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이 남기고 간 과제들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이 남기고 간 과제들
[복지국가SOCIETY] 혁신적 복지국가 길 열어야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이 남기고 간 과제들
김현철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월 2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CEO 초청 조찬 간담회'의 발언 문제로 사퇴했다. 2019년도 신남방 국가의 경제 정책과 주요 방향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문제가 되었던 발언은 "우리나라의 50·60대도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SNS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만 말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를 가보면 '해피 조선'을 느낄 것이다." 등이었다. 정치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문제가 되었던 김 전 경제보좌관의 발언 자체로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많았음이 확실하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책임 막중했는데…

발언 직후 각종 언론을 비롯해 인터넷 등에서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았고, 이날 바로 김현철 보좌관은 설명 자료를 냈다. 그는 "50·60세대인 박항서 감독처럼 신남방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맥락이었고, 50·60세대를 무시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쉽사리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바로 다음 날인 1월 29일 김 보좌관은 출근하자마자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청와대는 전격적으로 사표를 수리했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안 좋고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였다.

김현철 전 보좌관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직위를 겸직했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는 2018년 8월에 출범했다. '신남방 정책'이란 인도를 포함해 아세안 10개 국가들과 경제 협력과 상생을 위한 공동체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아세안 국가의 인구는 약 6억4700만 명 정도이고, 인도의 인구는 약 13억 명이다. 지나친 중국과 미국 의존도를 극복하고, 신남방 국가들과 전략적 동반자로서 미래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 나라는 젊고 역동적이고 중산층 인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 시장으로서도 아주 중요한 지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신남방 정책을 표명하고, 바로 다음 해 8월 전격적으로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2020년까지 아세안 국가들과 교역액 2000억 달러, 2023년까지 인도와 교역액 500억 달러를 목표로 정책 비전을 수립했다.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담당할 특별 조직의 수장으로서 김현철 전 위원장(보좌관)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했다. 그랬기에 그의 발언 취지는 공감하나, 왜 표현과 언사에 신중을 기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연합뉴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시장개발위원회의 마중물돼야

한국의 미래는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데 달려 있다. 경제 민주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공정한 경제>라는 하나의 축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혁신적 경제>라는 또 하나의 축이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운 시장' 중에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 바로 아세안이고, 인도이고, 신남방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주요 기반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 20억 인구의 신남방 시장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제품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먼저 시장을 열고, 뒤를 이어 대기업이 따라가서 시장을 장악하는 단계별 접근 전략을 펴야 한다. 대기업의 해외 매출 신장은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나, 중소기업의 매출 신장은 고용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43조7700억 원, 영업이익은 58조9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8년 주주에게 지급한 총 배당금은 2017년보다 66% 늘어난 9조6000억 원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투자는 지난해보다 20%나 감소한 180억 달러(약 20조1690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반도체 시장 조사 전문 업체 IC인사이츠).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배당금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대기업의 고용은 제자리다. 어려운 경제 상황의 극복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기대는 어리석다. 주주 행동주의로 인한 경영권의 방어가 우선일 뿐이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몇 번이고 만난다 한들 달라질 것은 거의 없다.

인도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서 어쩌면 우리나라 보다 앞서 있다.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라는 정책으로 IITM 리서치 파크(인도 공과대학 리서치 파크)와 같은 연구 단지를 전국에 만들었고, 2016년부터 1만5417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이다. 이곳 기업들은 3년간 20여 평의 사무실 임대료가 공짜다. 인도 남부 마드라스 인도 공과대학(IITM) 리서치 파크에는 건물 4곳에 184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있고 74개의 연구개발(R&D) 연구실이 있다. 사무실을 무상으로 쓸 뿐만 아니라 600명이 넘는 교수진이 회사 운영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컨설팅 한다. IITM 리서치 파크는 글로벌 시장에 맞춰 초기 스타트-업부터 제품과 서비스가 상용화될 때까지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도 대학 내 산학협력단을 만들어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 사업, 선도대학 육성 사업(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이하 LINC+), 창업 선도대학 사업, 연구마을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복이 많고 형식적이고 시장 지향적이지 않다. 연구개발(R&D)은 정부 지원 자금의 획득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산학협력 사업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시장을 읽어내고 시장을 개발하는 정책으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가 실패한 이유는 좋은 기술과 좋은 상품을 만들면 저절로 팔릴 거라는 공급자 지향 정책의 오류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통령 직속으로 시장개발위원회(MDO: Market Development Organization)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개발위원회는 새로운 인구 변화, 한류 및 다문화 등을 기회로 한국의 시장을 공격적으로 만들어가는 대통령 직속 최고 조직을 의미한다. MDO는 통상 교섭과 투자 분야뿐만 아니라 새로운 해외시장을 정부 주도적으로 찾아내고, 그 시장에 국내기업이 진출하도록 하며, 해외투자와 IPO까지 지원하는 총체적 역할을 포함한다. 미국에는 USTR이란 조직이 있다. 10~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 200명 넘게 있다. 입사 이후 줄곧 통상 관련 업무만 담당합니다. USTR 수장은 대통령 주재 각료회의의 장관급 고정 멤버로 19개 관련 기관으로 이뤄진 무역정책심의그룹(TPRG)을 총괄·지휘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사 조직은 4차 산업혁명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정부 측 5명, 민간 측 19명으로 24명(지원단 28명)로 구성되어 있으나, 시장 개발을 위한 조직으로 보기 어렵고 현존 하는 시장을 위한 전략적 조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는 MDO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조직이다. 신남방 국가들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발하고 정책적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기 위한 중요한 조직이다. 전임 위원장의 발언 문제로 이 조직의 위상과 역할이 위축되어선 안 된다. 물론 전임 김 위원장의 드러난 발언은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어느 언론도 그 발언의 이면에 있는 '신남방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시장 개발과 복지국가의 길을 열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몇몇 전문가들은 1~2년 후에 닥쳐올 세계 경제의 불황 등을 예견한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이언 브레머는 지금이 한국의 경제 체질을 바꿀 마지막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지나친 미·중 의존적 체질에서 변해야 한다. 정부는 신남방 정책과 한국의 미래를 위한 시장 개발에 흔들림 없는 정책 의지를 가지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지혜를 모아내야 한다. 신남방 정책이 구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치밀한 정책적 전략과 정치적 실현 능력이 필요하다.  

혁신적 경제는 묵은 정치적 논리나 여론에 휩쓸려서는 만들어갈 수 없다. 복지국가를 위한 소득주도 성장,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 적극적 재정 정책(증세), 국가 개입에 의한 정부 주도적 산업 정책,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흔들림 없는 정책 실현을 위해선 정치·경제 기득권자들과 싸워서 쟁취해 내야 한다. 경제-산업-교육-노동-복지 등을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복지국가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이제 문제는 실력이다. 시장의 작동 방식을 잘 알고, 정부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복지국가는 구호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전략이자 행복 실현의 모델이다. 

(박민식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전 국회의원 보좌관입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http://www.podbbang.com/ch/10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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