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개악과 SK 분할통치가 만나니…
최저임금 개악과 SK 분할통치가 만나니…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정규직 전환? 쪽팔려서 말도 못하겠다"
어쩌면 때 늦은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권은 이미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길을 열었으니 말이다. 내 월급은 한푼도 오르지 않았는데 최저임금 액수만 1만 원으로 올리는 방법, 즉 문재인 정부는 ‘화폐 개혁’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산입범위 확대를 통해 8000원짜리 화폐를 단숨에 1만 원으로 바꿔버린다는 발상이다.

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최저임금 제도를 완전히 웃음거리로 만들 때 사용한 논리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뒷북이 될지언정 오늘 <인사이드 경제>는 이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정말 이걸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화폐 개혁 뿐이었는지 말이다.

통신 재벌 SK의 임금 격차, 하는 일이 뭐가 다르길래?

지난 <인사이드 경제>에서 SK 재벌의 통신산업 내 극심한 임금격차를 소개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그 사례를 꺼내서 얘기를 풀어보도록 하자. 우선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SK 통신산업의 구조, 그리고 노동자들 규모와 임금 격차를 나타낸 그림을 다시 불러왔다. (관련 기사 ☞ : "최임 개악, 결국 재벌에 이롭다")


우선 최상위 지배자는 SK텔레콤부터 SK브로드밴드와 홈앤서비스가 수직 계열화되어 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 100%를, 브로드밴드는 홈앤서비스 지분 100%를 소유해 모회사-자회사 관계를 맺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 홈앤서비스는 상법상 '손자회사'가 된다.

연봉 규모는 수직 계열화된 순서와 동일하다. SK텔레콤 4498명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600만 원, SK브로드밴드 1594명의 평균 연봉은 8800만 원이었다.(각사 사업보고서) 그러나 인터넷 가설과 IPTV(인터넷 TV) 설치 및 수리를 맡고 있는 손자회사,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의 연봉은 3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SK텔레콤 노동자 연봉의 30%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SK 계열사는 아니지만 SK텔레콤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전국의 4000여 개 대리점은, 10조가 넘는 실질적 매출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이들 대리점은 상품·서비스 판매만이 아니라 영업까지 맡고 있으며, SK텔레콤의 무선사업과 함께 SK브로드밴드의 유선사업 영업도 한다. 약 1~2만 명으로 추정되는 대리점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연봉 2500만 미만)에 머물러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하는 일이 뭐가 다르길래 임금격차가 이렇게도 크단 말인가. SK텔레콤과 브로드밴드 직원들은 황금알을 낳기라도 하는 걸까? 실제 고객들을 만나고 영업을 벌이며, 전신주·고층아파트 위험작업에 투입되는 홈앤서비스와 위탁 대리점 노동자들보다 3~4배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건가?

설치·수리사업에서 수익성 기대하는 건 넌센스

<인사이드 경제>는 좀 더 많은 정보를 동원해 보기로 했다. 각사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뒤져서 지난해 영업이익,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를 추가로 구해 직원 수, 평균연봉과 함께 표로 나타내 보았다. (대리점의 경우 사업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아 추정치를 기입하거나 비워두었음)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직원들의 평균 근속은 각각 12.2년과 13.5년으로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다. 홈앤서비스의 경우 작년 7월 1일에 설립되어 대부분의 직원들 근속이 1년이지만, 노동조합에 따르면 통신업계에서 종사한 평균근속은 10년에 육박한다. 따라서 임금격차가 근속년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영업이익 격차가 임금격차만큼이나 컸다. SK텔레콤은 무려 1조 7000억에 달한 반면, SK브로드밴드는 1278억이었고 홈앤서비스는 고작 6억 원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임금격차는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 수치들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분석해야 한다.

우선 설치·수리 영역인 홈앤서비스에서 ‘영업이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설치·수리 비용은 이미 상품(인터넷이나 IPTV) 가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무상 A/S 기간에 수리를 받는 경우 그 비용은 매달 지출하는 사용료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은 SK브로드밴드 매출 및 영업이익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아울러 SK텔레콤과 브로드밴드의 영업이익을 나누는 것도 문제가 있다. 텔레콤은 주로 휴대폰 등 무선사업을, 브로드밴드는 유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영역에서 유·무선을 결합시킨 상품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가족들 휴대폰과 집의 인터넷TV를 하나로 묶어서 요금을 할인받는 상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집이나 사무실에 인터넷을 가설하면 데이터 사용료 없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Wi-Fi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무선공유기를 함께 설치하는 것은 이제 기본 서비스가 되어 있다. 이렇게 유·무선 사업이 긴밀하게 결합된 상황에서 억지로 유선사업과 무선사업을 구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다.

SK텔레콤 1조7000억 영업이익의 비밀

사실 이런 일은 SK 그룹이 유선사업과 무선사업을 텔레콤과 브로드밴드라는 별도의 법인에 맡기면서 발생한 것이다. 애초부터 유·무선사업을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시켰다면 없었을 일이다. 이를테면 SK 그룹과 똑같이 휴대폰과 인터넷·IPTV 사업을 하고 있는 LG 그룹의 경우 유·무선사업을 LG유플러스라는 하나의 기업에서 수행한다.


그래서 LG유플러스는 유선사업·무선사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위에 나오는 표처럼 유·무선 통신서비스와 유·무선 단말기 판매를 구분해서 수익을 나타내고 있다. (위 표는 2017년 LG유플러스 사업보고서에서 가져온 것임)

이제 얘기를 종합해보자. 홈앤서비스라는 설치·수리사업은 독자적으로 이익을 내지 않으며, 모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기여한다. 유선사업과 무선사업을 구분해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계산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렇다면 SK 재벌이 운영하는 통신업을 굳이 여러 개의 기업으로 쪼갤 필요가 없다.


위 그림처럼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시키면 되는 일이다. 기존 텔레콤이 담당하던 업무는 통합 기업의 '무선사업본부', 브로드밴드는 '유선사업본부'가 된다. 4000여개의 대리점은 이 기업의 거대한 판매망이 되며 이를 총괄하는 영업본부로 흡수한다. 홈앤서비스는 설치·수리를 담당하는 유선사업본부 내 사업부로 통합시키면 된다.

이렇게 하면 SK텔레콤 1조7000억, 아니 텔레콤·브로드밴드 등 SK 통신산업에서 발생하는 2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 수수께끼가 풀린다. 위 그림에 등장하는 텔레콤·브로드밴드·홈앤서비스·대리점에 소속된 3만 명 노동자들 협업을 통해서 2조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한다. 홈앤서비스와 대리점 노동자들이 없다면 텔레콤과 브로드밴드의 상품은 단 한 푼의 이익도 만들어낼 수 없다.

자회사·손자회사 … 수직계열화로 임금 위계질서까지

하지만 SK 재벌은 3만 명의 노동자들을 텔레콤·브로드밴드·홈앤서비스라는 3개의 계열사, 그리고 4000여개의 대리점으로 쪼개놓았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들을 최대한 쪼개서 위계질서를 만들어 놓아야만 ‘분할 통치(Divide and Rule)’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3만 명의 노동자가 하나의 기업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노동자들이 하나의 강력한 민주노조로 단결한다면 SK 재벌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텔레콤·브로드밴드·홈앤서비스라는 3개의 계열사에 각각 4500명, 1500명, 5000명의 노동자를 나누어 놓는다. 아울러 나머지 1~2만 명의 노동자들은 위탁 대리점에 분산시켜 최대한 쪼개놓은 것이다.

아울러 임금체계에도 서열을 둔다. 최상위에 위치한 텔레콤과 브로드밴드 노동자들에게 높은 보상체계를 도입하며, 홈앤서비스와 대리점 노동자들 임금은 최대한 후려쳐서 저임금 굴레로 밀어넣는다. 이렇게 하면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에 어려움이 생기며,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협력을 끌어내기 용이하다.

재벌들이 단순한 원·하청 관계가 아니라 같은 그룹의 계열사 안에서도 이런 위계질서를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홈앤서비스와 대리점 노동자들 임금 후려치기를 통해 엄청난 이윤을 끌어낼 수 있다. SK 통신산업 2조 원 영업이익의 또 하나의 비밀은, 상품 판매만이 아니라 저임금으로부터 상당 규모 이윤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사업을 최대한 세분화시키고 각각의 사업영역이 이윤 창출에 기여하는 정도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최첨단 기업활동의 기본 아니냐고? 그렇다면 역으로 질문해보자. SK텔레콤 안에도 위 그림처럼 크게 4개의 사업부가 존재한다. 그럼 이것도 각각 개별 기업으로 쪼개서 어느 사업부에서 가장 큰 이윤을 만들어내는지 평가하고 거기에 맞는 임금체계를 도입할 건가?

2조 영업이익을 임금격차 해소 재원으로

자, 그러면 처음 논의로 다시 돌아가 보자.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사용하며 화폐 개혁이나 다름없는 산입범위 개악을 강행했다. SK 통신업을 사례로 들어보자면 그런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는 홈앤서비스와 대리점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SK 통신사업을 하나의 통합기업으로 상정할 경우, 이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는 통합기업의 사업부 역할을 맡게 된다. SK 통신사업에서 발생하는 2조 영업이익은 여기에 속한 노동자들 모두의 협업으로만 가능하다. 그런데 SK 재벌은 오히려 홈앤서비스·대리점 노동자 임금을 후려쳐서 2조 영업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2조 영업이익을 임금격차 해소의 재원으로 사용하면 된다. 사실 영업이익의 작지 않은 부분이 이들 저임금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므로 논리적 정당성도 갖추고 있다. 우선 홈앤서비스 4631명 노동자들의 임금을 SK텔레콤까지는 아니더라도 브로드밴드(연봉 8800만 원) 수준으로 높이는데 필요한 재원은 영업이익의 10%인 2000억이면 충분하다.

위탁 대리점에 고용된 1~2만 명 노동자들에게 월 100만 원의 임금을 인상해 준다면,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1만 원을 초과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얼마나 될까? 월 100만 원이면 연간 1200만원이 되니 총 1200~2400억이면 된다. 임금인상에 따른 4대 보험료 인상분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연간 3000억을 넘지 않을 것이다.

2조의 영업이익 중 5000억만 투입해도 3만 명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1만원, 그리고 부분적으로 생활임금 보장까지 가능하다. 조금의 재원만 더 투입한다면, SK 유·무선사업에 사용되는 단말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비롯한 수많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1만 원도 단숨에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정부 재정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분을 재벌과 원청사가 책임지게 되므로 '일자리 안정자금' 같은 돈을 몇 조원씩 꼴아박을 이유가 없다. 아울러 노동자들의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도 덩달아 인상되어 상당한 세금 수입과 보험기금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 길을 거부했다.

오래 전부터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에게 지우지 말고, 이들의 원청에 해당하는 재벌에게 책임과 비용을 부담시키라는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이런 요구를 무시한 채 산입범위 개악을 강행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재벌과 원청사만 배를 불리고 말 것이다.

거꾸로 선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이번엔 뒤집자"

ⓒ오민규


수직계열화된 SK 통신산업의 밑바닥 중 하나인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이 지난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본래 SK브로드밴드는 설치·수리업무를 외주·용역업체에 맡겨 왔는데, 작년 5월에 이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SK가 말한 전환 방식은 또다른 하청업체에 불과한 '자회사 방식'이었다.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는 미명 아래 자회사로 넘어온 지 이제 1년. 임금은 하청업체 시절과 달라진 게 없다. 작년 임금교섭에서 너무 찔끔 임금을 인상해서 일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부랴부랴 추가 교섭을 통해서 그 노동자들에게만 '조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해 겨우 불법을 면하는 수준이었으니 이게 무슨 정규직 전환이란 말인가.

그런데 SK 그룹은 자회사라는 사기를 '정규직 전환'으로 포장하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며? 정말 축하한다", "비정규직노조 만들고 파업도 하고 고생 많이 했는데 이제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라며 일가친척과 친구들로부터 축하전화가 쇄도했다. "쪽팔려서 말도 못하겠다"는 것이 자회사로 전환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1000만 촛불로 치러진 조기 대선, 거기서 최저임금 1만 원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정권이 이걸 못하겠다고 한다. 그래, 애초에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약속을 쏟아냈던 것은 그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약속을 하지 않고서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어려울 정도로 노동자들이 투쟁했고 아래로부터 열망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면 대통령에게 그 약속을 하도록 만들었던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거꾸로 서버린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선 이를 다시 뒤집는 게 답이다. SK 재벌에게 책임을 묻고 더 많은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보장받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용기 있는 일어섬에 응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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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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