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간디가 주는 선물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간디가 주는 선물
[화제의책] 간디의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2006.12.26 10:04:00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간디가 주는 선물
당신은 간디를 아는가? 막연히 '인도 독립의 아버지'라고만 생각해 온 사람이라면 최근 나온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마흐트마 간디 지음, 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를 꼭 읽어볼 일이다. 이 책에는 지금 세계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에 대한 통찰과 더불어 그에 대한 대안이 들어 있다. 간디가 수십 년 전 인도인을 상대로 호소했던 것들이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메아리로 퍼지고 있다.

진정한 '독립'은 '자치'를 통해 완성된다

중앙권력의 교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사회주의가 허망하게 무너진 후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박제가 된 '절차적 민주주의'가 아닌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채택된 원칙이 바로 '보충성(Subsidiarity)'이다. 즉 모든 결정은 가능하면 지역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간디는 '판차야트'의 복원을 강조하면서 이 원칙을 이미 반세기 전에 강조했다.

판차야트는 인도 마을의 전통적인 의사결정기구다. 마을 사람들이 선출한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판차야트는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기 전까지 인도의 풀뿌리 권력으로 기능했다. 간디는 이 판차야트의 현대적 복원이야말로 바로 인도의 진정한 독립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중앙권력이 영국인에서 인도인으로 바뀐다고 해서 평범한 인도 사람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진실'을 간파했던 것이다.

간디는 판차야트를 단순히 중앙권력의 일부를 넘겨받은 지방권력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그가 판차야트의 복원을 통해 꾀했던 것은 바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역동적인 사회다. 개인과 개인이 "자유롭고 자발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높은 문화에 기반을 둔 공동체를 꾸려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독립은 인도 사람들의 독립을 뜻해야 한다. 오늘날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의 독립이 아니다. 지배자는 그들의 발밑에 있는 사람의 의지에 의존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를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민중의 하인이 되어야 한다. 독립은 바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 진정한 민주주의의 꿈이 실현되는 것을 보고자 한다면 우리는 가장 비천하고 가장 낮은 인도인을 이 땅에서 가장 높은 인도의 지배자와 동등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인도인 록펠러가 미국인 록펠러보다 나을 게 뭔가?

간디가 산업주의에 대해서 그의 후계자였던 네루와 갈등을 빚었던 것은 널리 알려졌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그의 산업주의 비판이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처럼 낭만적인 복고주의에 기댄 것이 아니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네루가 좇는 산업사회가 결코 평범한 인도 사람 대부분의 행복과는 관계가 없음을 냉철한 현실분석을 통해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정확히 묘사한다.

▲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마하트마 간디 지음, 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2006). ⓒ프레시안

"뭄바이의 공장 노동자는 노예가 되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상황은 충격적이다. 공장이 없었을 때 이 여성은 굶주리지 않았다. (…) 공장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다른 부자보다 나을 가능성도 없다. 인도인 록펠러가 미국인 록펠러보다 나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가난한 인도는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부도덕을 통해 부유해진 인도는 자유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인도가 산업사회가 될수록) 가난한 마을 사람은 외국 정부에 착취당하고 또 같은 나라 사람, 즉 도시 거주자들에 의해서 착취당한다. 그들은 식량을 생산하고 굶주린다. 그들은 우유를 생산하지만, 그들의 아이들은 우유를 먹지 못한다. (…) 인도 마을 사람은 신선한 공기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지 못하고, 가장 신선한 식품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신선한 음식을 먹지 못한다."

"내가 반대하는 것은 기계 자체라기보다는 기계에 대한 '열광'이다. 그 '열광' 때문에 결국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로 쫓겨나 굶어 죽게 된다. (…) 오늘날 기계는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의 착취하는 것을 도와줄 뿐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추진력은 노동을 줄이려는 박애정신이 아니라 탐욕이다. 내가 온 힘을 다해 싸우는 것은 바로 그러한 구조이다."



'희망'은 갈망하는 이에게 찾아온다고 했으니…

간디가 꿈꿨던 이상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그는 자신이 꿈꿨던 이상사회의 모습을 뉴델리의 한 거리에서 불렸던 노래의 가사에서 보았다. 유난히 암담했던 2006년이었지만, 더 나은 세계를 향한 희망을 아직도 잃지 않았다면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에 버금가는 이상사회를 묘사한 이 노래 가사를 염두에 두면서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를 읽어보자. '희망'은 바로 갈망하는 이에게 찾아온다.

"우리는 슬픔도 고통도 없는 나라에서 산다네.
환상도 고뇌도 없고, 미혹도 욕망도 없는 곳.
사랑의 강 갠지스가 흐르고 온갖 피조물은 기쁨이 가득한 곳.
모두의 마음이 한 곳으로 흐르고 시간의 흐름을 느낄 일이 없는 곳.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는 곳;
이곳에서 모든 교환은 정당하고
모두가 같은 틀에서 만들어지네.
결핍도 근심도 없고
어떤 모습의 이기심도 없네.
높은 이도 낮은 이도, 주인도 노예도 없는 곳;
모두가 빛이지만 불타는 연기는 없네,
그 나라는 그대 안에 있으니-스와라지 스와데시,
그대 마음속의 고향-승리! 승리! 승리!
그것을 갈망하는 이가 그것을 이루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1962년 인도의 나바지반(Navajivan) 출판사에서 펴낸 'Village Swaragi'를 옮긴 것이다. 이 책은 간디의 방대한 저작물 중에서 여러 다양한 출처에서 발취된 글을 '마을 자치'라는 큰 주제로 묶은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에 대한 간디의 견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간디의 핵심 사상에 접근하는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간디가 직접 쓴 저작 중 이미 소개된 책으로는 함석헌이 옮긴 <간디 자서전>(한길서 펴냄), 1909년 영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간디가 쓴 독립운동 '출사표'라고 할 수 있는 <힌두 스와라지>(안찬수 옮김, 강 펴냄), 교육과 관련된 간디의 글을 뽑아 옮긴 <간디, 나의 교육 철학>(고병헌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등이 있다.
tyi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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