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빅뱅'이 시작된다...그런데 주도권은 누가?
정계 '빅뱅'이 시작된다...그런데 주도권은 누가?
야권 정계개편 설왕설래…명분도 구심도 없어 난망
2018.06.14 01:43:47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야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예상된 결과였지만, 막판까지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며 기대를 놓지 않았던 만큼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 모두 당 지도부가 물러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향후 야권의 재편 전망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각 정치집단들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데다, 정계 개편의 구심점이 될 '인물', 그리고 동력을 공급할 핵심 '의제'의 부재라는 요인 때문에 야권 재편이 당장 가시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보수·중도 성향의 두 야당은 지도부 선거까지 앞둔 상황이다. 정계 개편 논의가 몇몇 정객들의 입에서 나오겠지만, 곧 이어질 각당 전당대회 이후에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홍준표 체제' 종언…다음 당대표는?


먼저 한국당의 경우, 지난해 대선 때부터 계속돼온 '홍준표 체제'가 이번 지방선거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곳 수성과 특히 자신의 전직이었던 경남지사 선거 승리에 대표직을 걸었으나, 한국당의 성적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2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울산도, 부산도, 경남도 민주당에 사실상 내 줬다. 홍 대표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글을 영어로 올리며 사퇴를 강하게 시사했다.

대선 패배 후 당 대표 출마라는 이례적 과거 행보에 비춰볼 때,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더라도 다시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없지는 않지만 지방선거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홍 대표 특유의 공격적 언행은 잦은 '막말' 논란을 낳았고, 급기야 선거 후보자들이 당 대표의 지원유세를 꺼리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한국당 차기 당권 주자로는 김무성(6선), 심재철(5선), 나경원·정우택·정진석·주호영(4선) 의원과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이 꼽힌다. 당장 지방선거 당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부터 정우택 의원과 가까운 일부 당원들이 '당 재건'을 내걸고 당사 점거에 나서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다수 인사들은 지방선거 국면부터 '보수 통합'을 주장해 왔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3일 부산 선거유세 당시 "지방선거가 끝나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분열된 보수를 통합시키고, 보수를 재건해 다음 대선에서 한국당이 정권을 찾아올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겠다"고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이달 초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당 대 당 통합"을 주장했다. 퇴장을 앞둔 홍 대표도 "안철수 후보가 대승적 결단으로 양보하면 지방선거 뒤 두 당이 대동단결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고 야권 대통합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지난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크게 연대를 해서 중도보수 통합을 먼저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이완구 전 총리도 지난 3월 기자들을 만나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열심히 하고 있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도 노력하고 있지만, 6월 지방선거 전후에 통합해 견제와 균형 역할을 잘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보수 통합'을 말하는 것이 과연 정말로 정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인지, 전당대회 사전 선거 캠페인에 불과할지는 관측이 엇갈린다. 한국당이 말하는 '보수 통합'이란, 2년 전인 지난 2016년 탄핵 국면에서 갈라진 구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 세력과의 재통합을 말한다. 하지만 설사 재통합에 성공한다고 해 봐야 '보수 통합을 이뤄냈다'는 업적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 외에 뚜렷한 정치적 실리는 없다. 오히려 만만치 않은 경쟁자를 당 내에 두게 될 뿐이다.

정치적 기획의 차원이 아닌 국회 원내전략의 측면에서 봐도, 재보선 승리로 130석에 육박하게 된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의석 수를 늘려야 할 필요는 있지만 어차피 한국당 의석 수는 현재도 113명에 달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다. 구 바른정당 의원 9명을 더해도 여당에 미치지 못하고, 30석인 현재의 바른미래당 전체와 통합을 추진해 원내 1당을 넘보기에는 구 국민의당 출신 호남 의원들과의 정체성 차이가 상당하다.

안철수·유승민·손학규가 '야권 통합' 기수 될 수 있을까?

바른미래당에서는 "지방선거 후에 진행될 정계개편을 준비하기 위해" 선거대책위원장 직을 맡았다고 밝히기도 한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정계 개편에 대해 일관되게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당의 양대 주주라 할 수 있는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공동대표의 경우는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유 대표 등 구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 형태보다는 '개혁 보수'의 적자인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국당에서 이탈한 이들이 가세하는 형태를 더 선호하고 있다.

예컨대 유 대표는 지난 2월 25일 <연합뉴스> 인터뷰 당시 "지방선거 이후 총선 전까지 정치권에 큰 변화와 상당한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방선거 이후 자유한국당의 붕괴 에너지는 더욱 커질 것이고, 한국당이 분당하면서 개혁적 보수를 원하는 사람들이 바른미래당과 합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다"고 했다.

유 대표의 이런 입장은 최근까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갈라져 있던 야당이 새로운 보수, 개혁보수 중심으로 크게 뭉칠 수 있을지, 그것은 아직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는 문제"라며 "국민적 명분이 결국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유 대표와 가까운 이준석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당 통합이라는 건 예를 들어 홍준표 대표 같은 사람들을 안고 가야 된다는 이야기"라며 "홍 대표 같은 분이랑 같은 당 해가지고, 제가 젊은 사람이 신세 망칠 일 있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까지 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지난달 25일 <뉴시스> 인터뷰에서 정계개편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인위적인 정계개편보다는 민심을 유지해 나가면 총선 때 개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총선은 2020년이다. 유승민 대표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문제"라고 한 것과 이 지점에서는 의견이 비슷한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8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각) 당들이 치열하게 쇄신 노력을 다해야겠지만, 그게 바로 정계개편으로 이어진다든지 과연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하기도 했다.

또한 바른미래당 역시 지난 2월 통합 출범 당시부터 현 지도부의 임기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료 후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까지"로 규정하고 있어, 지방선거 직후 전당대회 개최가 예상되고 있다. 박주선·김동철·주승용 의원 등 호남 민심에 민감한 호남 지역구 의원들은 한국당과의 어떤 제휴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을 터인 차기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일정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각 당의 사정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의 양대 변수인 '인물'과 '구도'의 차원에서 정계 개편을 추진할 동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통틀어, 다음 대선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가 될 것이라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인물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지난 대선에서 주자로 뛰었던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전 후보들은 대선 후 힘을 비축하며 재충전을 하기는커녕 정치 최일선에서 뛰며 소모가 많았다.

대권 주자로 꼽힐 만한 보수 성향 인사들 역시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이런저런 일로 타격을 입은 경우가 대다수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당 대표로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공천 개입에 나름의 소신을 갖고 저항했지만, 이것이 '옥새 들고 도망갔다'는 식으로 희화화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이후 공항에서의 '노 룩 패스' 논란으로 추가타를 당했다. 김문수·김태호·남경필 (전) 지사 후보들은 지방선거 패배를 먼저 추슬러야 할 처지다. 유일하게 이번 지방선거에서 '생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원희룡 제주지사 정도가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중도·보수' 정체성을 내세우는 야권이 하나로 단결해 싸울 만한 이슈 역시 현재로서는 '문재인 정부 견제' 정도의 막연한 것밖에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인기가 떨어질 그 '언젠가'만을 바라보며 미리부터 통합·합당을 하자는 주장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유일하게 야권을 묶을 만한 이슈가 있다면 개헌 정도인데, 이 역시 지난달 24일 대통령 발의 개헌인이 부결되면서 성사 가능성이 많이 낮아진데다가 개헌 논의가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증가한 상태다.

결국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야권의 정계 개편 또는 '보수 재편' 논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각 전당대회를 치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한 후까지 그 논의의 생명력이 유지될 것인지부터가 1차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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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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