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폭염과 혹한은 일란성 쌍둥이
기후변화 시대, 폭염과 혹한은 일란성 쌍둥이
[사회 책임 혁명] 정부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면밀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 폭염과 혹한은 일란성 쌍둥이
더워도 너무 덥다 싶더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가장 무더웠던 올해 6~8월 폭염일수는 31.4일이고 열대야는 17.7일로 평년의 3배가 넘었다. 역대 가장 더운 해인 1994년 29.7일과 17.4일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의 열대야는 36일이나 지속되었으니, 도시의 밤은 더욱 곤혹스러웠다.

폭염이 물러가는 8월 말, 초가을을 상상하며 제주로 휴가를 떠났으나 폭우에 시달렸다. 시간당 120.7mm 강우, 제주도 기상관측 이래 최대이다. 전국 통계로도 1998년 경기도 강화에서 내린 시간당 123.5㎜ 기록에 버금간다. 이 폭우로 서귀포 바닷가에서 한동안 발이 묶였다. 태풍 솔릭이 제주에 총 강수량 1000mm 물 폭탄을 퍼붓고 동해로 빠져나간 직후라, 한동안 폭우가 없으리라는 섣부른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으로 수증기 함량이 높아진 대기가 한반도 상공에 머무른 가운데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생긴 국지적 강우라고 한다.

당분간 이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니, 자칫 '여름은 폭염, 가을은 장마'로 공식화될까 우려된다.

한국이 유달리 더웠지만, 다른 나라 또한 더위에 허덕였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전 세계가 30도 고온에 시달린 올해는 역대 네 번째로 더운 해였다.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했고, 곡물과 과일 생산이 줄었다. 전기 수출국 프랑스가 냉각수로 쓰는 강물 온도가 높아지자 원전가동을 중지해 주변국이 일시 혼란에 빠졌고, 스웨덴은 바다 수온이 높아지자 원전가동을 멈췄다.

기온 상승은 사회에도 큰 영향을 주는데, 1도 상승은 노동생산성을 2% 떨어뜨리고 범죄율은 1.3% 증가시킨다. UN은 전 세계 GDP가 폭염으로 인해 2030년에 연간 약 2235조 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프란체스코 도토리 유럽합동연구센터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3도 오르면 한국, 인도, 영국, 이집트, 아일랜드, 에콰도르의 홍수 피해인구는 3배 급증한다고 진단했다. 파리협약에서 결의한 2도 내외의 상승으로도 피해인구는 2.3배 늘어나며 1.5도로 최대한 억제해도 피해인구는 1.8배 이상 늘어난다. 재앙의 연속이며, 상상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뒤따른다.

엘레나 마나엔코바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차장은 이 같은 기후변화에 대하여 '미래의 시나리오가 현재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는 지역 간∙국가 간 갈등과 계층 간 갈등을 동반하기에 더욱 위험하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기후변화에 여전히 무관심하다. '나와는 무관하다'는 사고가 편재한다. 더웠던 고통은 날이 서늘해지면 바로 잊힌다. 하지만 앞으로는 혹한으로 시달릴 공산이 크다.

폭염과 혹한은 기후변화로 역화된 제트기류 때문이다. 북위 30°~60° 지표면 위 8~10km 상공에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항상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한 편서풍(제트기류)이 분다. 북극 상공은 춥기에 공기가 수축되어 저기압이 발달하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중위도에는 고기압이 형성되는데, 이 극심한 기압 차를 해소하려는 대류 현상이 제트기류이며 지구 기온의 항상성 유지에 기여한다. 제트기류는 북극이 추울수록 강해져 북극 한파를 막아주는 성벽이 되지만, 북극이 따뜻해지면 성벽도 약해져 출렁이며 중위도 지역까지 밀려오게 된다. 온난화로 약해져 제트기류가 출렁임에 따라 혹한이 없던 지역에 혹한이 나타난다. 출렁이는 제트기류는 강력한 고기압에 대항할 힘이 없다. 제트기류가 약해져 정체된 대기 상층에 강력한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 정체 기간이 길어지고, 이 때문에 폭염이 장기간 지속된다. 폭염과 혹한 모두 제트기류의 약화로 발생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폭염과 혹한은 일란성 쌍둥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최근 40년간 온난화로 북극 빙하는 줄고 빙하에 갇힌 이산화탄소는 13%가 방출되었다.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더욱 재촉한다. 뿐만 아니라, 빙질이 단단해 여름에도 녹지 않던 빙하 중 4분의 3가량이 이미 사라졌으며, 겨우 25%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올여름 우리나라 폭염도 이와 관련이 있다. 몽골과 바이칼호수 인근의 제트기류가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에 밀려 북쪽으로 상승하면서 대기 상층 자리를 내주었고 대기 하층에는 뜨겁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 잡았다. 이를 '열돔(heat dome) 현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태풍도 고기압을 밀어내지 못한 채 더 많은 습기를 제공하면서 폭염은 더 강화되었다.

이처럼 기록적인 폭염은 혹한의 예고편이며, 빠르면 10월부터 한파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앞으로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이런 기록이 일반화될 가능성 또한 높다. 과장하면, 여름의 폭염이 겨울까지 멈추지 않을 수도 있고 출렁이는 제트기류로 한파가 지속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로 불안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같은 기후변화를 완화하려면, 사회∙문화∙기술∙교육 등 다양한 요소의 재구성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탈(脫)화석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에너지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국의 향후 20년 국가 에너지 방향을 결정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조만간 수립된다. 이번 폭염에 놀라 전력공급 차원의 전원혼합에만 치중해서는 곤란하다. 에너지 전환의 함의를 되새기면서 계획 내 전원별 비중 조정과 에너지 세제 개편,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신산업군 성장에 따른 전력수요 예측이 상충되지 않도록 면밀히 살펴볼 것을 정부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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