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해라!
라디오를 해라!
주민이 만드는 마을라디오 이야기
2018.07.28 13:09:48
흔히 미디어 홍수 시대를 살아간다고 한다. 포털에는 하루 약 5만 건의 기사가 전송된다. 유튜브에는 1분에 300시간이 넘는 동영상이 올라온다. 기성 라디오에 더해 팟캐스트는 출퇴근길에 귀를 사로잡는다. 종편 드라마가 지상파보다 재밌다는 얘기도 나온다. 볼 게 없어 안 보는 일은 예전보다 덜 하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가 전달되지만, 말초적 즐거움에 그칠 때가 잦다. 간혹 주류 미디어에서 반복해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좀 소소할지 몰라도 나와 더 밀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지방선거 기간에 서울시장 후보가 누구인지는 모든 미디어가 말하지만 내 동네 구의원 후보는 선거공보물로만 접할 때 드는 아쉬움처럼.

주류 미디어가 다루기엔 작고 소소한, 하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이야기들을 직접 만들어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에서는 마을 공동체 복원을 정책으로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공간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미디어 활동이 늘어났고, '마을미디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2017년 말 기준 서울에 71개, 전국 217개의 마을미디어가 활동한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마을라디오가 다수를 이룬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위탁을 맡은 '미디액트'는 25일 오후 서울 마포 창전동 사무실에서 마을라디오 3곳을 초청해 사례발표를 진행했다. 주민들이 직접 출연하는 코너를 만들어 호응을 얻은 '라디오금천', 엄마들이 모여 육아와 교육 이야기를 나누는 '동작FM', 봉제 공장이 많은 종로 창신동에서 봉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창신동라디오 덤'이다.

각 방송마다 주 청취자층과 내용이 다르지만 목적 의식은 동일하다.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이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금천구는 도시농업네트워크가 상당히 잘 되어 있어요. 그곳에서 열리는 장돌뱅이 시장, 아니면 아예 텃밭 한가운데에 부스를 차려놓고, 잡초 뽑으시던 분들을 앉혀놓고 방송을 진행했죠. 콘텐츠를 축적할 플랫폼이 없어 잠시 중단하기도 했고, 방송을 만들 공간이 없어 남의 사무실도 빌려서 하다가 2015년부터 라디오금천이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을 시작했어요. 지역 단체와 네트워크가 만드는 금천구 내 행사에 참여하거나, 시장을 돌아다니며 방송을 했죠. 벚꽃축제에도 가고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라디오 체험 행사를 진행하면서 해마다 찾는 사람도 늘고 만족도도 높아졌어요."(라디오금천 윤명숙)

"우리만 좋아서 하는 방송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더라고요. 주민들 모두가 참여해야 관심을 가지고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라디오금천이 있다고 아무리 알려도 모르니까 참여를 시켜서 홍보하자고 했는데 너무나 반응이 좋았어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야기, 맘 속에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방송에 나와 지인들에게 들려주는 경험이 좋았다고 하면서 홍보가 저절로 됐어요."(라디오금천 김진숙)

"동작FM은 육아에 시달리던 엄마들이 정보공유를 위해 만든 비공개 인터넷카페에서 출발했어요. 카페에서 사연도 받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학특집을 만들기도 했어요. TV나 드라마 같은 데 나오는 '경단녀', '맘충'이 아니라 실제 엄마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어떤 방식으로 사는지를 알리고 싶어서 잡지를 낼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동작FM 김용화)

"마을미디어가 아니었으면 평생 봉제일만 하고 살았을 제가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봉제인들의 변화를 꿈꾸고 있어요. 마을미디어로 개인의 변화가 시작이 된다면 각박한 지금 같은 세상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다양한 공동체가 생기게 되고, 주민이 만들어가는 방송이 되는 것을 기대해봅니다."(창신동라디오 덤 김선숙)
 
▲ 라디오금천 윤명숙 씨, 김진숙 씨, 창신동 라디오 덤 김선숙 씨, 동작FM 김용화 씨(시계방향) ⓒ프레시안(김봉규) 


짧은 기간 많은 마을미디어가 만들어졌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곳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미디어의 전망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마을라디오의 경우 참여정부 당시 저출력 주파수를 할당받은 공동체라디오 8곳(현재 7곳으로 줄었다)을 제외하고 대부분 팟캐스트로 송출한다. 개별 라디오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주청취층이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 취약계층이 될 수도 있는데, 이들에게 진입장벽이 낮은 라디오는 여전히 주류 미디어가 대부분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 마을라디오가 있는지,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이들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 마을미디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책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와 마을라디오가 모여 공개방송을 준비하는 이유다. 8월 10일과 11일 양일에 거쳐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마을라디오@한강'이라는 이름으로 10곳의 마을라디오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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