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휴대폰 폭발 피해자에게 500만 원을 줬나"

삼성전자, 휴대폰 폭발 관련 기사 삭제 요구

성현석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0.07.06 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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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에서 충전 중이던 삼성전자 휴대폰 'SPH-W830'(일명 매직홀폰)에 갑자기 불이 붙었다. 휴대폰 사용자인 이모 씨는 휴대폰 자체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휴대폰 외부에서 불이 붙었다고 주장한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삼성전자 측이 먼저 제안했다. 이 씨에게 50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언론과 접촉하지 말 것,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고를 보도한 언론사에 이 씨가 전화해서 기사 삭제를 요청하라고 했다. 또 휴대폰 사고가 내부 결함에 따른 폭발이 아닌 외부 발화 때문이라는 보고서 내용에 동의한다는 확인서에 이 씨가 서명하도록 요구했다. 이 씨가 서명을 거부하자, 삼성전자 김모 차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 씨에게 압박을 가했다. 이 씨는 지금 "그까짓 돈, 500만 원 돌려주겠다"라고 말한다. 지난 2일 <프레시안>과 만난 이 씨가 전한 이야기다.

방문을 열어보니, 불타는 매직홀폰

▲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생긴 휴대폰. ⓒ프레시안
사고를 접한 것은 지난 5월 13일 새벽. 이 씨가 아침운동을 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방안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방문을 열어보니, 휴대폰이 불타고 있었다. 휴대폰이 있던 방은 이 씨가 혼자 쓰는 곳이었으며, 누군가가 다녀간 흔적도 없었다.

급히 물을 부었다. 간신히 불을 껐지만, 손에는 가벼운 화상이 남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대형 화재가 났을 테니까. 시커멓게 그을린 휴대폰을 들여다봤지만, '폭발' 이외의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삼성전자 애프터서비스(A/S) 센터에 연락했다. 반응은, 시큰둥했다. "별일 아니다. 교환해주겠다"는 게 전부였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기다렸다. 당장 휴대폰 쓸 일이 급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전화를 걸어 임시 휴대폰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급하면, 휴대폰을 새로 개통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사고가 난 휴대폰은 산 지 두 달 밖에 안 된 것이었다. 산 지 3개월 이내에는 해약이 불가능하다는 계약이 있었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이 관계자에게 다시 전화를 했을 때, 수화기 너머에선 통화연결음만 들렸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화가 난 이 씨는 휴대폰 사고 관련 글과 사진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그제야 삼성전자가 움직였다. 사고가 난 휴대폰을 수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생각이 달랐다. '폭발 원인을 찾아야 할 게 아닌가.' 이 씨는 사고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말은 무시됐다.

삼성 직원 "휴대폰 폭발 기사 삭제하도록 협조해 달라"

사고 사실을 <뉴시스>가 먼저 보도했다. 이어 <국민일보>, <경향신문>이 취재를 했고, 기사가 실렸다. 삼성전자 측이 이 씨에게 만나자고 했다. 사고 발생 사흘 뒤인 지난 5월17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 있는 한 찻집에서 김모 차장 등 삼성전자 직원 3명이 이 씨와 만났다. 그들은 협상을 원했다. 500만 원을 줄 테니, 언론에 나서지도 말고 민·형사 소송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뒤, 이 씨는 삼성전자 서울중앙 서비스센터 천모 소장을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 씨는 우리은행 쌍림동 지점에서 발행된 10만 원권 자기앞 수표 50장이 담긴 쇼핑백을 받았다.

이어 삼성전자 김 차장은 이 씨에게 휴대폰 폭발을 다룬 기사를 삭제하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피해 당사자 자격으로 언론사에 전화하라는 게다. 제일 먼저 기사가 실린 <뉴시스>를 검색했더니, 이미 기사가 삭제돼 있었다. 그래서 언론사에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차장은 다른 언론사 기사도 삭제돼야 한다며 이 씨를 압박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8일, 이 씨와 김 차장이 만났다. 김 차장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삼성전자 휴대폰 사고에 관한 분석 보고서(문서번호: 10-2377-64)를 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은 보여주지 않았다. 보고서 표지를 촬영하겠다는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부발화에 의한 사고'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라고 했다. 정말 이런 결론이 나온 게 맞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론이 나온 것인지, 조사 방식은 믿을만한 것인지…. 의문이 끓어올랐다. 보고서 사본을 달라고 했지만, 김 차장은 거절했다.

"'삼성 법무팀'이 움직인다. 시간 끌면 좋을 게 없다"

▲ 이 씨가 손으로 작성한 확인서와 김 차장의 명함. ⓒ프레시안
김 차장은 우선 서명부터 하라고 했다. 보고서 내용에 동의한다는 확인서에 말이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을 검토해야 동의할지 말지를 정할 게 아닌가. 이 씨는 서명할 수 없다며 버텼다. 그 때부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김 차장은 "'삼성 법무팀'이 움직일 것"이라며 법적조치를 시사했다. '피해자를 상대로 벌이는 소송도 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두려웠다. '상대가 삼성이니까.'

결국 이 자리는 김 차장이 요구한 것과 다른 확인서에 이 씨와 김 차장이 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 씨가 손으로 쓴 확인서다. 김 차장이 가져온 확인서와 다른 대목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보고서에 관한 부분이다. 이 씨가 서명한 확인서에는 보고서 내용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없고, 보고서 내용을 통보받았다는 내용만 담겨 있다. 김 차장이 한발 물러선 이유에 대해 이 씨는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김 차장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삼성 휴대폰이 외부 요인으로 폭발했다는 입장에 이 씨가 동의할 때까지 김 차장은 계속 몰아붙일 기세였다. 김 차장은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변호사와 함께 찾아가겠다. 잠깐만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이 씨는 바쁜 업무를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나 휴대폰은 계속 울렸다. 김 차장은 이 씨에게 "당신이 지금 기자들 만날 처지냐, 시간 끌면 당신에게 좋을 게 없다"고도 했다. 이 씨는 이런 말이 사실상 협박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이 씨에게 삼성으로부터 받은 500만 원은 중요하지 않았다. '삼성이 사람 하나 망가뜨리는 건 순식간이라던데'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게 더 급했다.

지난 2일 <프레시안>과 만난 뒤, 이 씨는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와 김 차장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준비했다.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씨로서는 시민단체의 지원이 절실했던 게다. 김 차장도 이 자리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4시께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약속시간은 5시였다. 휴대폰 너머에서 김 차장은 전화로 "내가 왜 거기를 가느냐. 제3자는 빠지라고 해라"라고 말했다. "당신, 자꾸 이러면 입장이 곤란해진다"는 말도 곁들였다.

삼성 홍보팀 "이 씨가 먼저 돈 요구했다"…녹음 파일 속 삼성 직원 발언과 달라

이런 내용에 대해 <프레시안>은 지난 5일 삼성전자 홍보부서에 문의했다. 그리고 10여 개의 질문이 담긴 메일을 보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윗선의 결재가 있어야 한다", "실무자들의 의견을 듣겠다" 등의 이유를 대며 답변을 미뤘다. 하루 뒤,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 "이 씨의 휴대폰에 불이 붙은 이유는 외부에서 발생한 열이 휴대폰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 씨가 먼저 합의금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 씨는 삼성전자 김 차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그리고 녹음 파일을 <프레시안>에 전달했다. 내용을 들어보면, 김 차장은 이 씨가 먼저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대화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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