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 이후 '더' 행복하니?…그럼, 찬성해라!"
"IMF 사태 이후 '더' 행복하니?…그럼, 찬성해라!"
[화제의 책] FTA 협정문 해설한 <한미 FTA 핸드북>
2007.06.29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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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사태 이후 '더' 행복하니?…그럼, 찬성해라!"
강양구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30일 워싱턴에서 일단 서명을 하고 나면 한미 FTA는 한미 양국 의회의 비준만 남겨놓는다. 온도차가 있기는 하지만 양국 의회가 비준을 거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아주 낮다. 노무현 대통령은 양국 의회 비준과 관련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미 FTA는 대다수 시민의 관심 밖이다. 일반 시민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공무원도 한미 FTA가 자신의 삶과 업무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관심이 없다. 송기호 변호사가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한미 FTA 협정문을 꼼꼼히 해설한 <한미 FTA 핸드북>(녹색평론사 펴냄)을 서둘러 펴냈다.

한 목소리로 '찬성'하는 그들, 협정문 읽어보기나 했을까?

'공무원을 위한 한미 FTA 협정문 해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한미 FTA 취재 과정에서 접한 몇몇 공무원을 떠올렸다. 한미 FTA를 담당하는 그들은 대부분 낙관적이었다. 그들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한미 FTA로 부작용이 있겠지만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국익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일단 송기호 변호사는 그들이 1171쪽의 협정문을 제대로 읽어보았는지 의심한다. 양도 양이지만 영문 협정문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문 협정문은 국내 참고용에 불과하다. 일단 한미 FTA에 근거한 분쟁이 발생하면 영문 협정문이 기준이 될 게 뻔하다. 더구나 변호사도 낯설기 짝이 없는 영미법 용어로 가득한 영문 협정문을 그들이 과연 제대로 이해했을까?

실제로 협정문 곳곳에 송 변호사의 걱정을 방증하는 예가 있다. 한미 FTA 협정문을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결정한 약값에 미국의 제약회사가 이의를 제기하면 '독립적인 재심 기구'에서 다시 판단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영문 협정문의 'review'를 '검토'라고 번역했다. 이것은 명백한 오역이다.

"절차법에서, 어떤 결정에 대해 다른 독립적 기구가 다시 심사하여 판정하는 상황에서의 'review'는 '재심'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한국이 미국에 보낸 부속서한에 '기구'를 의미하는 'body'가 사용되었으므로, 한미 FTA에서의 재심 절차는 독립적 기구가 담당합니다. 그러므로 바른 번역은 '검토'가 아니라 '재심'입니다."

정부는 국문 협정문의 다른 곳에서는 'review'를 '재심'으로 옮겨놓고도 유독 이 부분만 '검토'로 번역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결정한 약값을 다른 기구에서 번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민감한 부분의 번역을 이렇게 엉터리로 해놓은 것이다. 부도덕한 것이든, 무능력한 것이든, 이런 공무원을 믿고 한미 FTA를 찬성해야 할까?

▲ <한미 FTA 핸드북>(송기호 지음, 녹색평론사 펴냄) ⓒ프레시안

비상시 외환 관리도 미국 '허락' 맡아야…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10년 전처럼 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 달러가 일시에 빠져나가지 못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외국환거래법 제6조). 그러나 한미 FTA는 "모든 송금이 국외로 자유롭고 지체 없이 이루어지도록 허용해야 한다(11.7조)"고 못을 박았다. 물론 한미 FTA도 '송금 제한'을 언급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제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이 IMF 사태와 같은 외환 위기가 염려돼 투자자의 송금을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제한한 경우, 그것이 ①미국인 직접투자 관련 송금을 제한한 것이라면, 이로 인해 투자자가 입은 손실을 보상해야 하며, ②미국과 사전 조율하지 않았을 경우 (…) 송금 제한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야 하며, ③그밖에 투자 관련 송금 제한이 (미리 정한) 여러 요건을 어겼을 경우, 보상해야 합니다."

이렇게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의 경제 운영마저도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초래해놓고도 정부는 이렇게 얘기했다. "미국은 기존 체결한 FTA에서 송금 규제 조치를 허용한 전례가 없으나, 한미 FTA에서는 최초로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송기호 변호사는 이마저도 거짓말이라고 지적한다.

미국과 칠레가 맺은 FTA 협정문을 보면 명백히 "송금 제한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미-칠레 FTA 부속서 10-C). 미국과 싱가포르가 맺은 FTA 협정문도 마찬가지다(미-싱가포르 FTA 부속서 15A). 더구나 칠레, 싱가포르는 대외 송금 제안 조치를 취한 결과, 미국의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더라도 "1년이 경과"한 후에야 중재 회부를 할 수 있는 제한 조건까지 뒀다.

이런 비슷한 예는 협정문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협정문에는 '유보'라는 꼬리표를 단 목록이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대한민국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 서비스와 관련하여 어떠한 조치도 채택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갖는다." 즉, 앞으로도 한미 FTA와 관계없이 앞으로 보건의료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계속 여러 가지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유보 목록에서 따로 거명된 것들을 뺀 나머지 '모든' 항목의 규제는 한미 FTA 11장과 12장을 거스르는 것으로 전면적으로 금지됩니다. (…) 법을 논하기 전에, 상식적인 이 표현이 왜 한미 FTA에 들어와야 했을까요? 그렇게 해놓지 않으면, 한미 FTA의 신천지에서, 대한민국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FTA 찬반의 기준은 IMF 사태

이런 한미 FTA는 지금 한국인에게 무슨 의미일까? 협정문을 꼼꼼히 살펴본 송기호 변호사는 바로 "IMF 사태 이후 10년간의 변화를 법제화하는 것", "거역할 수 없는 제도로 만드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더 나아가서는 한국의 헌법과는 전혀 다른 논리를 갖는 미국 헌법대로 한국 사회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일반인도 계약을 할 때는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본다. 그러나 송기호 변호사가 꼼꼼히 해설하고 있는 이런 내용을 대다수 국민은 물론 공무원도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송 변호사는 더 늦기 전에 "한미 FTA의 새로운 질서"를 수용할지 혹은 거부할지 선택해야 될 때라고 말한다. 이제 우리가 답할 때다.

"찬성하려면 '지금' 찬성해야 하며, 반대하려면 '지금' 반대해야 합니다. 한미 FTA는 한번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오기 어려운, 마치 늪과도 같은 장치가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선택의 권고 기준은 이것입니다. IMF 사태 이후 더 행복하셨습니까? 그러면 한미 FTA를 찬성하십시오. 더 불행하셨습니까? 그러면 반대하십시오.

(…) 더불어 사는 삶의 조건과 개인의 욕망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는 (…) 한국인의 오랜 열망이었습니다. IMF 사태로 좌절된 그 열망의 기억이 아직은 우리의 심장과 더운 피에 남아 있습니다. 한미 FTA는 그 기억을 욕망의 거센 탁류로 씻어내는 것입니다. 한미 FTA는 욕망의 협정문입니다."
강양구 기자 tyio@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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