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의원 대거 불참으로 'F15 의혹 규명' 좌절

이회창ㆍ정대철ㆍ정재문 의원 등 안보여 물의

손봉석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02.04.03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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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는 2일 김동신 국방부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차기전투기사업(FX사업)에 대한 국방부 보고를 받고 질의를 펼쳤다. 그러나 정작 외압을 폭로한 조주형 대령에 대한 증인 채택 등 핵심적 의결사항은 회의 참석자가 국방위원회 소속의원 18명 가운데 과반수인 9명에도 미달해 표결도 하지 못하고 회의를 마쳐 큰 물의를 빚고 있다.

국방위 의원들의 이같은 불성실함은 현재 범국민적 관심사인 FX사업의 중차대성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외에, 일각에서는 국방위원회 의원들이 혹시 미국 보잉사의 로비에 넘어가 의도적으로 회의를 결렬시킨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날 회의 불참자들 가운데에는 이회창 한나라당총재,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 등 여야 거물들이 포함돼 있어 비판여론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두명의 의원만 열심이었다"**

이날 국방위원회는 FX 사안에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해서 이례적으로 두 명의 시민단체 대표에 대해 참관을 허용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참여연대의 이태호 정책실장은 자신이 목격한 회의장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한나라당 강창성 의원은 집요하게 전투기 도입사업의 문제점을 추궁하고 조 대령의 증인채택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박승국 의원도 F-16의 개조를 통한 성능향상과 공중급유기 도입을 통한 전력강화등 차세대전투기의 대안이 있음을 밝히는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나머지 의원들은 언론에도 이미 보도가 된 상식적인 질문이나 이미 밝혀진 사안들을 나열하는 수준의 언급만 이어갔다."

이 실장은 또"전체적으로 FX사업과 관련된 비리나 외압을 밝혀내겠다는 의원들의 열의가 부족해 보였고 여야 간사간의 협상에 의지해서 회의가 진행되고 참석한 의원들 중 일부는 수시로 자리를 비우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회창ㆍ정대철ㆍ정재문 의원 아예 불참**

이 실장의 전언에 따르면, 회의석상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천용택 국방위원장(민주당)과 강창성(한나라당), 이현숙(한나라당), 박세환(한나라당), 박승국(한나라당), 배기선(민주당) 의원 정도였다.

김성순(민주당), 장영달(민주당), 박상규(민주당) 의원 등은 질의를 하기는 했으나 자리를 뜨고 있다가, 이날 회의의 핵심사안인 조 대령의 국회증언에 대한 표결이 정족수가 모자라자 차례로 급하게 위원회로 돌아왔다.

한승수(무소속), 강삼재(한나라당), 김기배(한나라당), 강창희(한나라당) 의원은 출석기록은 있으나 질의나 응답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고 수시로 자리를 떴다가 표결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와병중이라 참석이 불가능한 김태호 의원을 제외하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당내행사를 이유로, 정재문(한나라당), 정대철(민주당) 의원 등은 지역구행사 등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방위원회는 "이제까지 반복해서 계속 듣던 김동신 국방장관의 일방적인 해명성 답변뿐 아니라 외압을 폭로한 조 대령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는 야당의원들의 문제 제기로 의원들 간에 설전이 이어져 예정돼 있던 장관답변도 듣지 못하고 6시20분경에 산회했다.

그러나 실제 산회 이유는 증인 채택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이태호 실장은 전했다.

국방위원회는 오는 8일 회의를 다시 열어 이 사안을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국방위 의원들, 혹시 미국 로비에 넘어간 게 아니냐"**

공군이 2040년까지 운용할 차기전투기획득을 위한 FX사업의 총사업비는 4조2백9십5억원. 그러나 최근의 원화가치 하락으로 사업이 실제로 진행되면 2~3조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이다.

더욱이 국방부가 사실상 미국 보잉의 F15를 차기전투기로 내정함에 따라 시민단체와 프랑스 다소사 등이 강력반발하면서, 국방부가 처음부터 F15를 내정한 뒤 숫자조작과 배점방식 변경을 통해 F15 구입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국민의 초미의 관심사중 하나인 FX 사업에 대한 국회 차원의 의혹 규명 노력이 국방위원회 의원들의 불참으로 증인 채택 등 핵심사안을 의결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의원들이 입으로만 의혹을 제기할 뿐, 실제로는 의혹을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오래 전부터 국방위 의원들을 상대로 미국 보잉사가 치열한 물밑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국방위 의원들이 이같은 의혹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오는 8일 열릴 예정인 국방위에서는 조주형 대령 증인 채택등 분명한 의혹규명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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