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 비핵화, 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고] 북한의 의지는 명확하다
북한 비핵화, 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는 분단 70년만에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정상 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체제 건설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세웠다. 그 후 북미 협상은 미국 선(先)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선(先)종전선언 요구가 대치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고, 양측은 비핵화와 경제적 보상의 일정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서로 협상의지는 있으나 상대가 먼저 양보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는 사이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의 기회가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했고, 2013년 신년사에서 "경제문제의 해결은 사회주의 강성국가건설 위업수행에서 전면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은 2013년 3월 '경제-핵 병진노선'을 채택한 이래 5년 만인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당의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채택했다.

지난 10년동안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강도 높은 제재와 외교적 고립이었다. 이에 북한은 생존을 위해 핵을 선택한 것이 옳았고,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핵을 완성해야만 한다는 절박감을 가졌다. 그런데 핵무기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핵을 보유한 경제적 빈곤국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와 자신들의 경제발전을 선택했고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했다.

북한의 핵 도발로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거론되던 때와 비교하면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한반도는 대반전을 이룬 셈이다. 지난 1세기 동안 한반도는 미중일러의 침략과 관여에 지정학적으로 묶여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강화하지 못 했다. 지난해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시험발사와 소형화된 핵탄두 개발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대화하였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는 중에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남북경제협력의 모티브로 만든 것은 큰 업적이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북한도 핵개발에 몰두하였기 때문에 역대 남북회담 합의문의 실현과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상황은 그 때와 다르다. 북한이 세계를 향해 핵을 포기하고 경제 개혁 개방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의 큰 틀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정권을 계승하고 있으며, 집권 1년차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미국의 신뢰를 동시에 얻어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간극을 좁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남북미의 진전상황을 중국, 러시아, 일본과 긴밀히 공유하여,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의 대외적인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집권 후부터 지속적으로 북한 방식의 경제발전전략을 실행해왔다. 기존 김정일 정권의 경제특구 전략을 지역적, 산업적으로 확대하여 경제개발구 정책으로 발전시키고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2010~2020)'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무역의존도가 47.7%(2015년)인 북한을 경제제재로 압박하여 북한의 대외 경제 개방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나 북한은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3~4%의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현재 압록강 상류의 양강도 혜산시에는 대형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며, 만포-혜산 철도선에는 화물을 가득 실은 열차를 볼 수 있다. 기차역과 세관이 다시 지어지고 짐이나 광물을 실은 트럭과 택시들이 분주히 오간다.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구체화된 철도 연결의 경우, 북한 측도 동해북부선 연결을 위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며, 철도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노후화된 철로를 복구하고 고속철 운행이 가능하도록 현대화하는 작업이 가장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평양에는 대형마트가 문을 열었고, 대부분 북한에서 자체 생산된 물품이 진열되어 있다. 북한에서 생산된 소주만 70여 종이다. 평양 거리 여성들의 옷차림은 남한과 점차 비슷해지고, 한국의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북한산 화장품과 한국산 화장품을 비교하면서 메이크업 시연을 보인다.

북한의 이러한 변화는 이미 북한 내에 시장 경제 체제가 작동하고 있으며 '김정은식 경제발전'과 계획경제하의 개혁개방으로 북한 주민의 삶과 질을 변화시킴으로써 주민 스스로가 경제동력을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 이후 북한 지도자로서 전례 없는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및 경제적 행보들은 북한의 정상국가화와 경제발전의 열망을 잘 보여준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경제협력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 동력은 경제발전을 위한 것이고, 남한 역시 남북 경제 협력과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그동안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가질 수 없었던 이유는 100년 전 열강들의 침략에 의해 주권을 상실하고 되찾는 과정이 열강들의 지정학적 이익에 의해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을 지경학적으로 전환시키고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남북은 미중일러를 한반도 경제의 이익 공유 주체로 참여시킴으로써 21세기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남북을 관통하여 대륙으로 연결된 교통, 에너지, 물류의 활성화는 한반도의 경제번영과 동아시아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이 한반도의 비핵화가 기정사실화된 것이 아님을 주지해야 한다. 북미협상이 동력을 잃거나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이 훼손되고 지도자들의 믿음과 신뢰가 깨질 때 북한은 국제사회를 향해 어렵게 연 문을 다시 걸어 잠글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기회 상실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돌릴 것이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 평화에 역행하는 길을 걸을 수 있다.

현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을 신뢰하느냐, 하지 못 하느냐'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에 미래가 있는가에 대한 답이어야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지지, 남ᆞ북ᆞ미 지도자들의 통 큰 결단, 북한과 남한의 경제협력에 대한 열망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남과 북이 협력하여 이 기회를 살릴 때 한반도는 지정학적 딜레마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경제의 중심, 물류의 허브, 대륙의 시작점이 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한의 믿음과 신념으로 이루어야 할 남북 공동의 유산이며, 이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함께 이루어야 할 한반도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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