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로 세상 치료할 '큰 의사' 뽑자
지방 선거로 세상 치료할 '큰 의사' 뽑자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투표와 건강, 내게 중요한 이유
"아빠! 아빠는 누굴 찍을 거야?"

거실 가득 우편으로 온 선거홍보물을 펼쳐 놓은 아이가 묻습니다. 

"비밀이야." 
"에이, 비밀 지킬게. 지난번 대통령 뽑을 때도 아무한테도 말 안했어."

솔직히 지난 대선 때는 홍보물을 펼쳐 보지도 않고 투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대선과 의미가 다르고, 홍보물이 아니면 후보를 알기도 어려워서 아이가 분류해 놓은 순서대로 천천히 살펴봤습니다. 누가 나왔는지, 어떤 약속들을 했는지 보면서 우선 뽑으면 안 될 사람을 먼저 추려냈습니다. 

맨 먼저 탈락시킨 사람은 약속보다는 자신의 지난 이력이나 특정인과의 친분을 앞세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지역의 사정에 어둡고 약속의 디테일이 떨어졌습니다. 환자에 비유하면 병에 걸리기 전의 건강했던 시절만 이야기하거나, 무슨 병원의 어떤 의사를 알거나, 그 사람에게 치료 받았다고 말하는 분과 비슷합니다. 병을 치료할 때 환자의 과거나 배경이 참고는 되지만, 지금의 상태를 진단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해 나갈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과거와 배경을 중심으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후보는 제외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세상을 아직 덜 살아서인지는 몰라도 사회와 미래 세대에 꿈이 없는 후보에게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유권자의 관심을 끌 당장의 현안 해결에만 과도하게 집중한 후보는 제외했습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방향이 부족한 후보도 한쪽으로 빼 두었습니다. 머리는 하늘을 향해 두되 두 발은 땅을 딛고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약속을 내 놓은 흔적이 있는 후보들을 추렸습니다. 

정치인의 좀 더 나은 사회에의 포부는 환자에 있어서는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하는 문제와 같습니다. 이 질문에서 좀 더 나가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질문과도 이어지지요. '그냥 병 없이 건강하게 살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이나 죽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평소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혹은 중한 병에 걸려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제든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닐 수준의 신체를 유지하는 것, 생의 마지막 날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인지능력을 유지하는 것, 불행하게 중병에 걸렸을 때 스스로의 신념을 배신하지 않을 것, 그리고 연명치료는 하지 않을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혹은 나이가 드는 것에 맞춰 조금씩 바꿔가며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삶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할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건강은 그것을 위한 조건이 되고요. 자신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심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의 상태를 진단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게 진정한 건강관리라고 할 것입니다. 선진국의 방식이라고 해도 우리 현실에 맞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건강법이 있다 하더라도 내게 불필요하거나 맞지 않는다면 무의미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생태와 교육에 관한 부분을 살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욱 관심이 가는 영역입니다. 교육과 생태는 건강한 삶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깊이 성찰하거나 고민한 후보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들과 이슈가 되는 문제에 대한 즉각적 대안들은 있었지만, 긴 호흡으로 깊이 고민한 흔적들은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선거 때마다 매번 늘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 나니 후보들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의식한 것은 아닌데 한 가지 색으로 통일 되진 않았습니다. 병을 치료하고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특정한 방식이 유일한 답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자신에게도 투표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와 함께 웃기도 하고 때론 진지하게 이야기도 하면서 선거에 나온 후보들을 진단하다 보니,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병을 치료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을 큰 의사(大醫)라고 칭하는 것이겠지요.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병을 치유하고 건강한 기운을 북돋아 줄 큰 의사들이 많이 나타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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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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