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 영리병원, 모든 가능성 열어두겠다"…속내는?
원희룡 "제주 영리병원, 모든 가능성 열어두겠다"…속내는?
[언론 네트워크] 허가 여부 초읽기 속 녹지병원 방문 및 주민 간담회
원희룡 "제주 영리병원, 모든 가능성 열어두겠다"…속내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최종 허가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허가 권한을 쥔 원희룡 지사가 공적기관 인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리병원'으로 추진돼온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허가 대신 대안 성격의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최종적인 결정이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원 지사의 의미심장한 발언은 3일 헬스케어타운이 위치한 서귀포시 토평·동홍동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날 오전 도청에서 '금주중 결정' 방침을 밝힌 원 지사는 곧바로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했고, 이어 토평·동홍동 주민들과 마주 앉았다.

주민들로부터 각종 요구를 접한 원 지사는 "최적의 대안을 고민중"이라면서도 '차선책'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원 지사는 "이미 고용된 직원과 건물 등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대안을 찾고 있다. 비영리병원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책임질 수 있는 주체가 인수하는 방안 등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1호 외국인투자병원(영리병원)으로 추진됐다. 

녹지병원의 비영리병원 전환이나 공적기관이 인수하는 방안 등은 그동안 의료계와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원 지사가 직접 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 지사는 또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시간을 끌면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 주 중으로 결론을 낼 것"이라며 "최선은 없겠지만, 차선의 방안이라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제주도 관계자(왼쪽)들과 토평-동홍마을 주민(오른쪽)들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날 낮 12시 동홍청소년문화의집에서 진행된 간담회에는 원 지사와 안동우 정무부지사, 양윤경 서귀포시장 등이 참석했다. 최종 결정에 앞서 마지막으로 해당지역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지역에서는 김도연 동홍동 2통 회장과 오창훈 토평마을회장, 오금수 토평마을부회장, 양철용 토평마을청년회장, 김재현 전 동홍마을회장, 오상순 동홍마을부회장, 김현성 동홍마을회 사무국장, 박성현 동홍주민 등 8명이 참석했다.

김도연 회장은 "헬스케어타운 조성을 위해 조상들의 묘까지 이장했다. 병원 허가만 남았는데, 1년째 멈췄다. 공론조사 결과 공론조사위원회가 녹지병원 불허를 권고했다.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라고 물었다.

오창훈 회장은 "녹지병원 개설 찬성·반대 의견을 절충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다. 현 시점에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옳고, 그름은 후세대가 내릴 것"이라며 "후세대가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준의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금수 부회장은 "헬스케어타운 조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의료관광 활성화를 꾀했다(기대했다). 마을 사업도 아니고, 제주도가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들도 토지를 내놨다"며 "영리병원을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해외에 좋은 의료관광 사례도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병원들이 영리행위를 하고 있는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사실상 허가를 요구했다.

김재현 전 동홍마을회장도 "원 지사가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것 같다. 주민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헬스케어타운 정책 추진에 찬성했다. 원래대로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가세했다.

오상순 동홍마을부회장은 "처음 계획대로 계속 추진됐으면 하지만, 정책이 자꾸 바뀌는 것 같다. 지금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됐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현 동홍주민은 "여러 의견이 있어 (녹지병원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달라"고 신중한 결정을 요구했다.

양철용 토평마을 청년회장은 "영리·비영리병원에 관심 없다. 헬스케어타운 조성으로 주민과 청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생각한다. 만약 불허를 결정한다면 후속 대책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현성 동홍마을회 사무국장은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녹지그룹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다. 헬스케어타운이라는 큰 그림을 봤으면 좋겠다. 건물까지 다 완공됐기 때문에 조건부 허가라도 내려야 하지 않겠나. 가만히 놔두면 흉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원 지사는 "(인허가 절차가)보건복지부가 다 승인해주고, 최종 결정을 제주도가 하라는 이상한 구조다. 의료 공공성 훼손 등 영리병원 찬·반 논란이 있어 중재에 노력했다.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조건부 개설 의견을 내놨고, 공론조사위는 불허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영리병원 운영 방안이나 공적기관 인수 방안 등을 거론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 내부 시설 등을 둘러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보다 앞서 녹지병원 방문에서는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최시영 간호사는 "6개월째 휴직 상태다. 3개월 휴직하고, 복귀를 2일 앞둔 상황에서 (병원 개설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또 휴직했다. 차라리 언제쯤 결정된다고 알려줬으면 좋겠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문희경 간호과장은 "1년 전에 녹지병원에 입사했다. 의료인 입장에서 1년 째 경력이 단절된 상태다. 직업이 있지만, 일을 못하고 있다. 의료인으로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원 지사는 "직원들의 마음을 잘 안다. 직원들의 마음을 감안해 빨리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녹지병원은 중국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이 약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한 병원이다. 진료 분야는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4개이며,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인력까지 확보된 상태다.

녹지국제병원은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면서 전국적인 논란을 초래했다.

제주 시민사회 등은 지난 2월1일 제주도에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서를 접수했고, 제주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숙의형 공론조사가 진행됐다.

공론조사위는 수개월에 걸친 활동 끝에 지난 10월 4일 녹지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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