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살아보니 '통개발'이 필요하던가요?
옥탑방 살아보니 '통개발'이 필요하던가요?
[기고] 이명박·오세훈처럼 '강남 따라잡을 수 있다' 허상만 심어
옥탑방 살아보니 '통개발'이 필요하던가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옥탑방 나들이'가 끝났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현장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걸 찾겠다는 시도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옥탑방 체험이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했나. 박원순 시장의 재임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박 시장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사는 서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법률적·제도적 제약에 가로막힌 일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를 바란다.

무엇을 말할 수 있었나

박 시장의 '옥탑방살이'는 일차적으로 옥탑방, 반지하, 고시원 등 주거 문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할 좋은 기회였다. 특히 주거약자들은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내몰리지 않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거 양극화의 현실을 드러내고, 이를 극복할 방안이 나오기를 말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지·옥·고 대책은 없고 지·옥·고 거주 세입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개발방안만 쏟아냈다. 박 시장은 지난 6년 동안 지·옥·고 주민들에게 별다른 대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 따라서 옥탑방에 들어갈 때는 적어도 해결책을 가지고 들어갔어야 했다.

또 다른 주요한 문제는 양극화였다. 옥탑방 주거는 양극화의 극단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 또한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된다면, 옥탑방에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비를 비롯한 복지 의제를 끄집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큰 병 걸리면 주거 환경도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박 시장은 이 중 어느 하나도 의제로 만들지 못했다. 일부 의제에 대해서만 단편적으로 지적할 뿐이었다. 오히려 박 시장이 제기한 '개발 노선'은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 그가 밝힌 철학과 모순된다. 박 시장의 개발 노선은 주거권에 역행하고, 주거불안을 가중한다. 결국 옥탑방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며, 지·옥·고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옥탑방살이. ⓒ사진공동취재단


옥탑방 들어가기 전 

박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 들어가기 전, 일을 살펴보자. 지난 7월 10일 싱가포르 방문 때 박 시장은 여의도를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처럼 문화, 관광, 숙박시설까지 갖춘 수변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용산역, 서울역 개발 방침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온 뒤 집값은 억눌려 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싱가포르 선언' 후, 부동산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호가가 억 단위로 뛰었다.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까 고민하던 부동산 업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일대 사건이 바로 박 시장의 '싱가포르 선언'이다. 보수 언론의 1면은 '여의도 통 개발 계획'이라는 기사로 도배됐다.

옥탑방살이 끝 무렵 박 시장은 모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추진하는 개발은 '집단 개발'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집단 개발' 또는 '통째로 개발'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 "아파트 재건축이 진행 중인 여의도를 새로운 신도시에 버금가게 만들도록 마스터플랜을 고민하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니까.

여의도 통합 개발이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 부동산 세력들이 쾌재를 부를 때 바로 그때 박 시장은 삼양동에 나타났다. 여의도 통합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자마자, 옥탑방으로 직행한 것은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리는 조합 아닌가. 이걸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집값이 올라가면 세입자들, 지·옥·고 거주자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는데 말이다.

옥탑방 들어가는 날

박 시장이 7월 22일 옥탑방에 들어가던 날, 한 행동을 살펴보자. 박 시장은 주거난민의 최후의 거처 중 옥탑방에 들어가면서 생뚱맞게도 '강남·북 균형 발전'을 소리 높여 외쳤다. '강남·북 균형 발전'은 '강남·북 균형 개발'의 다른 이름일 뿐인데, 기대감만 높였다.

강북지역의 집값을 폭등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강남에 대한 거부감을 이용해 득을 보고자 하는 프레임이었고, '나만 믿으면 강북지역 사람들에게 강남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허상을 심어줬다.

박 시장은 처음 시장에 당선될 때부터 대규모 개발을 지양하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전면재검토, 사실상 뉴타운 백지화'를 내세워 뉴타운지역 주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표를 쓸어 모았다. 부동산 계통의 사람들은 지난달 '여의도 통합 개발' 발표 전까지만 해도 박 시장 하면 대형개발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옥탑방 나올 때

박 시장이 지난 8월 19일 옥탑방을 나오면서 '강북 발전 로드맵'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는데, 개발 자원을 강북에 몰아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빈집 1000채를 사들인 뒤 리모델링을 해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내용도 있지만, 주거문제 해결에 별다른 영향을 주기 어려운 규모이다.

경전철 4개 노선 착공 계획

박 시장이 말한 강북 우선 투자 계획의 핵심은 강북지역에 경전철 4개 노선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전철은 박 시장이 재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그가 재선을 앞두고 발표한 경전철 공약은 서울시장 박원순의 기존 입장과 완전히 다른 정책인 까닭에 시민사회로부터 커다란 비판을 받았다.

박 시장은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하던 7개 노선에 2개 노선을 더해 9개 노선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당시 서울시는 민간자본으로 건설하니 부담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박 시장은 민자가 아니라 서울시의 재정을 투입해 건설하겠다고 했다. 말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1개 노선을 빼고는 민간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이전 사업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막은 쏙 빼고, 강북에 대단한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포장했다. 또 '강북 4개 노선'이라고 발표했는데, 면목선과 우이신설선 연장 노선은 한강 이북이지만, 난곡선과 목동선은 한강 이남이다.

특히 역사 주변 땅값과 집값, 전월세, 건물임대료가 폭등하는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주거세입자, 상가세입자는 쫓겨나고 폭등한 전월세와 임대료를 감당하느라 서민들은 등골이 빠지게 된다. 박 시장은 '옥탑방살이'를 하면서 주거권과 정주권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마지막 한 마디

박 시장은 옥탑방을 나오는 날, "초심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삼양동으로 왔다"고 했지만, 박 시장의 최근 행보는 초심을 잊은 듯하고 무엇을 하는지 본인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초심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지금이라도 초심을 되찾길 바랄 뿐이다.

한 마디 덧붙이면, 앞으로 정치인 중에 박원순 시장처럼 '옥탑방살이'를 할 거면, 안 하는 게 백번 옳다. 옥탑방살이라는 이미지는 취하면서 엉뚱하게 행보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박 시장도 앞으로는 이런 행보를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 시장이 말한 올겨울 금천구 옥탑방살이 계획은 재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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