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자뻑'은 우리를 건강하게 합니다
가벼운 '자뻑'은 우리를 건강하게 합니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지치고 힘들어도, 유쾌하게 삽시다
얼마 전부터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한 아이는 수시로 맞추기 시합을 하자고 합니다. 덕분에 아버지께서 종이에 직접 적어주신 것으로 외웠던 제 어린 시절과는 달리, 요즘에는 게임처럼 구구단 공식을 익히게끔 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한 노래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몇 번 공방이 오가면 막히곤 하더니, 이제는 제법 막힘없이 답을 말합니다. 그러고는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지요. 

"아빠, 나는 구구단 천재인가 봐."

진료를 하다보면 간혹 날개 꺾인 새와 같은 느낌의 환자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특정한 일을 겪고 난 후 그리 되기도 하고, 가랑비에 옷 젖듯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기를 잃어 위축되고 지친 분들입니다. 상담도 하고 치료를 통해 마치 바람 빠진 풍선에 바람을 넣듯 기운을 북돋으려고 노력하지만, 이 분들이 세상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신뢰와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 과정에서 좀 더 활기 있는 삶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단지 시들어 가는 시간을 늦출 뿐인 경우도 생겨서,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합니다. 그 분들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드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플라워 에센스를 이용한 치료법에서는 식물이 가진 고유의 성질을 이용해 몸과 마음의 다양한 상황을 조정하는데, 앞서 말한 분들에게 어울리는 에센스 중 하나가 바로 올리브입니다. 우리가 일상의 사소한 일들로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일 때 스스로 기운을 회복하면 좋지만 해결되지 않고 남은 부분들이 쌓이는데, 이것은 만성피로의 원인이 됩니다. 이런 피로감은 더 좋은 상태를 회복하고자 할 때 장애가 되는데, 이 때 올리브 에센스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비둘기가 물고 온 올리브 가지가 육지에 대한 약속인 것처럼 말이지요. 

에센스를 이용하는 방법 또한 다양한데, 경혈자리에 바르는 형태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침 대신 플라워 에센스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올리브 에센스는 백호(魄戶 Soul Door), 고황(膏肓 Rich fir the Vitals), 신당(神堂 Spirit Hall)혈에 적용합니다. 이 세 개의 혈자리는 견갑골 안쪽, 우리가 흔히 날갯죽지라고 말하는 부위에 위치합니다. 혈자리의 이름을 통해 치료 작용을 유추해 보면, 백호혈은 우리 영혼의 높은 차원의 영역과 우리를 연결해 주는 통로 중 하나이고, 고황혈은 우리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의 모든 영역을 길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신당혈은 심장의 정신적인 영역에 접속하여, 새로운 육지를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높이 날아오른 비둘기의 눈처럼 우리가 전체를 전망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마치 날개를 단 새처럼 더 넓은 시각으로 삶을 전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저는 가벼운 자뻑이 심리적 영역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엄숙주의나 남의 시선을 의식한 자기비하,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지나친 자기애나 타인에 대한 무시, 혹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자기중심주의는 피해야겠지요. 하지만 아이가 구구단을 외우고 나서 가지는 자신에 대한 대견함 혹은 자신감에서 생기는 건강한 자뻑은 스스로를 고양시켜, 우리가 등을 펴고 가슴에 기운을 채우도록 돕습니다. 세상살이에 주눅이 들고, 지치고, 자신이 초라하고 못나보이다가도 '그래!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지!' 하며 자존감을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경험하는 것이 뇌의 패턴에 따른 해석의 결과라고 보면, 같은 상황이라도 지치고 위축된 나와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나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것입니다.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환상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당연히 가능한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다음과 같은 경지에 이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는다. 그러니 절대 앞서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뒤쳐져 있다고 불행하다는 생각도 하지 말자. 작은 꽃다지가 노랗게 피어 있는 곳에도 나비가 날아든다. 작은 세상은 작은 대로 아름답다.

드넓은 밤하늘을 보면 우리 인생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지 알 것이다. 하늘을 쳐다보는 데 아직 돈 내라 소리 없지 않은가. 가난한 사람에게도 우주는 그만큼 너그럽다. 작은 것으로, 느리게 꼴찌로 뒤쳐져 살아도 자유로운 삶이 있다. 자유로운 꼴찌는 그만큼 떳떳하다." <빌뱅이 언덕>(권정생 지음, 창비 펴냄)

저녁을 먹고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맘에 들게 그려낸 아이에게 "오~~"하며 감탄하는 반응을 보이자, 어디서 들었는지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라는 구절을 흥얼거리며 방 안을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어렸을 때는 우리 모두가 천재였고 작은 것에도 마냥 즐거웠는데 그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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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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