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발언 후폭풍
나경원의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발언 후폭풍
민주·바른미래·평화·정의 "강력 징계", "의원 제명 추진" 성토
2019.02.10 17:45:07
지난 8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국회에서 5.18 토론회를 주최하고 극우 인사 지만원 씨를 연사로 초청한 데 이어, 같은 당 의원들이 이 토론회에 참석해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변질된 게 아니라 정치적·이념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이종명),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김순례) 등 망언을 한 사실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10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귀를 의심할 만큼 심각한 범죄적 망언"이라며 "한국당 의원들의 범죄적 망언은 피흘려 민주화를 일궈낸 우리 현대사를 폄훼하는 것이며 민주화의 주역인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동의해서 5.18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법원도 그 정당성을 인정했는데 지금 한국당이 이 동의를 부정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5.18 정신을 계승하는 게 아니라 부정하는 것이고,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국민 합의에 맞서겠다는 행태"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같은 망언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러면 나치의 만행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이냐"고 한국당 지도부까지 겨냥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5.18은 폭동이고 북한군이 개입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인정하겠다는 말인지 분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 망언이 문제가 될 것처럼 여겨지니 한국당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5.18은 국민 모두의 아픔이며 의혹 제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것이 한국당의 진심이라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며 "임시방편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면 구체적이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상응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 시작은 망언을 한 의원들에 대한 즉각적 출당 조치"라고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국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며 "범죄적 망언을 한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해서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만약 한국당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는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 함께 이들 의원에 대한 국민적 퇴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형사적 조치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겠다"며 "고발 조치 등도 평화당과 같이 논의해 보겠다"고 부연했다.

야3당도 의원직 제명까지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격분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은 일요일 휴일인데도 긴급 최고위원회까지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평화당은 최고위 결과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키로 했다"며 "자유한국당 5.18 망언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 장병완 원내대표를 위원장에 임명하고 내일(11일)부터 국회 앞 농성에 들어갈 예정인 5.18 단체들과 연계 활동을 벌일 것"임을 결정했다고 김정현 평화당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특위 간사이고 5.18 유공자인 최경환 의원이 당사자로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모욕죄 등 법적 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관련자들을 고소·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이 무도한 행패를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5월 항쟁을 매도하고, 광주·전남 시도민을 모욕한 정치적 패륜을 저지른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제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사과와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또한 민주항쟁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폭도이자 괴물로 매도된 피해 당사자, 정의당 당원들을 중심으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진행해 사법적으로도 단죄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전날 김정화 대변인 논평에서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며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상처받은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김병준·나경원 진화 나섰지만…羅 "다양한 해석 있을 수" 발언으로 논란 더 키워

한국당은 진화에 나섰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작년 10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고(故) 김의기 열사의 묘소 앞에 잠시 머물러 참배를 했었다. 김의기 열사는 경북 영주 출신"이라며 "김의기 열사의 죽음이 말해주듯, 5.18은 광주 시민만의 아픔이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5.18은 또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된 사건"이라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6.25 호국영령, 4.19 민주영령과 함께 5.18 광주의 민주영령들에게도 큰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4.19든 5.18이든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활발한 논쟁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한 끝없는 의혹 제기는 곤란하다. 소모적이기도 하거니와, 사회적 논의의 수준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 대국민특별담화에서 '문민정부는 5.18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민주정부'라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당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수 있는 정당이지만, 기본적으로는 5.18에 관한 문민정부(김영삼 정부)의 역사적 결단을 존중하고 계승할 책무가 있다"고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내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을 겨냥한 듯 "개인적으로 못마땅할 수도 있으나 5.18은 1993년 우리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이래 매년 정부 주최 기념식을 통해 여야가 함께 기념해 온 사건"이라며 "그렇다면 적어도 정치권만큼은 그 역사정신을 존중하는게 국민통합 차원에서 옳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논란이 우리 당을 과거의 프레임에 옭아매거나, 그로 인해 보수통합이 저해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의 지혜로운 판단을 당부한다"고 했다.

전날에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토요일 휴일임에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어 "최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자유한국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고 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김영삼 정부 때 5.18특별법이 제정돼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돼 오늘에 이르렀듯, 한국당은 광주시민의 희생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헌신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입장문 가운데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라는 부분은 이날 홍영표 원내대표가 "그러면 나치 만행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단 말이냐"고 꼬집은 데서 보이듯, 정치권 내의 반격과 추가 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사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방미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미 밝혀진 역사에 대해 거꾸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 자꾸 과거로 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5.18 희생자들에게 아픔을 주었다면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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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