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노동소득 분배율, 한국은행 자료엔 없는 이유
'사상 최악' 노동소득 분배율, 한국은행 자료엔 없는 이유
[기고] 한국은행 공식지표의 허점
2010.09.14 11:11:00
'사상 최악' 노동소득 분배율, 한국은행 자료엔 없는 이유
노동소득분배율은 성장요인분석 등 여러 경제분석에 활용될 뿐 아니라, 동지표의 움직임이 그 자체로 소득분배의 변화 추이나 임금 상승률의 적정성 등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지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한편 전체 국민소득은 크게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1(100%)에서 노동소득 분배율을 빼면 자본소득 분배율이 된다.

한국은행에서 매년 발표하는 연간 <국민소득 통계 해설서>에는 매년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제시되어 있다. 금년초 발간된 동자료에 의하면 2009년의 우리나라 노동소득 분배율은 60.6%(12쪽)이다. 여기서 노동소득 분배율은 국민소득 통계의 피용자 보수 항목을 국민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정의된다. 피용자 보수는 쉽게 말하면 임금소득을 의미한다. 즉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임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킨다. 한편 국민소득 통계는 피용자 보수와 영업잉여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개념 정의에서는, 영업잉여가 자본소득으로 간주되며, 영업잉여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자본소득 분배율이 된다.

이제 이같은 방식으로 구한 우리나라의 노동소득 분배율 추이가 그림 1이다. 그림에서 보듯 노동소득 분배율은 외환위기 전까지는 완만한 상승추세를 보이다가 외환위기 이후에는 대체로 거의 일정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 그림 1 >

그런데 같은 한국은행에서 출판한 국민소득 통계의 종합 해설서인 <우리나라의 국민계정 체계(2005)>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으며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 비해 농업이나 영세도소매업의 비중이 높고 이들은 대부분 가족단위의 자영업이어서 소득의 대부분이 영업잉여로 계상되기 때문'(302쪽)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실제로 국민소득 통계의 영업잉여는 기업(법인)의 영업잉여와 개인의 영업잉여로 구성되며, 여기서 개인 영업잉여는 농민이나 도소매 상인 등 자영업자의 소득에 해당한다. 즉 상기 노동소득 분배율 지표에서는 농민이나 영세도소매 자영업자 소득은 자본소득으로 간주되고 있다. 물론 농민이나 영세도소매 상인의 경우 토지나 가게를 갖고 있으므로 그 소득에 자본소득의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소득에는 노동소득에 해당하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구한 노동소득 분배율 지표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실제 노동소득 분배율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특히 상기 한국은행 해설서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유난히 높고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 소득이 여타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심각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위 지표와 실제 노동분배율의 움직임간의 차이는 매우 클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 소득을 자본소득으로 포함시킬 경우,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 소득 침체가 자본소득의 부진으로 표현되면서 실제 노동분배율의 추이를 왜곡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자 그대로의 노동소득 분배율 개념에 보다 근접한 좀 더 엄밀한 노동소득 분배율 지표를 구해보면 어떤 차이를 보일까.

우선 자영업 소득에서 자본소득에 해당하는 부분과 노동소득에 해당하는 부분을 분리하여 보여주는 통계는 없다. 따라서 우리가 별도로 통계를 추계하지 않는다면 자영업 소득을 처리하는 방법은 세가지 밖에 없다.

첫째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노동소득 분배율 지표처럼 자영업 소득을 모두 자본소득으로 간주하는 방법, 둘째는 이와 반대로 자영업 소득을 모두 노동소득으로 간주하는 방법, 셋째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이 혼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자영업 소득을 애초에 제외하고 노동분배율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먼저 세 번째 방법부터 논의해 보자. 이같은 방법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을 정의하는 사례도 실제로 있다. 일본 내각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연차 경제재정보고서'에서는 잠재GDP를 구할 때 이같은 방식으로 노동분배율을 구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 경우 노동소득 분배율은 (피용자 보수)/(피용자 보수+기업 부문 영업잉여)이 된다. 이는 (피용자 보수)/(국민소득 - 자영업 소득)와 같다. 즉 성격이 불분명한 자영업 소득은 제외하고 구분이 확실한 임금소득(노동소득)과 기업소득(자본소득) 만을 바탕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을 구하는 것이다. 그림 2의 굵은 선이 이같은 방식으로 구한 노동소득 분배율 추이이다. (편의상 이를 非자영업 노동분배율이라 부르기로 하자. 점선은 그림 1의 노동분배율 추이이다.)

<그림 2>


그림에서 보듯이 이 방식으로 구한 노동소득 분배율은 앞서의 한국은행 노동분배율과 비교할 때 그 변화 추이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앞서의 지표(그림2에서 점선)에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외환위기 전에는 상승 추세를 보이다가 외환위기 이후 일정한 수준에 머무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반해, 非자영업 노동분배율 지표(굵은 선)에서는 외환위기 이전에 노동분배율이 대체로 일정한 수준에 머물다가 외환위기 기간중에 일시 상승하고, 그 이후는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지표에 의할 때 노동분배율은 최근 하락 추세를 지속하면서 2009년에는 동분배율이 자영업 소득 통계 확보가 가능한 1975년 이후 거의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엄밀히 말하면 가장 낮은 것은 2004년 70.4이고 2009년은 이보다 0.1%p높은 70.5로서 두 번째이다.)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한은 지표(그림의 점선)에서는 2009년의 노동분배율은 과거 추이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두 지표의 움직임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첫째 전체 국민소득에서 자영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법 크고, 둘째 (보다 중요한 것으로) 자영업 소득이 특히 외환위기 이후 다른 요소소득(피용자 보수나 기업 영업잉여)과 달리 매우 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0~09년간 자영업 소득은 명목기준으로도 4개년에 걸쳐 절대액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한은 지표처럼 자영업 소득을 자본소득에 포함시킬 경우 마치 외환위기 이후 전체 자본소득이 부진한 것처럼 나타나게 되면서 노동소득 분배율의 움직임을 위쪽 방향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다음으로 두 번째 방식, 즉 자영업 소득을 모두 노동소득으로 간주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방식은 노동소득을 가장 폭넓게 정의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편의상 이를 광의의 노동분배율이라 부르기로 하자. 이같은 방식으로 구한 노동소득 분배율 추이가 그림 2의 옅은 실선(가장 위쪽)이다. 그림에서 보듯 광의의 노동분배율 추이는 非자영업 노동분배율 추이와 유사하다. 다만 광의의 노동분배율이 외환위기 이후의 하락 추세가 좀 더 가파라서, 동지표에 의할 경우에는 2009년의 노동분배율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2009년이 74.6으로 최저, 2008년이 74.9로 두 번째, 2004년이 75.3으로 세 번째로 낮음).

이처럼 지표에 따라 노동분배율의 변화 추이가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면 어떤 지표를 선택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노동분배율의 변화 추이는 경제상황의 판단이나 정책 방향, 경제주체들의 행동 등을 설정하는데 큰 의미를 갖는 변수이다. 만일 실제 노동분배율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정책당국이나 경제주체들이 발표된 공식지표를 토대로 동분배율이 거의 일정하고 오히려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라 믿고 있다면, 상당히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불러올 수 있다. (노동분배율은 그 절대수준보다는 변화 추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실제 노동분배율은 위의 세지표중 어느 것에 가장 근접할까. 우선 필자가 보기에 분명한 것은 세지표중 첫 번째 지표(한은 지표)가 실제 노동분배율에서 가장 거리가 멀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영업 소득을 자본소득으로 간주한다는 점 자체가 설득력을 낮추는 요인이고, 아울러 지표의 추이가 다른 소득분배 관련 지표와 잘 맞지 않는다는 점도 이 지표의 적합성을 의심케 한다. 예컨대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지니계수가 꾸준한 상승 추이를 보인다. (지니계수의 상승은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니계수와 노동소득분배율은 서로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노동소득 분배율이 높아질수록 소득분배가 고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림 3은 위의 세가지 노동분배율 지표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지니계수 추이를 같이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지니계수의 축(오른쪽)은 역방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니계수 곡선의 변화 방향과 노동분배율 지표의 변화 방향이 비슷해야 설득력을 갖는다. 그림에서 보듯 지니계수의 추이는 노동분배율의 두 번째 및 세 번째 지표 추이와는 잘 어울리지만 첫 번째 지표 추이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 그림 3 >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제의 노동분배율은 두 번째 지표(非자영업 노동분배율)와 세 번째 지표(광의의 노동분배율) 사이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즉 필자는 자영업 소득에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이 혼재되어 있지만 노동소득의 비중이 지배적인 특성을 띌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첫째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대부분이 자본투입 규모가 작은 소농이나 영세 서비스업자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의 소득은 성격상 노동소득에 가깝다는 점, 둘째 자영업자의 1인당 소득이 임금 노동자의 1인당 소득에 비해서도 훨씬 작다는 점에 근거한다. 국민소득 통계와 산업연관표의 고용표를 토대로 자영업자 1인당 소득(개인 영업잉여/자영업자 수)과 임금 노동자 1인당 임금소득(피용자 보수/피용자 수)를 구해보면, 최근 자료에서 자영업 소득은 임금 소득의 6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통념상 자본소유자의 소득이 노동자의 소득보다 큰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 소득이 이처럼 평균 임금수준에도 훨씬 못미친다는 사실은 자영업 소득이 자본소득보다는 노동소득에 훨씬 가까울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행에 한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한국은행은 노동분배율의 정의를 명시하고 이 정의에 따른 지표를 발표하고 있으며, 또한 이 지표가 국제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것이란 점에서 그 자체에 어떤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노동분배율은 유일한 관련 공식통계로서 많은 이들이 이 지표가 갖는 위와 같은 문제를 모른채 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지표는 통계 이용자들의 판단이나 행동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외국에서는 동 지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해도, 한국은행 보고서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한국경제의 구조적 특수성으로 인해 한국경제에서는 기존 지표와 실상간의 괴리가 특히 크고, 따라서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통계 작성기관으로서 이용자의 오해 가능성을 줄이고 가능한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문자 그대로의 노동분배율의 의미에 좀 더 근접한 지표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필자 생각에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상기 세가지 노동분배율 지표를 모두 발표하는 것이고, 굳이 공식지표로 한가지만을 선택한다면, 두 번째 지표를 非자영업 노동분배율로 발표하는 것이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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