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의 그것이 '방향제' 아니라 '살충제'였다니..."
"휴게소의 그것이 '방향제' 아니라 '살충제'였다니..."
고속도로 휴게소, '환경호르몬' 포함 살충제 무차별 분사
2004.07.29 13:35:00
"휴게소의 그것이 '방향제' 아니라 '살충제'였다니..."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실내에 설치된 '자동분사 시스템'의 상당수가 방향제가 아닌 살충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분사되는 살충제에는 유해 물질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고속도로 이용객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환경 호르몬' 포함된 살충제 휴게소에 분사돼**

그 동안 유해 물질 고발에 앞장서온 환경정의(이사장 원경선)는 29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1백30곳 고속도로 휴게소를 임의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일부 휴게소에 심각한 유해물질이 함유된 살충제가 분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정의에 따르면, 조사 대상 42곳 모두 방향제ㆍ살충제를 사용하고 있었고 이중 40%에 해당하는 19곳의 휴게소는 식당에 살충제를 배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정의는 "그 동안 시민들이 방향제로 알고 있던 상당수가 살충제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살충제 중 일부(7곳)는 '환경 호르몬'으로 알려진 '퍼메트린'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정의는 "대표적인 가정용 살충제보다 '퍼메트린' 함유량이 약 2배를 상회해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퍼메트린'은 가정용 살충제 등에도 포함된 유해 물질로 피부염, 안구통증, 소화기계 자극 등을 유발하며,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특히 유해하다. 일본 후생성과 세계야생보호기금(WWF)는 '퍼메트린'을 '농약류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환경정의는 42곳 중 21곳은 용기가 닫혀 있어 제품과 성분 확인을 못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런 '퍼메트린' 분사기가 더 많이 있을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음식물 배식구 위에도 '살충제 분무기'**

이번 환경정의 조사 결과, 각 휴게소의 자동분사 살충제의 관리 실태도 엉망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분사 살충제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할 수 없고, 분무기체를 흡입해서도 안 되며, 음식물에 닿아서는 안 된다는 주의사항이 있지만 대부분 휴게소에서는 이런 사항들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휴게소 식당에는 음식물이 제공되는 배식구 위에 자동분사기가 설치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휴게소 관계자는 "음식물을 조리하는 내부에도 유해 곤충들이 모이기 때문에 미관과 청결 유지를 위해 배식구 주변에 살충제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환경정의는 "그동안 식당 이용객들은 농약을 뿌린 음식을 제공받아 온 것과 마찬가지"라며 "유아나 임산부ㆍ노약자의 경우에 건강에 심각한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 기관은 '내 탓 아니다', 책임 떠넘기기**

한편 관계 기관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해 온 것으로 나타나 분노를 사고 있다.

환경정의는 "휴게소 영업을 담당하는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관리공단은 '1차적인 관리는 살충제 납품업자에게 있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고, 환경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소관이기 때문에 관리ㆍ단속의 의무가 없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현재 '퍼메트린'이 사용된 살충제의 사용 허가에 관한 책임은 식약청에게 있기 때문에 환경부 등이 관리ㆍ감독할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화학물질안전과', '환경보건정책과', '유해물질과' 등 관련부서를 두고도 단속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관여를 못한다는 것이다.

환경정의는 "시민들의 환경과 건강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를 책임져야할 공공 기관들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살충제는 아무리 저독성이라 해도 인체 무해성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입증되지 않는 한 '사전 유해성 추정 원칙'에 따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정의는 "특히 이번에 발견된 '퍼메트린'의 경우에는 과학적으로 '인체 유해성'이 검증된 유해 물질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정의는 "유해 살충제의 확산과 가동을 막고 관련 기준을 조속히 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휴게소ㆍ극장 등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총체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정의는 또 “유해 화학 물질에 대한 '사용 표시' 및 '경고 문구 표시'를 의무화하고, "유해 물질을 통합ㆍ관리할 수 있는 '유해 화학 물질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tyi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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