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한미 FTA,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FTA 서명본 해설ㆍ끝] 노동기준과 무역 연계, 세계 최초로 허용
2007.07.10 08:50:00
"한미 FTA,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본이 공개된 지 한 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는 지난 5월 25일 공개된 협정문과 무엇이, 왜 바뀌었는지 대조표와 해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큰 관심을 모으며 진행된 송기호 변호사의 한미 FTA 서명본 연재가 5회를 끝으로 마무리한다.

송기호 변호사는 마지막 연재에서도 정부의 홍보와는 상반되는 중요한 내용을 지적한다.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 FTA에서 미국은 그간의 국제 통상 협상에서 의제로도 오르지 못했던 노동 기준과 무역ㆍ투자를 연계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이로써 미국 자동차 산업은 노동 기준을 핑계로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는 유례없는 무기를 얻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런 사정에도 한국 정부는 '무역ㆍ투자에 영향을 주는 경우로 분쟁 절차 대상이 한정됐다'며 추가 협상 결과를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이것은 마치 대한제국의 주권을 일본에 넘기면서도 끝까지 국민에게는 협상을 잘해서 주권 이양 지역을 '대한제국의 영토로 한정'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송기호 변호사가 서명본 해설 연재를 진행하면서 제기한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외교통상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는 공식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대화에서 "논쟁(argument)할 가치가 없다"며 공식 해명이 없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많은 시민은 정부의 공식 해명을 듣고 싶어한다. <편집자>

서명본 해설은 이번 회로 끝맺겠습니다. 정부의 이른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대책과 광우병 쇠고기 위생 검역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독도 문제와 함께, FTA 농업 대책이야말로 한미 FTA를 둘러싼 가장 결정적인 쟁점으로 등장해야 하며, 또 그렇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연재에서는 한미 FTA 노동 분야 서명본이 어떻게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인지를 설명하고, 나머지 여러 장들의 변경은 지면 관계상 도표로 묶어 처리하겠습니다. 네 번째 연재에서 자동차가 한일 FTA는 물론 한미 FTA에서도 아주 중요한 것임은 지적했었습니다.

자동차의 판도라 상자

저는 한국이 한미 FTA를 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한일 FTA를 좌초시키면서까지 피하려고 한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는 것은, 단지 한미 FTA에서의 자동차 세제 개편 조항(2.12조), 자동차 표준 및 기술 규정(9.7조), 자동차 소음 배출 기준 조항(9.8조), 자동차 규제 관련 표준 작업반 조항(부속서 9-B), 자동차 배출 가스 진단 장치 완화 조항(제 9장 부속 서한), 자동차 분쟁 해결에서의 신속성과 관세 환원 보복조항(부속서 22-A) 만을 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이 최종 서명본 19장에서 노동 기준(labour standards)과 무역 보복을 연계시킴으로써 한국 자동차 산업의 내부를 정면으로 겨냥하였기 때문입니다.

노동 기준과 무역 보복의 연계란 어떤 의미일까요? 미국은 한미 FTA 서명본에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 기준인 단결권(freedom of association), 단체교섭권(the right to collective bargaining)의 보장 조항을 집어넣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노동 기준이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사이의 무역이 영향을 받았다는(affecting) 미국의 인식이 반영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노동자 권리가 ILO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산 제품이 값싸게 생산되고 미국에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정을 이유로, 한국을 제소하여 합법적으로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노동 기준과 무역 보복의 연계입니다. (한미 FTA 서명본 19.2조, 주석 2, 19.7조)

이러한 미국의 성공은 매우 기념비적이며, 역사적 사건입니다. 노동 기준과 무역 보복을 연계시키려는 미국의 집요한 시도가 마침내 최초로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은 자신의 노동 기준을 이유로 미국이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는 제도를 국제법화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반대하였습니다. 그 결과 1994년의 WTO 협정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새로운 WTO 협상이라고 하는 도하 협상(DDA)에서도 노동 기준과 무역의 연계는 의제에도 오르지 못하였습니다. 저의 말을 믿지 못하거든 노동부 홈페이지의 영문판(english/international/wto)에 들어가서 다음의 표현을 확인해 보십시오.

Connecting trade and labor standards' has been excluded from the DDA agreement agenda due to the opposition of developing nations. (무역과 노동 기준을 연계시키는 것은 개발도상국의 반대로 DDA 협정문의 의제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마침내 2007년 6월 30일, 한미 FTA에서 성공하였습니다. 세계의 15대 무역국 안에 들어 있는 그런 나라 가운데, 오로지 한국만이 미국으로부터 노동 기준과 무역의 연계를 당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미국은 놀랍게도 투자와 노동 기준의 연계마저도 성공시켰습니다. 한미 FTA 서명본 19장의 노동 조항에는 종래의 '무역(trade)'이 모두 '무역 혹은 투자(trade or investment)'로 수정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아래 [표 14]에서 보듯이 정부 조달 부문에서도 이를 노동 기준과 연계시켰습니다(17.7조). 진정 미국 통상 정책의 결정적 진화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제가 볼 때, 미국의 놀라운 역사적 성취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위한 것입니다. 자동차는 미국과 일본 사이의 기나긴 무역 분쟁의 핵심이었고, 북미 FTA(나프타)에서도 매우 중심적인 쟁점이었습니다.

미국은 나프타 협정문의 원산지 조항에서, 일본산 자동차가 멕시코에서 조립되어 나프타 특혜관세를 얻어 미국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 멕시코 역내에서의 역내 부가 가치 비율(regional value content)이 62.5%를 넘지 않는 일본 자동차는 아무리 멕시코에서 생산되어도, 미국에서 나프타 특혜 관세를 받을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미국도 일본에 대해서 자발적인 수출 규제(VRA)를 관철시켰을 뿐, 일본 자동차 산업의 노동 조건을 이유로 일본에 무역 보복을 할 권능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한미 FTA를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집단이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국이 아닌, 신흥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이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가운데 자동차를 생산하여 싼 값에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미국 자동차 산업의 판매가 감소하고, 그 결과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감소한다고 생각합니다(무역과 노동 기준).

그리고 적어도 자동차 산업에서만큼은 미국의 노동자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노동 기준이 결국 한국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염려합니다. 왜냐하면 결국 미국의 자동차 산업 자본의 투자가 더 낮은 노동 조건을 찾아 한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투자와 노동 기준). 그러므로 미국이 무역 투자와 노동 기준을 연계시킨 것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위한 것입니다.
▲ <국정브리핑> 2007년 6월 30일자, "추가협의 '전략적 역제안' 실익 5가지'. ⓒ프레시안

이러한 노동과 무역의 연계에 대해 정부의 <국정브리핑>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역 투자에 영향을 주는 경우로 분쟁 절차 대상 한정"

바로 그렇습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 노동자는 한국의 노동 기준이 "무역ㆍ투자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문제 삼고 있을 뿐, 그렇지 않은 경우,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다른 경우에는 한국 노동 기준이 어떻게 되든 말든 관심이 없습니다. 미국이 말하는 "노동과 무역ㆍ투자의 연계(linkage)"라는 말 자체가, 무역 투자에 영향을 주는 노동 기준을 전제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경우의 노동 기준을 끌어올리겠다는 명목으로 무역 보복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한국이 주요 무역 국가로는 세계 최초로 미국의 무역-노동 연계를 수용하는 역사적 순간에 그 옆에서 <국정브리핑>이 "무역 투자에 영향을 주는 경우로 분쟁 절차 대상을 한정"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비유한다면, 대한제국의 주권을 일본에 넘기면서, 협상을 끝까지 잘해서 주권 이양 지역을 "대한제국의 영토로 한정"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미 FTA가 발효되어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노동-무역 투자 연계가 발동되면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ILO 노동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하여 무역보복, 곧 FTA 관세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할 것입니다. 미국은 끊임없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노무 관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이러한 압력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으로 하여금 숙련노동력에 의한 품질 관리보다는 더 많은 생산 자동화 추구로 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미 FTA 협정의 서명본은 한국의 외교통상부와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의 홈페이지에 동시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07년 7월 8일 일요일 현재 한국 측에만 올라와 있는 신기한 문서가 단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노동-무역 연계에 관련하여 미국의 슈와브 무역대표부 대표와 한국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사이에 오갔다는 서한입니다.

이에 의하면 미국의 슈와브는 2007년 6월 30일자로, 김현종 본부장에게 "무역 또는 투자에 대한 효과가 성립될 수 있는 실질 내용을 가진 사건의 경우에만 분쟁 해결에 회부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으로 서한을 보내고, 한국의 김 본부장은 같은 해 7월 1일자로 이를 접수하였다는 내용으로 서한을 보내었습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가 이 서한을 게시하지 않음으로 인해 이 서한의 '실질 내용'의 영문 표현을 알 수는 없습니다. 추측건대 아마 위 표현의 영문은 'material content' 혹은 'substantive content'일 것입니다. (한미 FTA 서명본의 정부 공식 번역본을 보면 'substantive'와 'material'을 구별하지 않고 '실질적'이라는 동일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material'이라는 영어 단어는 미국 통상법에서 '보잘 것 없거나, 하찮거나, 혹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 아닌 그런 것(not inconsequential, immaterial, or unimportant)'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미국 관세법 771(7)(A)조). 한편 'substantive'란 한미 FTA에서는 '중요하고 다른 요인보다 작지 아니한 것'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10.6조). 이처럼 그 어느 쪽이든, 위 서한에서의 실질 내용이라는 문구는 결코 노동-무역 연계를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노동-무역 연계의 거센 탁류에 선구자적으로 몸을 내어 맡겼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 슈와브-김현종 서한이 결코 한국의 구명조끼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서한은 그 법적 성격이 한미 FTA 협정문이 아니며, 그 일부를 구성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도 이를 다음과 같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측은 동 서한이 협정문의 불가분의 일부는 아니나, 협정문과 관련된 일체의 서한을 공개한다는 방침에 따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임" (2007년 7월 3일자 외교통상부 보도 자료)

나머지 서명본 해설

이하 시간과 지면관계상 지난 연재에 이어 한미 FTA 서명본 5장부터 구 공개본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만 정리합니다. 이를 아래의 하나의 [표 14]로 처리하며, 한글로만 표시함을 양해바랍니다. 사소하게 수정된 부분은 제외하였습니다. 그리고 연재에서 이미 설명한 부분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국 측의 의무를 규정한 미국 측 부속서와 양허표는 따로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연재를 마치면서, 애초 첫 회에서 말씀드렸던 이데올로기로서의 한미 FTA를 시간 관계상 따로 쓰지 못하고 마치게 된 점에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유시민 전 장관이 최근 강연에서 말한 이른바 '선진통상국가론'과 '사회투자국가론'이 한미 FTA를 합리화하는 방식의 문제점은 저의 졸저 <한미 FTA 핸드북>의 제 4부, '<비전 2030>의 선택'을 꼭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정부가 이제라도 서명본에 대한 신구 조문 대조표와 가이드북을 내는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기를 기대하면서 연재를 모두 마칩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과, 필자의 착오 부분을 지적해 준 농림부에 감사드립니다.

☞ FTA 서명본 첫 번째 해설 : "한미 FTA는 '불평등 조약', 미국서는 '뭉갤' 수 있다"

☞ FTA 서명본 두 번째 해설 : "한미 FTA로 '독도' 위험해질 수 있다"

☞ FTA 서명본 세 번째 해설 : "18개월 유예시켰다더니…계속되는 왜곡"

☞ FTA 서명본 네 번째 해설 : "한일 FTA는 왜 좌초됐나…비밀은 '독도'에 있다"
tyi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