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재판부 "담배 문앞에 뒀으면 간음 없었을 것" 황당 판결
안희정재판부 "담배 문앞에 뒀으면 간음 없었을 것" 황당 판결
1심 판결문 보니...피해자에 '왜 그렇게 못했느냐' 질타성 판단까지
2018.08.19 17:30:57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반면, 피해자 김지은 씨 주장은 배척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경향신문>은 안 전 지사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안 전 지사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안 전 지사가 김 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위력을 지녔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권력을 남용하지는 않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권력을 휘두를 지위에 있었음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도지사이며 차기 대통령 선거에 여당 후보로 출마가 예상되고 정치·경제·사회적 유명인사들과 인적 연결망이 구축돼 있는 등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유력 정치인"이었다면서도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이지 않고 참모진과 소통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은 김 씨에게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등 존중하는 표현을 썼다는 점을 들어 안 전 지사가 권위적이지 않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고용·승진·급여 등을 이유로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았고, 김 씨의 업무 강도가 강하지 않았다는 점도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안 전 지사가 차에 탈 때 김 씨를 조수석이 아니라 자신의 옆 좌석에 앉게 한 점, 모든 일정에 수행비서가 동석케 한 점에 관해서는 "업무를 원활히 하거나, 김 씨의 위상을 격상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성폭력을 행할 의도에서 그 같은 조치를 취한 게 아니라, 선의를 베풀었다는 얘기다. 

김 씨가 성폭력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음에도, 재판부는 "강제는 아니었다"는 안 전 지사 진술에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30일 러시아 출장 당시 상황에 관해 "김 씨가 방을 나가거나, 안 전 지사의 접근을 막는 손짓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안 전 지사가 위력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거나 물리력을 행사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 마디로, 김 씨가 저항하지 않았으니 안 전 지사 측 주장이 옳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이를 위력의 행사로 인식했을지도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김 씨가 "아니요"라고 중얼거렸다고 말했음에도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 씨의 거절의사를 인식했으리라고 추정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김 씨 측 주장은 배제하고 안 전 지사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또 "몇 시간 전에 불쾌한 첫 신체 접촉을 당한 상태였는데도 김 씨가 소극적으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전형적으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해 9월 3일 안 전 지사의 담배 심부름을 수행하다 김 씨가 성폭력을 당한 상황에 관해서도 김 씨가 부주의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씨가 업무 초기에도 안 전 지사의 객실 방문 앞에 물건을 두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담배를 안 전 지사 방문 앞에 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만 했어도 담배를 가져다주는 업무는 지시대로 수행하되, 간음에는 이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그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김 씨가 성인인 만큼, 신뢰를 쌓아 정신적으로 길들인 후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그루밍' 피해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수행비서라는 중요 직책을 맡겼고, 가벼운 신체 접촉부터 강도 높은 성폭력으로 나아간 점 등을 이유로 김 씨가 그루밍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심리위원이 평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루밍은 주로 아동·청소년 혹은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대상"을 상대로 이뤄지는데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이 그루밍 피해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아울러 미투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시기에 김 씨가 성폭력 피해사실을 뒷받침할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보하지 않은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씨가 도청 직원의 성희롱성 발언에 항의한 사례를 두고 재판부는 안 전 지사 무죄 근거로 판단했다. 김 씨가 성적 자존감과 주체성이 낮지 않은 만큼 "대상과의 관계적 특성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선택해 행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대중 앞에 서는 정치 행보에서 오는 공허함에 대한 위로를 찾는다는 심리와 더불어 일종의 나르시시즘 혹은 자기연민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자신을 지지하거나 흠모하는 여성의 위로를 유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적시하면서도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대해 김 씨 측 대리인단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피해자 진술과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숱한 증거를 너무도 쉽게 배척했다"고 비판하고 2심에서 다시 싸울 의사를 밝혔다. 김 씨도 18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인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정혜선 변호사를 통해 보낸 입장문에서 재판부에 "제 답변을 들어보았느냐"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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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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