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에 대한 법 만들면 따를 수 있나?"
"북한이 남한에 대한 법 만들면 따를 수 있나?"
야당·시민사회, MB 2년 대북정책에 집중 포화
2010.02.24 17:12:00
"북한이 남한에 대한 법 만들면 따를 수 있나?"
"마음속으로는 효도한다고 하면서, 부모님께 용돈과 생활비를 안 대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6.15 남북공동선언 탄생의 한 주역이었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현 정부가 6.15 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을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걸 두고 이같이 비유했다.

24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2년 평가와 제안-정당·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박지원 의원은 "정운찬 총리가 6.15 선언 10주년을 위해 아무런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은 현 정부가 이 선언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법 반드시 막을 것"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이 자리에서는 이명박 정부 2년간의 대북정책에 대해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다.

박지원 의원은 "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북한의 화폐개혁 때문에 북한이 곧 붕괴할 거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며 이와 같은 정부 입장이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나는 (그렇게 믿는 전문가들에게) '독일 통일의 경험을 봐라. 북한이 붕괴한다면 우리도 살 수 있겠는가. 함께 망한다.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을 안정된 수준에 올려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의원은 최근 여야간 논란 속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에 대해 "어떻게 해서라도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도 '북한이 남한에 대한 법을 제정해서 그걸 지키라고 하면 우리가 지키겠는가. 북한인권법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며 "남한에서 북한(에 관한) 법을 만들어서 무얼 하자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먹고 사는 문제인 기본적 인권이 해결될 때 정치·사회적 인권도 요구될 수 있다"며 "인권법을 제정해 북한을 자극하기보다 식량 지원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이 법이 절대 통과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 의원은 "대북 삐라(선전물)를 보내는 단체를 지원하는 북한인권법은, 호혜나 연대 차원에서 접근한 법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망신 주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북한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인권은 북한을 둘러싼 대결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롭게 살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인권법을 만들면서) 평화롭게 살 권리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MB, 지난 10년 성과 지우려 한다" 한 목소리

이정희 의원은 2년간의 대북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자기평가'에 십자포화를 퍼붓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 통일연구원 토론회에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한 기조연설 발언을 지목하며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에 '무지, 무능력, 무책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태효 비서관이 '쌀 지원은 인도적 지원이 아닌 전략적 지원이다' '경협이 활성화 되려면 핵 문제가 풀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지난 정부 10년간 인도적·경제적 지원이 군사·정치 관계와 무관하게 이뤄진 사실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라고 말하는 등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정부 내 외교·안보 책임자들을 교체하지 않고는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국민참여당의 김영대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개성공단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개성공단이 경제적 실리 추구·남북간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는 사업인데, 전 정부 10년간 추진한 사업이라고 해서 현재 거의 중단된 상황에 놓인 걸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경제적 교류만큼은 정치적 목적을 떠나 이뤄져야 한다"며 "이 대통령 이후에 누가 집권하든, 이 대통령이 평양에 간다면 그 다음 정부도 거기서 나온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 시민사회 대표들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의 성과를 부정하고 6.15 선언을 방치한 결과 △지속적인 한반도 안보 불안 △북핵 문제 해결의 답보 상황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실종 △ 개성공단·관광사업 정체 △인도적 지원 중단 △민간교류 통제 등의 문제점을 낳았다고 총평했다.
mal@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