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의 작은 파란, 서울 신지예 4위...제주 고은영 3위
녹색당의 작은 파란, 서울 신지예 4위...제주 고은영 3위
페미니즘과 환경 앞세운 녹색당, 6.13 지방선거서 '작은 파란'
2018.06.14 11:59:42
녹색당의 작은 파란, 서울 신지예 4위...제주 고은영 3위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6.13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4위를 기록하며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녹색당 고은영 제주시장 후보는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1년 창당한 녹색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비록 의석을 얻지는 못했지만, 기존 정당과는 차별화된 후보, 선거 전략, 선거 캠페인 등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 서울시장과 제주도지사, 서울시 강남구에 기초자치단체장, 전국의 기초지방의원후보 12명, 비례후보 17명, 총 32명의 후보를 냈다.

"시건방진" 20대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 정의당 후보 앞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신지예 후보는 1.7%(8만2874표)를 얻으며 4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세 후보에게 표가 많이 가면서 득표율은 높지 않지만,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 김종민 후보(1.6%)를 근소하지만 앞섰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바로 전날 있었던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예년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6.13 지방선거에서 '화제성'으로만 따지면 신지예 후보는 단연 주목받은 후보였다. 최초로 '페미니스트'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여성 후보의 등장에 '시건방지다'는 비하 발언에서부터 선거 벽보 훼손이 27차례나 일어나는 등 적잖은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항 못지않게 20-30대 여성들과 청소년 등의 지지와 성원도 뜨거웠다. 신 후보의 유세에는 젊은 여성들이 몰려들어 크게 환호했다. 또 한국YMCA와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6·13 청소년모의투표 운동본부'가 지방선거 당일 진행한 서울시장 모의선거에서 신지예 후보는 36.3%를 득표해 33.3%를 얻은 박원순 후보(서울시장 당선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 투표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18세 미만 청소년 971명이 참여했다. 이 투표 결과는 이른바 '미래세대'에게 녹색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적잖은 인지도와 호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제주 고은영 후보는 3% 넘게 득표자유한국당 후보 제쳐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녹색당 고은영 후보가 얻은 결과도 희망적이다. 고 후보는 3.5%(1만2188표)를 얻어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3.3%)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무소속 원희룡 후보(당선자)와 민주당 문대림 후보가 각축전을 벌였던 이번 제주지사 선거에서 30대 여성 신인 정치인인 고 후보는 최대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는 성과를 얻었다.

페미니즘과 환경, 미래가치를 선점한 녹색당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은 의석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녹색당은 페미니즘과 환경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에 걸맞은 젊은 여성 후보들을 주요 후보로 세웠으며, 소액 후원을 통해 기탁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기탁금 등 소위 '돈 정치'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기성 정당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정당으로 유권자들에게 인식됐다는 점에서 '성공한 선거 캠페인'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지예, 고은영이라는 두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거대 정당 후보들 틈바구니에서 득표율은 기대만큼 높지 않지만 각각 4위와 3위를 차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회 원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소수정당(정의당, 민중당, 대한애국당) 후보들과 비교해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무엇보다 녹색당의 이런 성과가 '스타 정치인'에 기댄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는 점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녹색당은 지난 7년간 꾸준히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을 늘리고, 대의원 추첨제 등 당내 운영체계도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운영하는 등 지속적인 정당 내부 운동을 통해 자체적 역량을 비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신지예, 고은영이라는 앞날이 기대되는 두 신인 정치인을 키워냈다.


녹색당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애초에 목표했던 당선자를 낸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당원들의 선거경험을 늘리고 대중적인 정치인을 만든다는 목표는 일정 정도 달성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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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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