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 차라리 국민을 '새로' 뽑지 그래!
유시민 의원, 차라리 국민을 '새로' 뽑지 그래!
[기자의 눈] 지율 스님 부정은 민주주의 부정하는 일
2007.07.13 16:17:00
유시민 의원, 차라리 국민을 '새로' 뽑지 그래!
최근 대선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온 유시민 의원이 12일 또 한 차례 특유의 '입심'을 보였다. 유 의원은 이날 전남대에서 한 '진보와 보수, 그리고 민주적 리더십' 강연에서 "스님이 밥을 굶으면 터널 공사를 중단하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국내 언론이 칭송하는)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면 잘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은 그런 리더십을 만들 수도, 행사할 수도 없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서 그 근거로 "스님이 밥을 굶으면 터널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펴낸 <대한민국 개조론>(돌베개 펴냄)에서도 같은 얘기를 했다(254쪽).

여기서 유시민 의원이 지적한 "스님이 밥을 굶으면"은 지율 스님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에 항의하며 2003년부터 다섯 차례 단식했던 것을 가리킨다. 지율 스님은 2001년부터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이뤄졌다며 비판을 하다가 결국 2003년부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단식을 통해 항의했다.

지율 스님 부정은 자신을 부정하는 일

유시민 의원의 이 발언은 대선 출마를 공공연히 언급하는 정치인으로서 경솔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본인의 삶을 부정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그가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가진 지식인으로서, 또 '개혁'을 지향하는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게 된 배경이 그의 절차적 민주주의 운동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말이다.

우선 유시민 의원은 물론이고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사실부터 살펴보자.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지율 스님은 터널 공사를 중단해 달라고 무조건 생떼를 썼던 게 아니다. 그의 요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 1990년대 초반에 이뤄진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으니 제대로 환경영향평가를 해보자는 것일 뿐이다.

사실 지율 스님의 주장은 대단한 게 아니다.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여러 가지 현안과 마찬가지로 환경 문제에서도 '민주주의에 입각한 절차'를 제대로 거치자는 것일 뿐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지율 스님의 단식은 한때 유시민 의원이 앞장서서 조직했던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항한 민주주의 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지율 스님은 1970~80년대 민주주의 운동을 했던 이들의 노력을 계속 확장, 심화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지율 스님과 같은 이들의 노력으로 1987년 상징적으로 확보한 절차적 민주주의는 지난 20년간 정치를 넘어 경제ㆍ사회ㆍ문화 분야로 확장ㆍ심화할 수 있었다. 유 의원이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치'에 국한돼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면 지율 스님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유시민 의원이 지율 스님의 환경운동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오늘의 그를 있게끔 한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 결과 유 의원은 그토록 극복하고자 했던 세력과 똑같아진다. 실제로 유 의원의 정적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지율 스님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여성 한 사람의 단식으로 수십조 원이 낭비되었다."

차라리 다른 '국민'을 뽑는 게 쉽지 않을까?

이날 강연에서 유시민 의원은 지율 스님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을 상대로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국민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를 뚝뚝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정치인, 지식인, 언론인의 노무현 개혁 발목 잡기에 동참했다고 국민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율 스님을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일 테다.

유시민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심전심하면서 국정의 밑그림을 같이 그려왔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보수, 진보를 막론한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의 비판이나 그에 동조하는 국민에게 분통이 터질 만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것이야말로 유시민 의원이 그토록 얻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결과다.

만약 그런 식의 딴죽 걸기가 싫다면, 그가 한때 반대했던 군사 독재 시대나 혹은 두바이처럼 모든 국정 수행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왕이 지배하는 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역사에서는 개혁, 진보를 내세우며 권력을 잡은 많은 이들이 그런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유혹에 굴복하곤 했다.

독일의 시인 브레히트는 (유 의원도 틀림없이 읽어봤을) 시에서 이런 세태를 꼬집었다. 브레히트는 1953년 6월 18일 동베를린의 노동자 시위를 정부가 진압하자, 이런 시를 썼다. "차라리 정부가 인민을 해체하고 / 다른 인민을 선출하는 것이 / 더 간단하지 않을까?" 유시민 의원도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tyi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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