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 득표율, 녹색당은 정말 실패했나?
0.48% 득표율, 녹색당은 정말 실패했나?
[토론회] 녹색 정치 '시즌2'의 목표와 과제
2012.06.06 09:06:00
0.48% 득표율, 녹색당은 정말 실패했나?
전국적으로 10만3811표, 0.48% 득표율. 지난 4.11 총선에서 녹색당이 얻은 결과다. '운동'으로만 존재하던 녹색의제를 정치에 전면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로 창당한 한국의 녹색당은 창당 한달 만에 해산되는 비운을 겪었다.

녹색당은 현재 '녹색당+(녹색당 더하기)'라는 이름으로 재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소수 정당에 극도로 불리한 선거제도 하에서 녹색당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전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녹색정치로 첫 시험대였던 이번 총선 과정에서 얻은 성과는 무엇이며, 일차적으로는 소수 정당으로 생존을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0.48% 득표율, 처참한 실패?

"창당에는 성공했으나 총선에서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게 녹색당의 현 주소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은 4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녹색정치의 도전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보수성향의 소수정당을 제외하면, 청년당, 창조한국당보다는 많은 득표를 했지만, 국회 진출을 할 수 있는 3%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득표였다. 신생정당에 배타적인 정치제도와 짧은 준비기간을 감안하더라도 낮은 득표율을 얻었으며, 특히 정당득표율 1% 이상 득표한 시군구 8곳 가운데 수도권은 과천밖에 없었다는 점은 뼈아픈 결과였다."

하지만 2011년 10월 30일 200여명의 창당 발기인으로 시작해, 불과 넉 달만에 5개 시도당을 갖춘 전국정당으로 출범하게 된 것만 놓고 보면 좌절할 만한 결과는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 정당 등록 기준인 '정당 득표율 2%'를 못 얻어 등록이 취소됐지만, 곧바로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꾸릴 여건이 됐다는 사실은 총선 실패에도 불구하고 녹색 정치의 자생력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녹색당은 한국보다 유리한 선거제도하에서 상당한 명망가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 첫 번째 참여한 연방의회 선거에서 1.5%의 득표를 했다. 그러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활동가들이 지방선거에서부터 의회진출에 성공하면서 마침내 1983년 국회 진출에 성공한다. 영국녹색당은 소선거구제 일색인 하원선거제도 하에서 악전고투를 거듭한 끝에 2010년에야 국회진출에 성공했다. 이런 예들을 보더라도, 한국의 녹색당이 한 번의 선거로 좌절할 수는 없다."

"정신적 낙관"이 녹색당 당원들의 일반적인 정서라고 하 총장은 전했다.

ⓒ녹색당
"'정당 득표율 3%' 목표 자체가 녹색당 답지 않아"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오히려 0.48%라는 득표율을 실패로 보지 않았다. 서 교수는 "현 정치제도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정당하기 어려운 나라, 선거하기 어려운 나라"라면서 "그런 점에서 창당 한달 만에 치른 선거에서 0.48%는 상당히 선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제 막 '정당'으로 스스로를 조직하기 시작한 녹색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지지율 3%를 얻어 1석의 의석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에 대해 당내 구성원들은 얼마나 현실적이라고 인식하고 이를 결정했냐"고 물으면서 "상징적 목표였다고 하더라도, 이보다 더 '녹색당다우'면서 현실적인 다른 목표를 설정할 수는 없었을까"라고 비판했다.

전체 당원 뿐 아니라 지역 대의원 중에서도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 등 기존 정당과 다른 정당 문화를 갖고 있는 녹색당이 왜 '선거 전략'에서는 기존 정당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냐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는 결국 녹색당이 '왜 정당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도 명확히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당을 하겠다면서 여전히 '운동'의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녹색당이 녹색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신생정당'인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종류의 정당이 되어야할지, 전략적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서 교수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의 가장 큰 성과는 창당을 한 것"이라면서 "정당을 하는 게 어떤 것인가는 지금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환경운동의 재생산이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녹색당은 새로운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 젊고 발랄한 운동, 당원중심의 운동을 시도했고 성공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염 처장은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선 미안한 감이 있다. 환경 이슈들이 치열하고 선명할 때 그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는 녹색당이 주목받을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객관적 조건이 그다지 훌륭하지 못했다"며 "0.48%는 오로지 녹색당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염 처장은 '5000명의 당원'이라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냐, 운동과 정당의 차이에 대해 제대로 인식했냐는 점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개그콘서트> 버전으로 얘기하자면 운동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면 되지만, 정당은 '애정남'을 해야 한다"고 유석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가 말했다.

"두 번째 선거에선 더 나아질까"

오랫동안 진보정당 활동을 해온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는 더 구체적인 차원의 문제들을 지적했다. 김 부대표는 녹색당의 4월 총선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두 번째 선거에서 얼마나 나아질 것이냐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소선거구제에서 지역구에서 소수정당이 당선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의회에 진출하려면 비례대표 당선에 기대야 하는데 지역구 후보가 없으면 비례대표를 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비례대표 당선을 위해 전국적으로 후보들이 많이 준비돼야 하고 그럴려면 기탁금이 많이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두 번째 선거'에서 녹색당이 또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유사 진보정당들과 선거연합 등에 대한 고민을 열어놓는 게 필요하다"고 김 부대표는 충고했다. 또 진보정당 차원에서의 선거연합은 기존 정당들과 다르게 지역 차원에서 일상적인 실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김 부대표는 또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의 정책을 보니까 구체적인 수단이 제시되기 보다는 가치와 목표의 나열에 그치고 있다"며 "정당이라면 자신들이 제시한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문제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당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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