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 공약은 왜 늪에 빠졌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 공약은 왜 늪에 빠졌나?
[토론회] "문재인 정부는 '노로' 정부…개혁 로드맵 필요"
2018.12.06 14:28:00
문재인 정부의 경제 공약은 왜 늪에 빠졌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 공약은 왜 늪에 빠졌나?

이 질문에 답을 찾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주권자전국회의, 국민주권연구원, 다른백년 등이 공동개최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토론회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 토론회에서 진보 개혁 성향 경제학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전성인 "현 정부 개혁에 기대 접었다"

대략 네 갈래였다. 첫 번째는 현 정부의 개혁 의지 자체가 약했다는 점이다. 공약을 깨고 은산분리 완화, 차등의결권 도입 등을 밀어붙였다.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조차 뒤로 미뤘다. 기존 편의점 근처에 새 편의점이 들어서는 걸 막는 장치 도입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자영업자가 지지 기반인 보수 야당이 크게 반발할 사안이 아니다. 입법 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행정부의 노력만으로도 가능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에야 자율규약 형태로 승인됐다. 현 정부 출범 초기에 이런 장치가 마련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이는 '개혁 의지' 문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가 이런 입장이다. 그는 "현 정부가 경제 개혁을 하리라는 기대를 접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삼성과 유착했던 정황을 열거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핵심 참모였던 사실도 상기시켰다.

'소득주도성장' 추진하면서 '긴축재정'?

두 번째는 재정 확대에 대한 소극적 태도다. 국회예산처 사업평가국장 출신인 조영철 고려대학교 초빙교수가 이 문제를 지적했다. "2018년 정부 예산의 재정충격지수는 '–0.09'"라고 분석했다. 재정충격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건, 긴축재정을 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긴축재정 기조가 '소득주도성장' 등 확대재정을 전제로 한 정책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 공약에는 최저임금 인상만 담긴 게 아니었다. 임금이 올라도, 가계 입장에서 꼭 필요한 지출이 늘어나면, 실질 소득이 감소한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육, 의료, 주거 등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공약도 포함돼 있었다. 또 기초연금 확대 등 소득을 직접 늘리는 정책도 있었다. 이런 정책은 모두 강력한 확대재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충격을 줄이려면, 재정확대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공약 역시 강력한 확대재정을 가리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현 정부에 참여한 학자들 역시 "문재인 정부는 아주 적극적인 케인지언 정책을 쓸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기획재정부의 세수 추계 오류, 왜 방치했나?

그런데 정부 출범 이후 지금껏 재정정책은 '긴축' 방향이었다. 이런 모순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소득이 줄어든 하위 계층의 반발을 불렀다는 설명이다.

이런 모순은 왜 생겼을까? 청와대의 책임과 함께 짚어야 할 문제가 기획재정부의 세수추계 오류다. 조 교수는 "2017년 결산 결과 23조4000억 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예측보다 15조 원 이상 높은 수치다. 그리고 기획재정부의 세수추계 오류는 매번 반복됐다. 기획재정부의 오류 탓에 정부는 재정을 써야 하고,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쓰지 못했다. 그 후폭풍을 지금 겪는다.


기획재정부의 세수추계 모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전문가 집단에서 거론됐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오류를 방치했고, 사실상 재정을 긴축했다. 


세수 추계 오류, 고의성 없나?


기획재정부의 오류가 그저 실수였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최종 보고서인 100대 국정과제 보고서를 보면, '100대 국정과제 사업 5년 소요 재원 178조 원 조달계획'이 나온다. 초과세수 60.5조 원, 과세기반 강화 17조 원, 지출 구조조정 84조 원 등으로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현 정부 임기 동안 당초 국가재정운영계획에서 예상한 것보다 초과세수가 60조 원 이상 더 걷힐 것을 예상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수 추계를 보수적으로 했다. 실제 세수보다 턱없이 적은 규모였다. 국가재정운영계획 예상치보다 60조 원 이상 더 걷히리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세수 추계를 실제보다 적게 했다면, 궁금증이 인다. 조 교수는 이런 문제를 거론하며 "기획재정부가 의도적으로 세수 전망을 축소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대 최대 예산? "실제로는 긴축"

조 교수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내년도 예산 역시 "실제로는 긴축"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총지출 예산안 증가율도 9.7% 증가로 잡았으나 2018년 세수 추계를 정확히 했으면 실제 증가율은 4.8%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경기 하강 국면 및 일자리 감소 등에 따른 재정 수요를 따라잡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정부는 재정을 어떻게 써야 하나. 조 교수는 청년 주거 안정 및 사회복지 분야 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거비용이 늘었다. 그래서 실질 소득이 줄었고, 소득주도성장 노선에 치명타가 됐다. 저소득층 청년의 결혼 기피가 심화된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주거복지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를 뒤집으려면, 사회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 분야의 취업 및 고용 유발 계수가 높기 때문이다. 간호사 등 보건 분야 직업은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자에게 중간 이상 소득을 제공한다. 보건복지 분야 예산을 늘려서, 이런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기획이 안 보인다는 점을, 조 교수는 답답해했다.

문재인 표 '혁신성장', 박근혜 표 '창조경제'와 똑같다

세 번째는 산업정책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가 이 문제를 다뤘다. 그는 한국 경제가 '이중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어려움을 거론했다. 하나는, 군사정부가 '압축적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재벌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점이다. 재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 구조다.

나머지 하나는, 이런 '압축적 공업화'가 수명이 다했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한국 경제가 '탈(脫)공업화'한 시기를 1992년으로 잡았다. 그때부터 제조업 일자리가 줄기 시작했다. 이듬해 문민정부가 출범했다. 민주화 세력이 집권했고, 그들에겐 '기존 제조업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과제를 제대로 떠안은 정권은 없었다. 이는 보수와 진보 모두 마찬가지였다. '신성장동력 발굴', '녹색성장', '창조경제', '혁신성장' 등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최 교수는 역대 정부의 관련 보고서들을 인용하면서, 제목의 단어만 다를 뿐 핵심 내용은 완전히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현 정부는 과거 자리 잡은 불공정 구조를 깨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짜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늘릴 수 없고, 투자 확대도 어렵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투자자들이 지갑을 연다.

"역대 정부 산업정책 실패에 대한 평가가 없다"

문제가 뭘까. 최 교수는 과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없는 문화를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선진국과 다르다고 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 정책인 '녹색비전'에 대해 정교한 분석을 했다. 이런 산업은 정보기술(IT) 산업 성공모델인 실리콘밸리 유형과 성격이 다르다는 반성이 뒤따랐다. 이른바 '벤처' 모델은 적용하기 힘들다.

산업마다 필요한 정책 조합이 다르다. 기술과 산업의 성격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있어야만, 적절한 정책 조합을 구현할 수 있다. 다른 산업에서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부작용이 생기기 십상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이런 분석과 평가가 없다. 친환경 산업이건, 정보기술 산업이건, 산업정책 담당자들은 늘 같은 처방을 내놓는다. 규제를 푼다거나 관련 연구개발 예산을 조금 늘린다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가 왜 문제인지, 어떤 기술이 산업의 발목을 잡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다. 규제 완화, 연구개발 지원 등이 구체적인 방향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발언산업을 모른다


비슷한 경제 규모의 외국에 비해 한국은 정부, 정치권, 언론 등의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과도 맞물려 있다. 게다가 산업을 지배하는 재벌 총수 일가는 경영권 확대와 승계 문제가 주요 관심사다. 기술 및 산업의 변화를 예민하게 들여다보면서, 정책 방향타를 움직일 주체가 마땅치 않다.

최 교수가 꼽은 사례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었다. "(자동차 및 조선 산업에서)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라는 발언이었다. 자동차 산업이 겪는 변화를 마치 경기 순환처럼 이해하는 발상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관련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불공정'과 '불균형'을 구별해야

최 교수는 '불공정'과 '불균형'을 구별하는 시각을 주문했다. 흔히 '갑질'로 드러나는, 대기업이 손실을 사회화 하는 문제는 '불공정'과 맞물려 있다. 


반면, '불균형'은 '탈공업화'와 맞물려 있다. 지금껏 '괜찮은 일자리'는 기존 제조업에서 주로 만들어졌다. 다른 산업에선 '괜찮은 일자리'가 적었다. 이는 기존 제조업과 다른 산업 사이의 '불균형' 문제다. 정책 당국이 '불공정'에서 비롯된 문제와 '불균형'에서 비롯된 문제를 뒤섞는 순간, '괜찮은 일자리'는 늘어나기 어렵다. 현 정부가 이런 늪에 빠져 있었다는 게 최 교수의 진단이다. 


"촛불혁명 실패가 극우 창궐로 이어질 가능성"

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 정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거론했다. 그리고 현 정부의 '혁신성장' 역시 비슷하다고 했다.

기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 종사자가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옮겨가도록 하는 과정이다.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충격을 줄이려면, 역시 대규모 재정이 필요하다. 복지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 조영철 교수가 한 지적과 통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재정 확대, 복지 강화, 새로운 산업에 대한 방향 제시에 대해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최 교수는 현 정부가 이런 문제를 거론하면서, "촛불혁명의 실패가 극우의 창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현 정부 임기 안에 보유세 실효세율 0.5% 달성해야"

네 번째로 거론된 문제는 부동산 보유세였다. 앞서 거론된 문제들은 모두 재정을 확대해야 풀 수 있다. 재정을 확대하려면, 세수를 늘려야 한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 이 문제를 다뤘다.

새로운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는 지나친 지대 추구 성향도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창업에 도전하기보다, 건물주가 되는 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기술 창업에 성공한 이들 역시 사업을 정리한 뒤엔 건물을 산다.

사회복지를 강화해도 서민이 효과를 느끼기 어려운 배경에도 부동산 문제가 있다. 복지 증가 효과를 주거비용이 상쇄하기 때문이다.

남 소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OECD 주요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2015년 기준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은 일본이 0.57%, 미국이 0.71%, 캐나다는 0.87%, 영국은 0.78%다. 한국을 제외한 OECD 국가 평균은 0.39%다. 그런데 한국은 0.16%에 불과하다. 부동산 보유세를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올렸다면, 현 정부 초반의 부동산 대란도 없었으며, 세수 역시 늘릴 수 있었다는 게 남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적어도 현 정부 임기 안에 0.5% 수준에는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유세 실효세율 1%를 향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했다.

'로드맵'이 너무 많았던 노무현 정부, '로드맵' 없는 문재인 정부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경제 전문가들이 강조한 대목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한결같이 나온 단어가 있었다. '개혁 로드맵'이다.

전성인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노무현 정부는 '로드맵 정부'였다. 너무 다양한 '로드맵'을 만들었는데, 실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정반대다. '노로' 정부다. 노 로드맵(No roadmap)이다. 로드맵을 아예 안 만들어서 문제가 된다. 현 정부는 최근 들어 온갖 규제를 갑자기 풀어버렸다. 보수 언론조차 놀랐다. 이런 상황을 누가 예상했나. 정부가 어떤 장기 구상을 갖고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 여기서 한번 물어보자.

'내년도 경제 개혁 과제, 지금 떠오르는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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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석 기자 mendram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교육과 복지, 재벌 문제를 주로 취재했습니다. 복지국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내려고 김용철 변호사의 원고를 정리했습니다. 과학자, 아니면 역사가가 되고 싶었는데, 기자가 됐습니다. 과학자와 역사가의 자세로 기사를 쓰고 싶은데,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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