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네이버 통신사'의 기사를 본다
우리는 '네이버 통신사'의 기사를 본다
2018년 네이버 등재 기사 살펴보니
2018.09.11 16:35:18
우리는 '네이버 통신사'의 기사를 본다
“디지털 뉴스를 소비할 때, 주로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한다는 응답은 한국이 4%로 월등히 낮았다.”

“검색 및 뉴스 수집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에 있어서 한국은 77%로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그리스와 더불어 최하위였다.”


한국언론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다 눈에 띈 대목이다. 36개국의 뉴스 소비 성향을 조사한 이 리포트에서 국내 독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디지털 의존도를 보였고 대부분 포털의 뉴스 서비스에 의존했으며, 그렇게 읽어 간 언론의 신뢰도는 낮았다.

올해는 디지털 뉴스 유통에서 막강한 권한을 쥔 포털 네이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다. 자의적인 기사 배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좇는 기사 남용이 지적됐고, ‘댓글 조작 방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네이버는 10월 중 검색 및 뉴스 서비스의 개편을 예고했다.

우리는 네이버에서 어떤 뉴스를 봐 왔을까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서 보인 개별 언론사의 낮은 방문율이 언론 전반의 낮은 신뢰도를 보이는 지표 중 하나라면(물론 언론사 홈페이지의 ‘광고 도배’나 '기레기' 논란도 한몫했을 것이다), 뉴스를 유통하는 포털은 이런 결과에 책임이 없나. 제목만이 나열된 포털 뉴스 화면에서 독자는 어떤 기사를 읽고 반응했을까.

네이버는 수백 곳의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하지만 검색 결과를 제외하고 네이버 자체 뉴스 화면에서 노출하는 언론사는 별도의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은 언론사로 한정했다. 연예, 스포츠 전문지를 제외하고 시사 뉴스 섹션에 기사를 공급하는 언론사는 68곳이며, 이 중 주간지와 전문지 등을 제외하면 44곳의 언론사가 실제 네이버 ‘인링크’(in-link) 기사로 접할 수 있는 매체들이다.

2018년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243일 동안 68개 언론사는 총 410만5749건의 기사를 네이버에 전송했다(9월 7일 집계 기준). 이 중 44개 주요 언론사의 전송량은 398만2040건으로 전체의 96.99%를 차지했다(네이버에 최근 6개월분 기사만을 제공하는 조선일보의 3월 9일 이전까지의 기사는 집계에서 빠졌다).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3곳의 통신사가 전송한 기사(보도사진 포함)는 138만2903건으로 44곳 전체 전송량의 34.73%다. 종합일간지 10곳의 전체 전송량을 모아도 49만6325건으로 12.46%에 그친다. 경제지로 분류되는 9곳에서 118만6458건으로 29.80%,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 11곳에서 57만89건으로 14.31%를 차지했다.

독자는 어떤 뉴스를 많이 보았을까. 네이버는 ‘랭킹뉴스’ 메뉴에서 분야별로 많이 본 기사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하루 전 기사부터는 일일 집계량을 제공한다. 정치, 경제, 사회, 생활/문화, 세계, IT/과학 총 6개 영역에서 같은 기간 등재된 기사를 집계해 보았다.

2018년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68개 언론사는 총 4만111건의 기사를 ‘랭킹뉴스’에 올렸다(같은 기사는 1건으로 집계). 주요 언론사 44곳은 3만9051건으로 전체의 97.36%를 차지했다. 그중에 통신사 3곳이 1만5176건으로 38.86%, 종합일간지 10곳이 8839개로 22.63%, 경제지 9곳이 6023건으로 15.42%, 방송 11곳이 6413건으로 16.42%였다.

하루 평균 1만7000건의 기사가 네이버 ‘인링크’ 기사로 등재되는 상황에서 하루 180건에 불과한 랭킹뉴스 집계 통계가 독자의 소비 성향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매체의 전송량 점유율과 랭킹뉴스 등재 비율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부지런한' 언론의 기사가 더 많이 읽힌다고 여길 만도 하다.

그런데 변수는 하나 더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 메인의 기사 배열 이력을 제공한다. 해당 영역은 사용자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배열된 기사를 두고 구설이 많았다.

2018년 1월 1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 네이버는 중복 기사를 제외하고 총 3만8917건의 기사를 메인 화면에 배치했다. 주요 언론사 44곳은 3만8149건의 기사로 98.03%를 차지했다. 이 중 통신사 3곳이 1만9248건으로 50.45%, 종합일간지 10곳이 7481건으로 19.61%, 경제지 9곳이 3937건으로 10.32%, 방송 11곳이 6792건으로 17.80%를 차지했다.

메인에 배치되어 랭킹뉴스에 등재된 기사는 2만3446건으로 전체 메인 배열 기사의 61.46%를 기록했다.

다른 지표에 비해 네이버 메인 화면에서 통신사 비율이 50%가 넘는 비율로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배열된 기사를 두고 네이버의 ‘성향’ 논란이 반복되면서 상대적으로 무색무취한 보도를 선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얘기하면 독자는 특정 사안을 두고 다양한 해석보다는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둔 기사를 접할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네이버 개편 이후로는 어떤 기사를 읽게 될까

네이버의 10월 개편은 내부 편집인력이 배열하는 화면을 없애고, 인공지능에 기반한 뉴스 추천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메인 화면에서 검색창을 제외한 콘텐츠 배치는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뉴스 영역별 헤드라인 기사 배치는 이미 올해 하반기부터 베타 버전이 시행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44개 주요 언론사들이 직접 5개씩 기사를 배열하는 ‘채널’도 운영 중인데, 메인화면에서 기사가 사라진다면 독자들이 처음 접할 뉴스 화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언론사 소속 기자의 기사만 모아 구독할 수 있게 한 '네임카드'도 있다. 독자가 주어진 콘텐츠만 소비하는 것을 넘어 특정 언론사(채널)나 기자(네임카드)를 구독해 읽는 방식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검색 개편도 진행 중인데, 검색 노출을 목표로 양산되는 기사들이 (언론사 입장에서) 효용을 상실할 수도 있다.

2013년 상반기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를 종료하면서 언론사의 '아웃링크' 트래픽이 급감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모바일 개편으로 메인에서 뉴스가 사라지면 ‘인링크’ 트래픽도 급감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뉴스캐스트’가 '충격', '경악'으로 대표되는 제목 낚시와 선정성 논란을 부르다 종료된 것처럼, 이번 개편을 계기로 언론과 포털이 '트래픽=영향력'이라는 낡은 공식에서 벗어나 독자 신뢰 회복과 다양한 여론 반영에 힘쓰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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