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 이왕이면 4대강 찬반 투표까지"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왕이면 4대강 찬반 투표까지"
[우석훈 칼럼] "통 크게 받아 크게 이기자"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왕이면 4대강 찬반 투표까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하자고 하는 주민투표는 여러 가지로 무리수가 많이 있다. 절차상 하자를 찾자고 하면, 불투명한 내용이 포함되어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반발하는 투표 문구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명박 시대라는, 아주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헌법재판소까지 올라간 종편에 관한 날치기는 원인 무효일 게 맞을 것 같지만, 지금도 현행법으로 그냥 시행된다. 저 사람들이 법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그냥 밀어붙이는 게 어디 한 두번인가?

주민투표와 관련해서 최악의 경우는, 각 지자체별로 인기투표를 시켜서 가장 높은 데에 방폐장을 유치했던 경주 주민투표의 경우였다. 불법과 편법이 판쳤던 이런 주민투표를 시행한 것은 지난 정부 때의 일이 아닌가? 만약 지금의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를 승계한다면, 이 사람들이 주민투표의 적법성에 관한 얘기를 할 처지는 아닌 듯 싶다. 주민투표를 인기투표로 변질시켰던 황당한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들 아닌가?

나는 주민투표든 국민투표든, 자주 있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한 건씩 떼어놓고 보면 하는 게 좋다,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런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농업정책이나 미국과의 FTA 혹은 이라크 파병 같은 것을 국민투표로 정한 스위스의 힘이 바로 이 국민투표에서 나온다. 이라크 파병은 스위스의 극우파들이 국민투표에 올렸고, 결국 저지했다. 우리와는 상황이 반대지만 국민투표로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게 스위스의 힘이다.

선거마다 경우의 수를 따지는 정치공학적 접근이, 최소한 주민투표에 관해서 민주당이 지금 할 얘기는 아니다. 더군다나 비용 얘기하면서 그 돈 차라리 수해 방지에 쓰자는 건 영 아니다. 투표에는 돈이 드는데, 어차피 그 돈은 인건비 등 단기 비용이라서 국민경제 내에서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다. 차라리 투표에 대한 비용을 들이더라도 한강 르네상스나 한강 배 띄우기 같은 토건사업을 줄이는 게 길게 보면 훨씬 경제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선거 하지 않는 게 전략이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선거에 관심 없는 대학생과 20대들에게 정치에 관한 얘기를 하고, 어지간하면 투표 정도는 하자고 말하는 데 나도 꽤 많은 시간을 쓴 것 같다. 자기 입맛에 맞는 투표는 열심히 하고, 불법적이고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투표는 거부해서 무효로 하자,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이번에는 오세훈 시장이 하는 거라서 투표 안 한다고 말하고 어떻게 다음 선거에서는 투표 열심히 해달라고 말할 수 있나?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거, 습관된다.

투표 유효수에 미달하게 해서 무효화하자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위험하지만, 무엇보다도 명분이 서지 않는다. 정치는 정치공학으로 전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사람들에게 널리 구하는 명분의 일이다. 민주화 세력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뜻과 다르다고 투표 하지 말자고 하는 건, 자신의 출발점을 스스로 부정하는 위험이 있다. 아무리 그게 '약은 해법'이라고 나는 도저히 이 시대에 "투표하지 않는 게 나의 양심이었다",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자기가 필요한 법과 자기가 사람을 내세워 통치하는 게 자본의 통치이다. 거기에서 우리가 혁명이 아니라면 맞설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방법은 투표이다. 언제 우리가 또 투표하자고 말하게 되는 사정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 기왕 투표가 열린 거, 왜 무상급식이 중요하고, 중산층 붕괴의 시대에 왜 선택적 복지가 구 시대의 관점인지, 시민들이 좀 더 많이 토론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로 이번의 주민투표를 활용하면 좋겠다. 국민투표가 비효율적인 것 같아도, 그것 자체가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훈련하는 공간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 선거 결과에 책임진다고 했다. 그게 자신의 불신임 투표와 연계하겠다는 말인지, 문구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아마 무효가 되면 그냥 시장을 하고, 유효가 되었는데 투표에서 지면 사임하겠다, 대략 그 정도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명박 시장에서 오세훈 시장을 거쳐가며, 서울은 토건 도시가 되었고, 정주권을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도시가 되었다. 용산 두바이란 표현이 나온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조선의 정도였던 도시를 사막의 두바이에 비교하던, 그런 '양아치들의 시대', 주민들만 죽어나는 뉴타운의 시대, 그런 걸 맞았다.

이번 주민투표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대한 투표이다. 시장이 돈이 없다는 건, '뒤자인' 서울 하느라고, 한강 르네상스 토건질 하느라고, 자기 취미생활과 문화생활에 돈 쓸려니, 부자집 어린이에게는 밥 주기 싫다는 얘기한 거 아닌가?

이 모든 걸 걸고 주민투표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드디어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지는 토건 시장의 시대, 껍데기의 시대를 벗어나서, 시민이 평온하고 안온해서 정주권과 삶의 질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대로 가는 게 좋을 듯하다. 껍데기에 돈 쓰느라 비 오면 넘치고, 눈 오면 주민들이 알아서들 치우라는 한나라당식 시정, 정말 지겹고 못 살겠다. 10년 넘은 한나라당의 서울시, 이제 계획도시로 조성한 강남마저 도시기반이 붕괴되는 중이다. 이번에는 바꿔보자.

난 두 번 투표하라고 해도 하겠다. 이번에는 오세훈 불신임 투표, 다음 번은 서울시장 보궐 선거. 그렇게 가는 게 명분에도 맞고, 실효성도 있고, 무엇보다도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투표를 가름하는 일이다.

시장이 싫어서 투표를 거부하겠다는 사람들의 심정은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그 시장, 이제 그만보고 싶다는 심정으로 투표하면 안 되나 싶다.

민주당에게 부탁한다. 무효 전략은 작게 이기는 전략이지만, 승리 전략은 크게 이기는 전략이다. 이번 투표에서 크게 이기면, 시장 불신임시키고, 그 힘으로 총선과 대선을 넘는다고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나? 기왕에 판을 벌렸는데, 호쾌하게 받아주고 통 크게 이기면, 그 순간이 바로 정권 레임덕이고,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니 "당신들이 불법이니 나는 같이 안 논다", 그렇게 하지 마시기 바란다.

만약 내가 정치를 한다면, 이렇게 하겠다. 어차피 투표를 한다고 하면, 한나라당과 상의해서 기왕에 투표하는 거, 서울시민이 4대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민투표를 하나 더 같이 하면 어떨까 싶다. 어차피 투표장 한 번 가는 거, 기왕 가는 김에 전국민은 아니더라도 서울시민들은 4대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게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한강의 상류에서 벌어지는 공사, 어차피 서울시민들이 먹는 상수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양당이 합의하면 시의회에서 발의하거나 국회에서 절차를 만들면 될 거 아닌가?

난 민주당 당원도 아니고,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라서 투표가 열리면 투표 할 거다. 학자로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 투표하지 말자고 말하고, 총선, 대선에서, 혹은 앞으로도 길게 남은 인생에서 투표하자고 말할 자신이 없다. 하지 말자고 생각하면 법적 하자 등 절차적 문제를 물고 늘어지게 된다. 그러나 하자고 생각하면 투표를 키운다거나, 토론의 장을 활용한다거나, 그런 생각들을 해볼 수 있게 된다.

무효로 만들어서 한나라당에게 투표 실패를 안겨주자, 그렇게 말하면 결국 한나라당과 똑 같은 사람이 되고, 오세훈 수준의 '잔머리 정치'를 하게 되고, 그 때 그 때 다르게 판단하는 상황논리의 덫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기왕 투표하는 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가능하다면 4대강까지 연계하는 큰 판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 무상급식이 실시되는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 풍경. ⓒ프레시안(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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