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중국에 기회?
미중 무역갈등, 중국에 기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고래' 싸움이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에 돌입하면서 회복 기미를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세계 경제에 불길한 전운에 드리우고 있다.

미국은 340억 달러 정도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고, 중국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며 미국 제품에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대응했다. 나아가 미국이 2000억 달러의 추가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중국도 다시금 같은 규모의 반격을 예고하면서, 이번 무역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양국의 상호 견제는 관세 부과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지난 2일 중국의 푸젠성(福建省) 중급 인민 법원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D램과 낸드 제품 26개의 중국 내 판매를 잠정적으로 금지했다.

이어 현지시간으로 3일 CBS, ABC 등의 미국 언론은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이 공공장소 총격 위협, 강도, 절도, 사기, 자연 재해, 높은 의료 비용 등을 거론하며 자국의 여행객에 미국여행 경고문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전쟁 지역이 아닌 국가에 여행 경고를 내리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같은 시기에 미국 상무부 산하 통신정보관리청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최대 이동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 것을 연방통신위원회에 권고했다. 이는 2011년 해당 기업이 미국에 시장 진출 관련 신청서를 제출한 지 7년만에 나온 결과이자, 미국이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조치를 앞두고 나온 것이었다.

더불어 중싱통신(ZTE)과 화웨이(HUAWEI)에 이어 또 다시 중국의 통신 서비스 업체에 대한 견제를 확대하는 조치이기도 했다.

중국은 먼저 전쟁을 시작한 쪽은 미국이라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장하며 개방과 세계화에 역행하는 행동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적자 해소를 외쳤는데 중국이 미국에서 막대한 흑자를 거두고 있기에 타깃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또한 패권국가 미국이 급속한 경제적 발전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보여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글로벌 주도권을 두고서 언젠가는 벌어질 힘겨루기가 결국은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 중국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파리 기후 협정이나 이란 핵 합의를 부정하며 국제 사회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이 시점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그들과 경쟁하는 패권국가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돌출 행동으로 신뢰와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화와 자유무역 같은 기존 국제 질서와 다자 협력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국제 사회가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강대국, 즉 중국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미국과의 갈등과 경쟁에서 반전을 노리자는 것이다.

현재 서구와 국제 사회가 지키려고 하는 가치를 미국이 부인하며 거부하고 있는데, 확실히 근래에는 중국이 국제사회 질서의 중요성을 외치며 이를 유지하려 애쓰는 상황이 이어졌다. 중국은 그간 세계 각국과 서구 매체가 그들을 매도하고 의도를 왜곡했던 경우가 많았지만, 중국이 도덕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현재 상황에 다른 국가들 역시 그들과 연대하여 미국에 대응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그간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성장한 국력에 걸맞은 영향력과 발언권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선점한 담론과 질서, 그리고 그들간의 끈끈한 연대감이 있기에 그 사이를 파고들어 원하는 바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트럼프 정부가 돌출 행동을 보이며 국제 사회와 균열을 보이자 중국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며 이를 살려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트럼프 덕택에 얻어진 기회는 짧기 때문에 도덕적 우위를 점하며 다른 국가와 적극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이 현실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각국의 경제가 긴밀히 연결된 상황에 상대인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승자가 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중국의 경제 지표에 속속 그늘이 드리우며 타국까지 미치는 영향으로 불안감만 자아내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유럽 순방 중인 리커창 총리는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으며 모두 불리할 뿐만 아니라 세계 경기 회복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면서, 중국 지도부가 현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나아가 중국에 호응하거나 연대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흐름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몇몇 국가가 미국을 비판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 했지만 중국과 연대하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3일 <로이터> 통신은 유럽 당국자 발언을 인용, 중국이 EU에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공동 성명서를 만들자고 압박했으나 저항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그 제안에는 중국과 EU가 손잡고 미국을 WTO에 제소하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전해지지만 결과적으로 EU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술한 이들과 다르게 근래 중국의 국력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아직 미국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에 근거하여 '세계 최강', '미국 추월' 등의 문구를 남발하며 대중을 현혹하는 전문가나 언론을 비판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중국이 양적으로 성장한건 사실이나 군사력, 기술력, 소프트 파워 등에서 미국을 넘어선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또한 불합리한 부분을 개혁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금의 중국이 유엔이나 세계은행 같은 현 조직과 체제를 없애고 새로이 만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국을 과대 혹은 과소 평가하는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나, 최근 중국에는 전자가 압도적인 상태라 이성적인 판단과 신중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그들은 일부의 넘치는 자신과 무모한 태도가 국내의 여론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외부의 과한 우려나 견제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여 예의 주시하고 있는 이들을 오도하며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중간 무역 전쟁도 이러한 문제로 발생한 오해가 있기에 자성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양국간 무역 전쟁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견제 서막이란 의견이 많다. 중국은 부상하고 있지만 미국과 공존하며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는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국익을 지키는 데에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다가오는 도전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실을 냉정히 보자면 중국의 국력이 미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근래에 중국을 휩쓰는 과도한 자신감, 애국심 그리고 내부적 요인이 겹치면 양국 간 갈등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래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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