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만 원 주시면 인간을 대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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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연 포럼] 자동화 시대의 저출산과 비정규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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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세대들은 스스로를 '3포 세대'라고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서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도 포기한 '5포 세대', 다시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한 '7포 세대',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다 포기한다는 'n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연애는 힘들고, 결혼은 꿈도 못 꿀 일이고, 출산은 태어날 자식에게 죄를 짓는 일이 되어버렸으며, 인간관계, 꿈이나 희망을 가지는 것도 극도로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저출산이라며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고 한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가 감소하면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고 호들갑이다. 일할 사람이 많아져야 경제가 살아나고 세금도 낸다면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닦달을 한다. 너희(국민)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 외국에서 왕창 이민자를 받아들여서 인구를 늘리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한다. 그런데, 왜 연애를 안 하고(못하고), 결혼을 안 하고(못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못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왜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3포, 5포, 7포, 모든 걸 포기하는 n포라고 하는지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도, 언론도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안정된 일자리와 출산율 사이의 상관관계

2016년 기준으로 비정규직의 숫자는 정부의 공식 통계로는 약 644만 명, 비공식적으로는 약 900만 명이다. 월 평균 임금은 약 150만 원으로, 연소득으로 환산하면 1800만 원에 불과하다. 이걸로는 혼자 살아도 생계가 어렵다. 반면에, 대기업 일자리를 포함한 그나마 안정되고 먹고살 만한 일자리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젊은이들은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워 헉헉대고, 어렵사리 취업해도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은 낮으니 항상 돈에 쪼들린다. 일자리가 있어도 가난한, 소위 '워킹푸어'가 넘쳐난다.(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눈이 높아서 그렇지 일할 곳은 넘친다는 주장은 현실을 인식 못 하는 기득권의 왜곡이다.)

2017년 보건복지부의 최저생계비 기준은 1인 가정이 약 66만1000원이다. 결혼 후 자녀를 둔 가정으로 생각되는 3인(자녀 1명)이나 4인(자녀 2명) 가정일 경우에는 최저생계비는 각각 약 145만6000원과 178만6000원이다. 월평균 임금인 150만 원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외벌이 가장이라면 최저생계비만 쓰더라도 3인 가정일 때는 고작 4만4000원의 여윳돈이 남고, 4인 가정일 경우 월평균 약 28만 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아이 1명을 대학 졸업 때까지 키우는데 드는 돈이 평균 3억9670만 원이라고 하니, 월 150만 원, 연소득 1800만 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20년 가까이 1원 한 장 쓰지 않고 모아도 아이 1명을 대학 졸업시키기에도 모자라다. 여기에 날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추가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청년들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고도 저출산이니 (저임금 노동력 제공을 위해) 결혼을 많이 하고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소리를 한다면, 그건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나 다름없다.

2016년 11월에 나온 노동사회연구소의 '저출산과 청년 일자리'라는 보고서는 통계청 자료에 근거하여 결혼과 고용의 안정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흥미롭지만 슬픈 내용의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결혼 시장은 여전히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이 그를 보조하는 형태의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 여성 가계보조자 모델'이 지배적이고, 이러한 현실에서 남성의 학력이 높고, 취업을 했으며, 그 취업의 고용형태가 안정적이고(정규직이고), 고임금일수록 혼인 확률이 높아졌다. 이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면, 남성이 학력 수준이 낮고, 취업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불안정하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결혼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는 얘기다. 통계에 따르면, 임금 하위 10%에 해당하는 20~30대 남성의 결혼 비율은 6.9%에 불과한 반면, 임금이 상위 10%에 속하는 20~30대 남성의 결혼 비율은 82.5%에 달했다.

결혼만이 아니라, 결혼에 비례하는 출산율 역시 소득에 따라 좌우되는 현상을 보인다.

2015년 건강보험 공단이 20분위의 소득순위에 따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층 산모의 숫자는 18만 3227명으로 전체의 43.9%에 달해 가장 많았던 반면, 최저 소득에 속하는 산모의 숫자는 6368명으로 전체의 약 1.5%에 불과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출산율도 좌우된 것이다.

위의 통계들 또는 통계 분석한 결과들이 말하는 것은 "충분한 소득의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야 청년들이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결혼 기피 현상을 해결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정책보다도 청년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알고 그러는 것인지 진짜로 몰라서인지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을 저출산 문제와 관련짓지 않고 있다. 거기에 관한 정책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항상 소득' 가설로 바라보는 비정규직 문제

안정된 일자리는 저출산 문제 해결뿐 만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건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경제학 이론 중에는 소득과 소비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항상 소득 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개인의 소득은 항상 소득(permanent income)과 일시 소득((transitory income)으로 이루어져 있다. 항상 소득은 자신의 노동이나 금융 자산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평균수입이고, 일시 소득은 보너스나 복권 당첨, 세금 감면과 같이 우연히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이다. 여기서 항상 소득은 항상 소비에 영향을 줘서 항상 소득의 증가는 언제나 항상 소비 및 일시 소비 등 모든 소비 증가로 연결되지만, 일시 소득의 증가는 항상 소비는 물론이고 일시 소비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소비(내수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일시 소득이 아니라 항상 소득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 중 세금감면이나 복권 당첨과 같은 일시적이고 우연한 소득에 기반을 두고 소비를 결정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이 얻는 소득 중 고정적이고 안정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을 기반으로 계획을 세워 소비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또는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되는 항상 소득이 소비의 증감에 영향을 준다. 임금 등 정기적인 소득을 주된 소득원으로 하는 노동자-월급쟁이들과 부동산 처분 소득, 배당, 자산 처분 소득 등의 비중이 큰 자산가 등을 비교해보면, 월급쟁이들이 소비금액 자체는 자본가들에 비해 적을 수 있지만, 소득 대비 소비율, 즉 소비성향은 자산가들에 비해 더 높은 양상을 보이는 이유다. 그리고 당연히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고용이 안정적인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서 소득 대비 소비의 비율이 더 높은 이유이다. 이는 그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소득이 더 높다고 하더라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안정적으로 월 200만 원의 월급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 A와 평균소득이 350만 원이지만 불안정한 고용 상황의 프리랜서 B를 가정해보자. B가 A보다 150만 원이나 평균 소득이 더 많지만,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은 월 200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정규직 노동자 A가 더 높을 것이다. 프리랜서인 B는 평균적으로는 소득이 높지만 일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소득이 생겨도 A에 비해 저축을 많이 하고 소비의 비율이 더 낮다. 이는 구태여 프리드만의 이론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득이 수십억 수백억 원 정도로 엄청난 규모가 아닌 바에야,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면 그 소득 중 상당수는 불안한 내일을 위해 저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주체의 소비방식이다. 반면, 안정적인 소득을 얻는 정규직 노동자-소위 월급쟁이들은 보다 계획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소비를 하여 소득대비 소비의 비율이 높을 것이다. 또 고소득 자산가들도 안정적인 소득 유지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부동산 임대 등을 통해 항상 소득 증가에 힘을 쓴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소비 증가에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내수 불황, 소비 침체가 극심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도입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부족한 내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고용의 안정성(또는 소득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야 임금 노동자들의 소비가 늘고 내수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도 정부의 정책은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IMF 구제금융을 핑계로 파견직 노동과 정리해고를 합법화한 이래, 대한민국의 역대 정권들은 고용의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고용의 불안정성을 늘리는 정책만을 추진해왔다. 진보 정권이건, 보수 정권이건 마찬가지였다. 일치된 목소리로 그래야만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수익이 증가하여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하며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고용의 불안정성(또는 유연성)을 높이고 소득을 하락시킨 결과,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소비 부진-내수 경기 하락을 가져왔다. 이제는 내수경기 진작-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고용의 유연성이 아닌 고용의 안정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런데 새로운 변수가 생겨났다. 지금 와서 고용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의 키를 돌리는 것도 어렵지만, 설사 그러려는 의지가 있어도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걸림돌이 생겨났다. 바로 자동화다.

자동화 시대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은 내수활성화 때문만이 아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소멸의 문제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량 실업의 첫 번째 희생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A기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산라인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자연적인 정규직 퇴사자를 가능한 보충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였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규직 숫자가 감소하게 되면,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라인들을 전면적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한다는 속내이다. B기업의 사정 역시 다르지 않다. 이미 생산 설비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 업체의 주력 부분 중 하나의 생산공정에서는 인간 노동력이 거의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불필요해진 인력을 해고하기에는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 기업이 선택한 방법 역시 10명이 퇴사하면 1명을 채용하는 식으로 정규직 퇴사자의 숫자보다 더 적은 수의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담당하는 일은 단순한 업무들이다. 사무직, 제조업, 서비스업 등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담당하는 일은 소위 진입장벽이 없거나 현저하게 낮은 업무들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 없고, 적당히 건강한 신체만 있으면 간단한 사전 훈련을 받은 후 작업에 투입된다. 그런데, 진입 장벽이 낮다는 말을 다르게 얘기하면 누군가에 의해 큰 어려움 없이 대체가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지난 수십 년간 단순 기능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 비정규직들 노동자들의 경쟁상대는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 해외 공장, 외국인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에 더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자동화 시스템과도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한다.

지난 2016년 11월에 발표된 고용정보원의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현재 노동자의 70%에 해당하는 약 1800만 명이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대부분 단순한 업무를 다루는 직종에 종사하는 일자리이다. 올 5월 발표된 LG경제연구원의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일자리 중 43%인 1100만 명 이상이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 자동화에 의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분야인 사무직 종사자의 86%(395만 명), 기계 조작 종사자(조작, 제어, 및 조립)의 59%(185만 명), 판매 종사자의 78%(238만 명)이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상실한 위험이 높다고 한다.

단지 연구자들의 페이퍼로 치부할 독자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이미 이는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식당이나 극장 등에서는 월 20만 원이면 인간 계산원 대신 무인자동주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상당수의 식당, 극장,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간 대신 선택한 대안이다. 제조업에서는 인간 노동자 2~3명의 연봉으로 최소 5명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을 구입할 수 있다. 소위 로봇과 인간의 협업이라는 이름으로 꼭 필요한 인력만 남기고 대부분 기계로 대체가 가능하다. 몰라서 못 하는 것이지, 한 번이라도 자동화의 단맛을 본 기업에게 어떠한 규제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24시간 활용 가능한 노동력(로봇 또는 인공지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과거 비정규직 문제라는 방정식을 풀기 위해 정부가 고려해야 할 변수는 기업을 유인할 당근과 규제라는 채찍, 해외로의 생산시설 이전,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노동자 정도가 전부였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규제를 통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변수들이었다. 그러나 자동화라는 변수는 현재로서는 적절한 해결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지금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변수들과 함께 자동화라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기본소득, 소득보전, 일자리 나누기 등 검증되지 않은, 또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대안은 많다. 그들 중 어떤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또는 어떤 다른 대안이 있을까?

더 늦기 전에 보다 가능성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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