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 없이는 한반도 평화도 없다
재벌 개혁 없이는 한반도 평화도 없다
[2020 개헌 총선, 마을에서부터 ①] 문재인 정부도 재벌과 손잡나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했다. 한반도를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한반도 전체 국민을 향한 비핵화 선언이었다. 전날 김정은 위원장과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공식 용어와는 비교할 수 없게 훨씬 감동을 주는, 사실상의 종전선언이었다.

70년의 분단, 65년의 전쟁 상태는 드디어 끝났다. 한반도 평화 번영 체제로의 대전환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변화를 이끌어 낸 문재인 정부의 업적은 두고두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 모두가 국민의 결집된 힘으로 정권과 정치를 바꾸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만약 한반도 평화체제가 재벌과 대기업의 평화와 번영을 뜻한다면, 이는 반동이다. 북한이 투자를 필요로 하고,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투자가 재벌 체제의 연장과 그에 따라 지속으로 이어지는 투자라면 이는 끔찍한 구체제로의 복귀일 뿐이다. 남북 경제 협력이 극에 달한 남한의 불평등 구조를 지속시키고 재벌에 면죄부를 주는 협력이라면, 이는 촛불 시민에 대한 배반이다.

국민주권 시대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가 왜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손잡고 간단히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듯, 국민의 손을 잡고 국민의 힘으로 한반도의 비재벌화와 재벌 개혁 추진에 나서지 않는지 모르겠다. 재벌과 재벌 기쁨조 언론-교수-정치인 등을 빼고는 거의 모든 국민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게 재벌개혁임에도 말이다.

재벌 조준도 못 하는 '재벌 저격수'

작년 5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전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을 지명했다. 5월 10일 취임한지 꼭 일주일 만이었다. 그만큼 촛불 주권자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는 박근혜 탄핵과 함께 국정농단의 공범이자 몸통인 삼성을 비롯한 재벌 개혁이었다.

당시 언론은 '재벌 저격수'란 김상조 지명자의 별명과 함께 그의 재벌 개혁 주장과 시민사회운동 경력을 대서특필했다. 많은 사람이 이제 비로소 속도감 있게 재벌 개혁이 진행되리라고 여겼다. 당연한 기대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2년차가 끝나가는 지금, 재벌 개혁은 아예 그 용어조차 슬그머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2017년 2월 17일 박영수 특검팀이 구속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채 1년도 되지 않아 '적폐 쓰레기' 법원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지난 8월 6일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삼성전자를 직접 찾아가서 이재용을 만나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함께 구호를 외치는 사진이 신문 방송을 뒤덮다시피 했다. 명백한 일자리 구걸이었다. 마침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는 이재용이 특별수행원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다.

재벌 저격수 김상조 위원장은 1년 반 동안 재벌을 제대로 조준하지도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준은커녕 재벌에 '자발적 개혁'을 주문하고 "재벌 문제는 총수 2, 3세 문제가 아닌 주변 가신의 문제"라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게다가 재벌 개혁이 실패한다면 이는 진보진영의 조급증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증, 경직성 때문에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 한겨레, 2018. 7. 5.

재벌개혁 느리다? 원래 이 속도로 계획
-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2018. 7. 24.

재벌 개혁 못하면 문재인 정부 망한다

삼성은 단순한 경제 권력이 아니다. 삼성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배후 권력이다. (뉴스타파, 장충기문자 1부~6부, 2018.4.22.~5.5.)

심지어 삼성재벌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각종 폭력 시위와 집회를 주도한 어버이연합 등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SBS, 김의성 주진우의 스트레이트 9회, 그들 뒤에 삼성이 있었다. 2018.5.6.)

우리나라 경제 체제는 사실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다. 세습 봉건 재벌경제다. 재벌이 관료도 지배하고 법원도 지배하고 검찰, 경찰도 지배한다. 노무현 정부도 출범하자마자 '삼성의 보고서가 대통령 책상 위에 있었다'는 소문이 무성했을 정도로 삼성 정부라는 말을 들었고, 결국 재벌 개혁에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마저 노무현 정부 실패의 길에 발을 내디딘 것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골목 상권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는 재벌을 개혁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살아나지 못한다. 청장노년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고, 자영업자들의 살 길도 막힌다. 재벌의 먹잇감으로 전락한지 오래인 지역 경제에는 이제 희망이 없다.

재벌을 개혁해야 경제가 살아난다. 재벌 개혁이 양질의 중소기업 일자리 1백만 개를 만든다는 보고서까지 있다.(박상인, 「경제력집중 해소를 위한 재벌개혁 정책」, 2017. 6. 30. 국회토론회 발제문) 삼성, 현대, SK, LG 등 4대 재벌의 사내유보금만 해도 약 460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금만 약 60조 원이다. 대다수 국민이 약 1300조 원의 가계부채에 짓눌려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낙수효과, 풀어 말하면 재벌이 잘 살면 노동자 농민들도 잘 산다는 말은 재벌의 떡고물을 받아먹는 교수들의 알랑방귀라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안다. 그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이른바 서구의 자본주의자들도 한국의 재벌 경제 체제를 만병의 근원으로 진단하고 있다.

부동산, 고용쇼크, 최저임금 등 온갖 논쟁을 을과 을, 을과 병의 난장판 싸움으로 만들고, 무대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재벌이다. 이들과 한통속인 기레기 조중동과 관피아들이다.

개혁의 주체는 청와대, 관피아가 아니라 주권자 국민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관피아 청산 또한 우물쭈물하다, 정권 교체 초기의 이른바 ‘골든타임’을 그냥 흘려보내 버리고 말았다. 삼성의 노조 와해 대리인 노릇을 했던 노동부 고위 관료들은 여전히 보직을 바꿔 고위직에 아교처럼 들어붙어 있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관료들은 처벌받기는커녕 여전히 건재하다.

정부 산하 기관들은 더욱 가관이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전두환 군사 독재 정권 이래 이명박근혜 정권까지 수십 년 동안 쌓이고 쌓인 낙하산들이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혁 정책을 밑에서 짓뭉개고 있다. 쉽게 말해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에서 태극기 독재 좀비들을 키우고 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물론 대다수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국민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면서 묵묵히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하고 있다. 관피아 적폐 세력이란 극소수 부패 고위관료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70여 년 동안 권력과 야합, 각종 이권사업에 끼어들어 재벌과 지역토호, 기레기 언론과 기득권 동맹을 형성해 지금도 여전히 행정 권력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문제는 이들 극소수 고위 관료들이 사법주권의 위임 절차도 없이 권력을 틀어쥔 적폐 중의 적폐 사법부, 아직도 교체되고 있지 않은 적폐 국회의원들과 함께 문재인 정부 개혁을 사사건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혁의 주체는 국민이지 결코 관료가 아니다.

왜 226개 시군구, 3500개 읍면동 주민 공론화위원회로 나아가지 않을까

현법 제7조 ①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공무원은 행정 집행의 전문가로 국민과 주민에 봉사해야 하는 '을'의 존재다. 그런데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입법-사법-행정 공무원들은 주권자가 위임한 행정 권한을 '권력'으로 사유화 해 마구 휘두르며 국민 위에 군림해 오던 갑 중의 갑이었다.

주권자가 직접 참여해서 결정할 수 있는 국민 주체 개혁의 길은 너무나 많다. 왜 전국의 226개 시군구, 3500개 읍면동 단위에서부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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