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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맞추기' 천안함 조사, '화약 성분'에서 스텝 꼬였다

靑·국방부, '서방 어뢰'로 아군오폭설 재점화되자 당황

안은별 기자 2010.05.10 18:32:00

천안함 선체에서 검출된 화약성분과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알루미늄 파편이 정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화약성분은 어뢰 등 무기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비접촉 수중 폭발'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잠정 결론을 뒷받침하지만, 그 성분이 서방 국가에서 사용하는 것에 가깝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을 천안함을 침몰시킨 배후로 지목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해왔던 정부는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에 적극 나서고 있다.

"OO제 어뢰 = 북한이 OO에서 수입한 어뢰"?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의 연돌(연통) 부분 등에서 검출한 화약성분은 백색·결정성·비수용성을 특징으로 하는 RDX인 것으로 드러났다. RDX는 위력이 강한 고폭약이며 기뢰가 아닌 어뢰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합조단은 어뢰 폭발로 결론을 내린 상태라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절단면 근처에서 발견된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 파편도 어뢰의 외피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조단이 내린 결론은 힘을 얻는 듯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무기 제조국에 대해 '응당' 북한과 관련되어있어야 할 국가들이 거론되는 대신 독일, 미국 등 서방세계가 지목되면서 정부의 스텝이 꼬였다.

발단은 지난 7일 정부 고위 관계자가 <연합뉴스>에 전한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합조단이 절단면 근처에서 발견된 3~4개의 작은 합금 파편을 정밀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뢰가 독일제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감추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독일제 어뢰를 사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 놓고 증거를 확보하려는 식의 조사에서 비롯된 무리한 논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독일 어뢰일 가능성이 높다면 독일 어뢰를 사용하는 쪽을 우선 검토하는 게 상식이지, 북한이 독일 어뢰를 구해서 사용했다고 하는 건 '짜맞추기'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논란은 8일 <국민일보>에 의해 증폭됐다. 이 신문은 검출된 RDX가 미국, 영국, 캐나다, 한국 등에서 사용하는 어뢰에 들어간다면서 "공산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화약성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검출된 RDX 성분은 독일제뿐만 아니라 미국산 어뢰에서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날 <세계일보>도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RDX 성분이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어뢰의 폭약 성분 배합비율과 다르며 합금 파편도 북·중·러 제품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합조단 관계자 또 "중·러산 어뢰보다는 오히려 미국이나 독일 등 우리 우방국이 보유한 어뢰 성분에 가깝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일보>는 "북한 정찰총국이 무기중개상을 통해 서방세계에서 (어뢰를)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전날 <연합뉴스>와 같은 내용을 전하긴 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어뢰가 우방국이나 한국의 것으로 판명될 경우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국방부는 조사 결과 발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서방의 어뢰를 구해 쐈다'는 논리가 무리라는 시각이 정부 내에도 있다는 것이다.

극력 부인한 아군 오폭설 스스로 불 붙인 격

결정타는 유럽연합(EU) 집행이사회 안보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유럽 안보전문가 조명진 박사가 날렸다. 조명진 박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독일제 어뢰는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스웨덴 국방연구소, 본 국제군축연구원, 독일국제안보연구원 등에서 방위산업 분석가 및 연구원을 역임했던 조 박사는 이 글에서 "어뢰가 중국제·러시아제로 거론되다가 갑자기 독일제로 거론되는 것은 석연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박사는 "백령도 근해에 경계를 뚫고 잠입할 수 있는 북한 잠수함은 상어급 약 300톤 이하"라며 "독일제 어뢰를 장착하려면 한국 해군의 장보고함 209급처럼 1200톤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300톤인 북한 로미오급 잠수함이라면 독일제 어뢰 탑재가 가능하지만 "북한 잠수함의 어뢰발사대가 독일제 어뢰와 호환성이 있다는 건 알려진 바 없다"고 못박고 "더욱이 로미오급 잠수함은 노출이 쉽게 되고 기동성이 떨어져 그 해상에 있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일제) MOT SUD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면, 또 다른 가설은 friendly fire(아군에 의한 오폭)의 가능성"이라고 덧붙였다.

합조단이 찾아낸 물증, 실은 애물단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북한 어뢰설을 뒷받침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군 오폭설'이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튀자 청와대가 나서 부랴부랴 수습을 시도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고위 관계자는 9일 <세계일보>의 보도에 대해 "진짜 작문"이라며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어뢰가 독일제일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으면서 "아직 (어뢰 제조국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말로 대답을 갈음했다. 그리고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 결과 발표일은 당초 알려졌던 20일 보다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전제 하에 진행됐던 조사가 한 순간 아귀가 어긋나자 수많은 의혹이 증폭되는데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초기의 대응 방식으로 돌아선 것이다.

▲ 김태영 국방부 장관 ⓒ뉴시스
청와대가 진화에 나서자 김태영 국방장관도 거기에 동참해야 했다. 김태영 장관은 10일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해 "(침몰 해역에서) RDX가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서방세계에서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RDX는 2차대전 때부터 사용된 폭약 성분으로 옛 소련을 포함한 다수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사용되고 있고, 현재는 모든 국가의 군과 산업현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합조단 대변인인 문병옥 해군 준장도 "(알려진 것과 달리) 어뢰 뿐 아니라 기뢰도 RDX를 사용한다"며 물타기에 동참했다.

김 장관은 또 지금까지 정부 및 합조단 관계자를 통해 사실상 어뢰 공격으로 굳어진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어뢰 가능성이 클 뿐이지 뭐라 말하기는 이르다"라고 톤 다운된 발언을 내놨다

결국 주말에는 어뢰 공격을 강력하게 입증하고 북한 정찰총국의 수입 경로까지 증명해 주는듯했던 RDX와 금속 파편은 이날 다시 "어느 나라 것인지 밝히기 어렵고, 기뢰일 수도 있는" 느슨한 증거로 전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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