오래 전부터 말씀드렸고, 동료 의원들에게도 말했다. 다만 칼럼 개재 시기(12월 14일)가 그 때가 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고 '기획 폭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상득계로 분류됐던 고승덕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디도스 검증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돈봉투 폭로'가 이뤄진 후에 검증위원을 그만 뒀지만, 친이계인 장제원 의원 등은 여전히 "신문 칼럼에는 돈봉투라고 했다가, 모 방송 프로그램에 나간 뒤에는 300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혔다"며 의구심을 지우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구체적인 돈의 액수가 거론될 때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인 셈이다.

고 의원은 이날 기자 회견 말미에 "야당이 한나라당에 돌 던질 자격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 가릴 것 없이 한국정치권의 50년에 걸친 관행이다. 이걸 털고, 새로운 정치로 나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도스 사건에 이어 터진 또 여권발 악재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헌, 당규를 칼같이 지켰으면 한나라당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비공개회의에서 "당헌, 당규가 굉장히 엄격하게 돼 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엄격히 만들고 (제가) 그대로 실행했다"면서 "어렵게 신뢰를 회복했는데 그 다음엔 있으면 뭐하나, 실천이 문제"라고 말했다. '쇄신 드라이브'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것.

황영철 대변인은 "고승덕 의원이 제기한 부분에 국한하지 말고 모든 부분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책임이 있다고 보여지는 분들은 이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달라"고 전했다. 고승덕 의원이 제기한 박희태 의장의 돈 봉투 전달 의혹 외에도 조전혁 의원, 인명진 목사가 제기한 2010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비례대표 공천 돈 거래설 등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봉투 돌려준 고승덕-돈봉투 건넨 박희태 인연, 살펴보니…

고 의원의 폭로와 관련해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서초구청장을 지낸 박성중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이다. 현재 고승덕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을에 출마 의사를 밝히고 지난 6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던 박 전 사무총장은 박희태 국회의원의 경남 남해중학교-경남고등학교 후배다. 박 의장과 같은 문중 사람으로 박 의장의 친인척인 셈이다. 고 의원과는 총선 공천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 관계다.

▲ 왼쪽부터 여상규 의원, 박희태 의장, 박성중 전 사무총장 ⓒ박성중 홈페이지
박 전 사무총장은 박 의장이 경남 양산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을 때 축하 만찬에 참석할 만큼 가까운 사이다. 당시 재경 박씨 문중 축하연에는 경남 남해를 지역구로 둔 여상규 의원도 함께 했다.

박 전 사무총장과 고 의원은 지난 6.2지방선거 때 구청장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결국 서초구청장 공천에 떨어져 재선에 실패한 박 전 사무총장은 이번 총선에 고 의원과 맞붙게 돼 있었다. 박 전 사무총장이 구청장을 지냈을 때도 고 의원과는 정보사 부지 활용 등 지역구 사안마다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의원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고 의원의 폭로로 경쟁자인 박 전 사무총장은 정치권의 유력한 끈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박 전 사무총장은 구청장을 지내던 시절 반포 서래마을에 세워진 효성 일가 소유 건축물 인허가 건으로 "이명박 대통령 사돈가인 효성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나는꼼수다>의 패널 주진우 기자를 고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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