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총리 '산불대란속 골프' 파문
이해찬총리 '산불대란속 골프' 파문
일선공무원들은 철야로 동분서주, 총리는 고위직들과 한가로이 골프
2005.04.09 09:09:00
이해찬총리 '산불대란속 골프' 파문
이해찬 총리가 지난 5일 오후 강원도 양양 산불로 온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시간대에 부하직원들과 한적하게 골프를 즐긴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이 이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크게 일고 있다.

***'완전 진화' 보고 받고 이총리 골프 쳐**

양양지역의 대형산불이 한창인 지난 5일 오후 2시 이해찬 총리가 총리실 및 국무조정실 간부 7명과 함께 경기도 포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골프회동에는 이 총리를 비롯해 장관급인 조영택 국무조정실장과 이기우 총리비서실장, 국조실 유종상 기획차장, 최경수 정책차장, 임재오 정무수석, 이강진 공보수석, 박기종 기획관리조정관이 참석했다.

이날 골프회동은 직원 격려 차원에서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이 총리 일행은 이날 오전 11시20분 경기 포천 광릉수목원 시험림에서 식목일 행사를 가진 뒤 수목원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곧바로 인근 골프장으로 옮겨 오후 2시부터 두 팀으로 나눠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이강진 공보수석은 이와 관련, "식목일 행사 이후 총리께서 방재청으로부터 산불이 완전 진화됐다는 보고를 받고 원래 계획했던 (골프)모임을 진행했다"고 해명했으나 당시 상황은 '완전 진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선공무원들은 철야로 동분서주, 총리는 골프**

이 총리 일행이 골프를 치기 시작할 때 이미 양양지역은 강풍이 불면서 산불이 다시 번져 7번국도의 교통통제가 시작된 때였다. 또 민방위통제소는 오후 2시 32분부터 47분까지 재난 예경보 싸이렌을 울리고 방송을 세차례했다. 2시 40분에는 속초시 대포동 등 17개동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고, 3시쯤엔 낙산사 주변으로 불길이 옮겨붙었고, KBS TV 등 언론이 속보로 이 사실을 알리며 긴급재난방송을 해 국민들이 안타까와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와 함께 양양외 고성지역에서도 산불이 거세게 재연되고, 전국적으로 15개 지역에서 산불이 계속 초목을 태우고 있던 시간이었다. 또한 이들 15개 지역의 해당 지역공무원들에게는 산불이 불붙은 전날 밤부터 비상경계령이 내려져 밤을 꼬박 새우며 불을 끄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일선 공무원들은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이에 공무원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총리는 골프장에서 고위간부들과 유유자적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총리는 '산불의 심각성'을 보고 받은 것은 3시 45분께. 권욱 소방방재청장으로부터 잔불이 번져 불길이 거세졌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이 총리는 골프를 중단하고 4시 15분쯤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돌아오며 차안에서 강원도 지사와 소방방재청장, 국방부 장관 등과 전화통화로 산불 상황을 점검하며 이날 오후 7시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이 총리 등 관계장관들이 허둥대는 사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소방방재청을 방문해 산불피해지역 재난사태 발령 검토를 지시했다. 대통령이 먼저 움직인 사실을 안 이 총리 등 관계장관들은 크게 긴장, 당초 오후 7시로 소집됐던 대책회의 시간을 30분 앞당겨 이날 오후 6시반에 모여 뒷북대책을 논의했다.

***야당들 즉각 사퇴 촉구, 임시국회 논란 불보듯**

야당들은 즉각 이총리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참여정부의 모든 것은 골프로 통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강원도 고성양양이 불바다가 된 식목일날 이해찬 총리가 골프를 쳤다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이해찬 총리의 언행을 보면 그때 그 순간 골프를 치고도 남을 위인이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이총리에게 쌓여왔던 악감정을 여과없이 분출시켰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은 태풍이 부는데 뮤지컬을 즐기고 책임총리라는 사람은 산불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났는데 골프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이것이 바로 참여정부의 ‘분권형 통치’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비아냥댔다.

한나라당은 이어 "이제 참여정부의 모든 길은 골프로 통한다"며 "산불브리핑을 받는 자리에서 책임집권당의 의원은 골프지식을 상대로 브리핑을 분석하는가 하면, 총리는 식목일 대형 산불이 났건만 비서진까지 대동하고 두 팀으로 짜서 당당히 골프를 즐겼다"고 재차 비아냥댔다. 한나라당은 "번지는 산불에 옷가지 하나 건지지 못한 국민의 울음소리도 당신들의 귀에는 ‘굿 샷’으로 들렸는가"라고 반문한 뒤 "이해찬 총리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낙산사는 불타고 이해찬 총리는 골프 치고'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천년 고찰 낙산사가 불타고 있을 때 이 총리는 골프를 쳤다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이총리의 즉각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특히 "산불이 소강상태였다는 구차한 변명에 실소를 금할 길 없다"며 "4일 밤 자정 무렵부터 시작된 산불이 밤새도록 불타고, 대형 산불로 인해 이재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총리는 총리식구들과 골프를 취소하고 산불대책을 진두지휘 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이 총리는 이쯤 되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자진 사퇴하여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야당들은 비판논평에 그치지 않고, 막을 올린 임시국회에서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이 총리 퇴진을 압박한다는 방침이어서 '산불 골프' 파문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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