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방법을 이제 쓰자
사회서비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방법을 이제 쓰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잡한 사회서비스 공급, 새 길을 열어보자
사회서비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방법을 이제 쓰자

헤아려보니 벌써 1년하고도 석 달이나 지났다. "사회서비스 공단, 사회서비스 공영화의 출발로!"라는 제목으로 희망차게 내만복 칼럼을 쓴 게 작년 3월이다(☞바로 가기).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육과 요양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시설을 건립하고 종사자를 고용하여 사회서비스 공급에 나서자는 내용이었다.

그 사이 대선이 있었고 2017년 7월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전국 17개 시도별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 하여 국공립시설의 직영체계를 구축하고 제공인력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서비스공단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이라는 '국정 과제 17번'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제는 아동, 노인, 장애인 대상 사회서비스 확대 및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개 창출과 국민이 체감하는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을 기대효과로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

여기까지는 사회서비스 공단을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할 것이며 사회서비스 공단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종사자를 채용하여 노인, 장애인, 아동에 대한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한 것은 보건복지부가 이 국정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 안을 제출하면서부터다. 전문가, 사회복지기관, 사회서비스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거쳐 오던 '(가칭) 사회서비스진흥원'의 골격은 2018년 4월 20일에 열린 한국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적으로 발표되었다.

사회서비스진흥원은 국공립 사회복지시설과 공공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재가방문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특수법인으로 시도지사가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진흥원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설립하는 시설이나 기관을 위탁받아 운영하게 되는데, 자체 직원만이 아니라 산하 시설의 직원도 직접 고용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개별 사업과 시설은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재가서비스 부문에 전일제 종사자 고용을 도입하지만 종사자들의 급여는 사업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설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진흥원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에 사회서비스지원단을 별도로 설치할 계획을 밝혔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사회서비스진흥원에 대한 첫 번째 반응은 기존 민간기관들에서 나온 반발이었다. 민간어린이집, 민간장기요양시설들은 서비스 이용자 수요에 넘치는 민간제공기관을 두고 국가가 공공시설을 설립한다고 반발했다. 국공립시설을 확충하기보다 서비스 단가, 수가를 올리는 것이 서비스 질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들 민간기관은 국공립시설을 보육시장, 요양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로 보는 것이다. 민간기관은 왜 정부가 직접 제공까지 하느냐 묻는다. 하지만 현재 사회복지사업법이나 영유아보육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어디에도 국가가 직접 제공기관을 설립하여 공급자로서 시장에 뛰어들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오히려 법과 제도에서는 사회복지, 사회서비스 공급 책임의 우선 순위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명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민간 비영리법인들도 반발했다. 민간 비영리법인을 활용하면서 국가재정을 절감하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왜 국가가 비용을 더 들여가면서 직접 공급에 뛰어들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 주장은 현재의 사회서비스 공급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민간자원을 동원하고 자원봉사인력을 활용하여 지역사회복지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종합적 사회복지기관을 이용하던 종래의 사회서비스 공급방식이다. 인구대상별 사회서비스가 제도화되지 않았던 1990년대 주로 저소득층에 대한 부가적인 사회복지를 지역사회에서 창출할 때 유용했던 전략이다. 그러나 보편적 사회서비스 제도화가 진전된 현재 사회서비스 공급의 총량에서 비영리자원을 활용한 사회서비스 공급방식은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 대부분의 사회서비스는 서비스 비용이 공적 재원으로 지출되고 이용자가 소득에 따라 이용료를 분담하는 방식이다. 보육이나 노인장기요양, 장애인 활동보조 등 개인에게 사회서비스 수급자격이 주어지고 정부가 비용을 개인에게 지원하는 공급방식이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공급의 대부분에 적용된다. 제공기관은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로부터 비용을 환급받는 것이다. 이 방식 안에서 영리건 비영리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똑같고 비영리 제공기관이라고 정부의 재정을 줄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사회서비스진흥원을 둘러싼 논점

이제 사회서비스진흥원에 대한 논점을 보자. 첫 번째는 공단이 왜 진흥원이 되었냐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직접 공급에 맞춰진 역할을 관리나 지원으로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동안 민간부문에 공급을 맡기고 평가·인증, 운영지원 등의 역할을 해온 사회복지 각 분야에 포진한 각종 "진흥원"과 비슷한 조직을 또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조직의 명칭은 조직이 무슨 일을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짓는 게 가장 좋다. 그런 점에서 기존 조직들로부터 받은 인상으로 인한 의혹이 존재한다면 새 조직의 명칭으로 걸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흥"이란 두 글자를 들어내는 것은 다른 쟁점들에 비하면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사회서비스원'이라는 명칭도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비판은 광역에 하나 설치해서 지역사회 사회서비스 공급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시설과 기관을 설립하는 주체가 대체로 기초자치단체라는 점, 각종 서비스 신청이 주로 읍·면·동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광역 단위의 사회서비스진흥원이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기초자치단체, 그리고 읍·면·동과 맺는 관계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그 중요하다는 기초자치단체가 사회서비스 공급과정에서 민간제공기관이나 이용자들과 맺고 있는 공식적인 관계는 거의 없다. 그동안 지자체는 보조금 지원이나 이용자 비용 지원으로 역할을 한정해왔고 사회서비스 공급을 대체로 민간제공기관에 일임해왔다. 지자체가 설립한 공공기관도 대부분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서비스 신청을 받고 수급자격을 결정하거나 비용을 지원하는 활동만 하고,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시 별도로 제공기관을 찾아야 한다. 게다가 사회서비스 개별사업별로 모두 이렇게 운영되니 전달체계는 파편적이고 분절적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 신청만 봐도 보육서비스는 읍면동에,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국민연금공단 지사로 가야 한다. 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노인이 신청할 수 있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다시 별도로 읍면동에 신청한다. 교부세로 운영되는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또 기관으로 찾아가야 한다. 사회서비스 혁신이 이렇게 파편화된 전달체계부터 통합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에서 광역에 설치되는 사회서비스진흥원은 또 다른 전달체계가 추가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진흥원'이 공공 사회서비스 공급을 담당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문제는 의외로 그리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다. 먼저 지역의 사회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고 공급계획을 세우며, 사회서비스 시설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은 이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있었고 앞으로 그렇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회서비스진흥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해 설치하는 공적 제공기관인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앙정부의 사회서비스사업이 개별화되어 내려오더라도 지역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묘안을 만들어내는 지방자치단체도 존재하고 일찍이 지역재단을 세워 지역의 자체적인 역량을 구축해온 지방자치단체도 존재한다. 이 새로운 공공 사회서비스 공급기관 역시 구체적인 지역 안에서 자리 잡고 역할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광역에 한 기관만 존재하리라는 생각도 현재의 고정관념일 수 있다.

세 번째 비판은 공공인프라를 확충한다고 하더니 예산배정도 되어있지 않고 국공립어린이집과 국공립요양시설 확충 계획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추가로 투입되는 재정 없이 사업별 독립채산제 운영을 표방하는 점도 질 좋은 공공일자리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 비판은 그 동안 사회서비스진흥원이라는 기관 설립 문제로 논의가 집중되면서 민간의존적 사회서비스 공급의 공공성 강화, 공영화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심하게 보자면 '사회서비스진흥원' 논의가 지난 일 년간 잘못 흘러온 결과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아동, 노인, 장애인에 대한 사회서비스가 무엇이 문제인지,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공공인프라 확충 전략은 무엇인지, 공공 사회서비스 기관 운영모형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 없이 사회서비스진흥원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인지로 논의가 앙상해진 것이다.

치매지원센터를 지역에 일제히 설치하기 위해 국고보조금 80%를 지원하듯이 왜 국공립 장기요양시설, 국공립 거점재가센터를 그렇게 확충하지 못하는가? 보육정책 안에는 영유아보육료 지원사업과 별도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사업과 공공형 어린이집 운영사업이 따로 있는데 왜 노인장기요양정책 안에는 국공립 요양시설 확충 등 공급차원에 대한 사업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가? 국공립어린이집이 민간어린이집과 다르게 갖추고 있는 시설운영규정, 인력기준, 인건비 기준이 왜 노인요양시설에는 존재하지 않는가?

사회서비스 이용자와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보육이건 요양이건 활동지원서비스건 공공성 강화, 공영화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다. 이것은 그동안 사회서비스 공급방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며 현재 개별 사업별로 운영되기에 개별 사업마다 개선안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마치 제공기관은 아무 역할도 필요 없는 것처럼 호출근로방식으로 대폭 확대해버린 방문형 재가서비스의 공급방식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방법을 이제 쓰자

민간만이 사회복지기관을 운영하고 민간만이 직접 이용자들을 만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보아온 우리에게 공공부문에서 직접 사회서비스를 공급한다는 것은 생소한 상상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비영리민간법인에 믿고 위임하는 방식으로 30년, 또 민간영리까지 합세한 경쟁시장에서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10여년 사회서비스를 공급해왔다. 그리고 이 궤적이 고스란히 그려진 복잡한 사회서비스 공급환경을 가지고 있다.

여기, 우리가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방법을 사회서비스 공급에 써보자. 비영리민간처럼 기부 후원 민간자원도 동원하지 말고, 영리사업자처럼 이익 많이 남길 생각도 하지 말고, 법과 규정대로 공적인 사회서비스 정책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사회서비스 시장에서 공공이 만들어내는 사회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이다.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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