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재앙의 축포, 가증스런 MB어천가

[윤재석의 '갑론을박']<15> "사대강(死大江) 준공식은 재앙 선포식"

윤재석 언론인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1.10.23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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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했던 이포(梨浦) 가는 길

지난 22일 낮 경기도 양평을 거쳐 경기 여주로 가는 길은 늦은 가을 날씨답게 스산했다. 내비게이션에 나타난 외부 온도는 섭씨 14도. 보통의 경우 그 스산함은 삽상(颯爽)함으로 치환할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금사면(金沙面) 이포(梨浦)로 가는 연도에 늘어선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가 쓰여진 세로 펼침막과 띄엄띄엄 서 떨고 있는 의경들을 보니 갑자기 속에서 불이 났다.

그래도 겨우 참고 이포교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나타난 거대한 보(洑). 4대강 입안자와 시공자들이 "날개를 편 백로와 알을 형상화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며 선전하고 있는 이포보(梨浦洑)였다. 내 보기에 그 거대한 구조물은 마치 <스타 워즈>나 <스타쉽 트루퍼즈>에나 나옴직한 기괴한 모습이었다.

오후 12시 45분. 오후 1시~6시로 예정됐다는 행사는 아직 준비 중인 듯 강 위엔 10여 척의 요트가 떠 있었고, 행사장인 듯한 둔치엔 대형 스크린과 간이의자가 천여 석 배치돼 있었다. 정말 가관인 것은 하류 쪽에서 볼 때, 왼쪽은 아직도 공사 중이었다는 점이다. 정부 스스로 현재 93% 진행률로 두 달 있어야 완공된다고 밝힌 바 있다.

준공도 않고 식(式), 명백한 사기(詐欺)

그러고도 준공식이라는 이름으로 어제 한강 이포보를 비롯해 금강 공주보(충남 공주시), 영산강 승촌보(광주 남구), 낙동강 강정고령보 등 네 곳에서 이른바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후 늦은 시간 이포보에 나타나 "대한민국의 4대강은 생태계를 더욱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그러한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안전하고 행복한 생명의 강으로 돌려드리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오늘 저녁 정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의 강을 그대로 두면 우리는 미래가 없다. 사람이 가꾸고 고치고 바로잡아야 미래가 있다"는 90년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의 발언까지 끌어와 "안창호 선생의 꿈을 오늘 우리는 이뤄내고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 때의 강과 지금의 강을 동일시하는 시공 초월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 22일 오후 경기도 여주군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맞이 기념행사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4대강은 생태계를 더욱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그러한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안전하고 행복한 생명의 강으로 돌려드리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오늘 저녁 정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연합

이 사기극을 입안자와 시행자 및 시공자들만 참석했다면 또 별 문제다. 강제동원 흔적까지 포착됐다. 국토해양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의 소행이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달 30일 광주광역시와 나주시에 관람객을 모아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는 게 광주시 측의 증언이다. 할당된 인원은 광주 2500명, 나주 500명이다. 익산국토관리청은 어제 전세버스를 광주에 63대, 나주시에 10대 각각 배정했다. 그것뿐일까?

웬 홍보비는 그렇게 쓰나. 2008년 54억 원이었던 4대강 홍보비는, 작년 85억 원 올해는 95억 원으로 늘어났다. 연예인 축하공연ㆍ불꽃쇼 등 전시성 행사에 들어가는 혈세다. 중간 점검이나 자성을 위한 평가 마당은 어디에도 없다.

재앙, 벌써 시작됐다

기왕에 준공식이라고 했으니, 이 시점에서 4대강 살리기(기실 죽이기) 사업에 대해 찬찬히 복기해보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부는 22조 원을 단 2년 몇 개월 만에 쏟아부어, 이른바 4대강 살리기를 뚝딱 해치워 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본류를 냅다 파 제끼다 보니, 지천에서 역행침식(逆行浸蝕)이 심화된 것이다. 그렇게 나온 모래가 재퇴적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일단의 토목학자들의 실측에 따르면, 4대강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상주보 인근 병성천과 전두환 고향인 합천의 황강에서 30~40%, 함안보 인근에서도 20%의 모래 재퇴적이 발생한 것으로 관측됐다. 자연의 위대한 복원력(resilience)이 4대강 사업을 망치고(?) 있는 셈이다.

그건 자전거 페달 밟듯 지속적으로 강바닥을 준설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여기에만 최소 연간 6000억~7000억 원이 들어간다. 이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얘기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언론의 'MB어천가'는 침이 마르는 줄 모르고 이어진다. 먼저 <중앙sunday> 10월16일자 1면 톱 "메기가 침만 뱉어도 물 넘친다는 곳 올여름 엄청난 비 왔지만 멀쩡했다"를 보자.

기사는 4대강 사업의 핵심인 강바닥 준설과 16개 보 공사가 완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주에 걸쳐 쟁점이 되고 있는 9개 지점을 심층 취재했다는 투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면서 '첫 삽을 뜬 지 불과 2년 만에 완공을 앞둔 이 사업의 결과, 올여름 집중호우가 왔음에도 홍수 예방 효과를 확실히 입증했다'는 정부 측 주장을 앵무새처럼 뇌까리고 있다.

지식도 없이 앵무새 노릇하는 <중앙>·<동아>

올해 비가 많이 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26일 동안 전국 평균 642mm가 내렸다. 우리나라 강수량 100년 빈도 측정치에 따르면 하루 300~400mm를 호우라 한다. 따라서 올 여름 강수가 많았다는 건 체감일 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게 아니다. 오히려 집중호우 빈도는 낮았고, 그것도 서부에 치중됐다.

홍수피해 예방효과 역시 마찬가지. 정부는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6년 '에위니아' 때를 예로 들면서 홍수 예방 효과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 홍수 피해는 강원도 일원에 국한 됐고, 그것도 지천에서만 발생했다. 더욱이 올핸 그 흔한 태풍도 없었다.

보 건설로 인한 홍수 피해를 말한다면, 오히려 연천댐 붕괴를 예로 드는 게 정석이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 만든 연천댐은 96년, 99년 두 차례나 붕괴돼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쓸데없는 보를 건설했을 때(그것이 비록 가동보라 할지라도) 얼마나 큰 재앙으로 휩쓸고 가는 지를 보여준 실증적 사례인 것이다.

MB어천가의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동아일보>의 주필 배인준은 9월 7일자 자신의 기명 칼럼 '이포보는 말한다'에서 이렇게 기술했다.

'공사가 90%쯤 끝나 있었는데, 완공되면 강변이 훌륭한 생활레저공간으로 탈바꿈할 것 같았다. 가로수 길은 잘 생긴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한 교목(喬木)과 수백만 그루의 키 작은 나무, 그리고 풀꽃이 어우러져 몇 년 뒤에는 명품이 되지 싶었다.

해마다 범람했던 지천이 본류 하상을 평균 3m 준설한 덕에 올여름엔 끄떡없었다고 한다. 지겹도록 비가 많이 왔지만 본류의 수위가 준설 전에 비해 2.6m 정도 낮아져 지천 물도 잘 빠졌던 것이다.'


강변에 수백만 그루의 나무, 그것도 메타세쿼이아(캘리포니아산 삼나무) 같은 걸 심는 건 그야말로 전시행정, 홍수를 부르는 자충수다. 호우가 내려 둔치 위로 물이 흐르면 거기에 심겨진 나무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범람을 부추기는 주범이 된다. 준설 찬사에 대한 반론은 앞에 설명했으니 넘어간다. 참고로 배인준은 1980년대 중반 당시 환경청(현 환경부)을 출입했다.

자전거 도로의 폐해 역시 나무심기와 유사하다. 게다가 호우 후 자전거 도로를 청소 정비하는 게 또 돈 들어가는 작업이다.

무시로 법(法) 무시하며 사업 강행

4대강 죽이기는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기축년 새해를 사흘 앞둔 2008년 12월 29일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은 매서운 강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경북 안동 운흥동 영호대교 둔치에서 진행된 생태하천 조성사업 기공식에 참석하고 예천군청에 잠시 들른 뒤, 오후에는 전남 나주 영산대교 둔치에서 열린 같은 성격의 행사에 참석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두 탕을 뛴 이 행사는 모두 4대강 정비사업의 변칙 기공식 자리였다.

이른바 MB의 공약인 '한반도대운하' 사업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자 편법으로 16개의 보를 만드는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이름만 바꾼 것이다.

한데, 그 기공식은 명백한 위법 행위였다. 우선 사업비 500억 원을 넘는 국책사업이나 정부 돈이 3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이면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경제타당성 조사를 지나쳤다. 그것보다 더 위중한 범법. 대규모 토건사업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환경정책기본법 상의 사전환경성 검토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렁뚱땅해버린 것이다. 위법 시 관계자가 실형과 벌금형을 받아야 할 정도로 엄격한 사전환경성 검토에 대해 국토부는 "실제 삽을 뜨는 공사는 사전환경성 협의가 끝나는 2009년 2∼3월쯤 시작할 예정이니 문제될 것 없다"고 발뺌했다. 나중에 보니 한 지점에서 사계절 영향평가를 해야 함에도 2계절만 검토하고 넘어갔으니 할 말 다했다. 국토부와 환경부의 공모 혐의가 짙음은 불문가지.

고용 창출은커녕 돈먹는 하마 전락

경제유발 효과는 있었나?

당시 총리실은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19만개 일자리 창출, 23조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당시 14조 원을 투입하겠다며 시작한 4대강 정비사업. 그렇게라도 해서 고용이 창출되고 경기가 회복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과는? 이미 22조 원이 투입됐고, 4대강 죽이기로 망가진 본류와 지천을 원래대로 복구하려면 앞으로 또 얼마가 더 들어가야 할 지 모르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이다.

실제로 공사현장은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불도저 일색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국내 도급 10위권 이내, 즉 재벌기업 계열 건설사들 차지였다. 그 업체들이 11조 원 이상을 가져간 거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중견 건철업체와 지방 건성업체가 줄도산하는 판에. 아무튼 4대강 현장을 보고 중장비전문 학원 등록해 면허 후딱 따서 취업한 젊음이 몇몇을 빼고, 고용 창출은 글쎄?

▲한강 이포보 전경. 배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물가라는 뜻의 '이포'는 그 흉측한 구조물에 이름을 빼앗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연합

쑥대밭으로 변신한 금사면(金沙面) 이포(梨浦)

다시 어제의 이포리로 잠깐 돌아가서 이름 풀이를 해본다. 이포가 속한 금사면은 이름이 재미있다, 금사(金沙)다. 금모래가 즐비하다는 얘기다. 그만큼 모래톱이 널찍하고 물흐름도 유장하다는 얘기, 거기에 이포(梨浦)다. 조선시대 세곡(稅穀)과 물화(物貨)를 싣고 풀던 큰 나루터였으며, 늦봄이면 배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배나무 이(梨)자, 물가 포(浦)자, 그렇게 이포라고 불렸던 그곳. 이제 이포는 그 흉측한 구조물에 이름을 빼앗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좋은 대통령은 나쁜 정책 구사 안 해"

어제 그 괴물같은 미완성 이포보를 보고 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문득 이 한 마디가 생각난다.

"대형 토건 사업은 사전 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시간에 쫓겨 성급히 결론을 내리거나 공사 착공을 서둘러선 절대 안 된다. 좋은 대통령은 나쁜 정책을 구사하지 않는다."

3년 전 4월 서울대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와 영향평가' 학술대회 특강 연사로 참석한 찰리 울프 박사(전 국제영향평가학회장)의 말이다.

* 다음은 '4대강 죽이기에 얽힌 비리 의혹'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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