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십만 명까지 확인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십만 명까지 확인될 수 있다
인과관계 질병 정부 차원 조사로 대폭 증가
2018.08.10 15:18:56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십만 명까지 확인될 수 있다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가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공식 인정한 피해자 숫자는 607명(사망자 226명)이지만, 이미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8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6000명 이상이(6037명) 피해를 당했다. 1300여 명(1334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밝혔다.

아직 최종 공식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가습기 살균제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질환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사로 의학적 근거가 일정 부분 확보됐기 때문이다.


▲ 지난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단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이 대통령 사과 1년 평가 및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내 피해 구제 대상 질환 5개 추가

 
환경부 의뢰로 환경독성보건학회가 지난 9개월간 44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시판된 2000년대 초반 이후 20가지 이상의 질병이 급증했다.

특정 피해자 개인의 질병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발현된 것이냐는 입증하기 어렵다. 하지만 집단적인 양상을 조사하면 가습기 살균제와 특정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준의 근거가 확보될 수 있다.

환경부는 일단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대상 질환에 △성인 간질성 폐 질환 △기관지 확장증 △폐렴 △독성 간염 △천식 등 5가지 질환을 추가해 올해 내에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결막염 △중이염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은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병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도 지원 대상 질병에 포함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번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대책 추진상황 및 향후 계획'을 보고했다.

환경부가 연내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5가지 질환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책임있는 기업들이 재원을 조성한 특별구제계정에서 우선 지원한 뒤 임상·독성연구 단계까지 거쳐 최종 근거가 마련되면 정부 예산으로 지급하는 구제급여 대상으로 상향해 지원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아동 간질성 폐질환과 3단계 폐질환의 경우 특별구제계정, 1·2단계의 폐질환과 태아 피해·천식 등 3가지만 구제급여 대상으로 분류됐다.

환경부는 내년 상반기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알레르기 비염·결막염·중이염·아토피 피부염 등을 동반한 질환, 내년 하반기에는 기타 질환·후유장해도 특별구제계정으로 신규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은 의료비와 생활비 등의 실제 비용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 특별구제계정이나 구제급여에 따라 받는 금액의 차이는 없다.

다만 구제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해당 질환의 인과성을 인정했다는 의미여서, 피해자가 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할 경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우울증, 스트레스 장애 등 2차 피해 구제방안을 검토해 증빙 자료가 없더라도 질환별 금액을 추정해 지급하기로 했다.

특별법 따라, 피해자 인정 범위 확대


이 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대책 추진상황 및 향후 계획'과 관련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국민의 안전에 역대 정부가 얼마나 둔감했고 관련 기업들이 얼마나 철면피였던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한민국의 치부"라고 질타했다.

이 총리는 "2006년부터 원인 미상의 폐 손상이 잇따라 발견됐다. 그 후로 피해자가 계속 늘어났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는 외면했다. 2011년에야 정부가 조사를 시작했으나, 그 후로도 대처는 굼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작년에야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께 사과했고, 국회는 비로소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면서 "피해 신청자의 10%만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등 구제범위가 좁고 구제절차가 복잡하다. 우울증 등 2차 피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불합리하다고 피해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환경부가 피해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추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지난 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2월15일부터 시행될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에 따르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도 개연성이 있으면 피해자로 인정하고, 손해배상 시효(20년→30년)도 연장된다.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판매 이후 간질성 폐질환은 3세 미만 어린이와 20대 젊은이, 40~50대 중장년층에서 환자가 20배 폭증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환자 급증이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된 사실이 확인되며 살균제를 장시간 사용한 사람들일수록 발병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연구 결과가 그대로 인정된다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30만에서 40만 명, 중증 피해자만 2만에서 4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에서는 피해자 범위를 구제급여 지원 대상은 물론 '특별구제계정' 지원대상자도 피해자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꾸려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가정까지 포함해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장완익 특조위원장은 "부상부터 사망까지 가족들이 함께 겪는 고통이라는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 조사는 가정 단위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18년 가까이 판매되고 가정 단위로 쓰였다는 점에서 피해 가정까지 실태조사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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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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