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스캔들', 월가가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리보 스캔들', 월가가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해외 시각] 라이시 "바클레이스, 금융 개혁에 힘 돋울까"
2012.07.10 16:13:00
"'리보 스캔들', 월가가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의 대형은행 바클레이스의 이자 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이른바 '리보 스캔들'이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 파생상품 등의 이자율 책정 기준이 되는 '런던 은행간 금리'(LIBOR)인 리보가 임의로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또 한 번 바닥으로 떨어졌다.

리보 스캔들은 이제 영국 금융당국이 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방조했는지에 대한 정치적 논란과 함께 다른 은행들의 이자 조작 혐의에 대한 수사 확대 쪽으로 주목이 모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9일 리보 등의 지표 조작과 내부자 거래를 형사 범죄로 명문화하는 규정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대형 금융기관의 이자 조작 의혹이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한 시점부터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진보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7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칼럼에서 리보 스캔들은 바클레이스 등 소수 금융기관의 부도덕함이 아닌, 미 월가까지 관여된 대형 스캔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평범한 이들의 돈과 대출금 이자까지 영향을 미치는 리보를 조작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시스템이 단순히 일부 은행의 소행에 의해서만 구축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이 막대한 보너스를 챙기면서도 금융위기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본 대중들까지도 이제는 분노하기에는 지친 상태가 되었다는 점이다. 라이시 교수는 대중들이 금융기관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면 현재의 모순된 시스템은 더욱 번창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바클레이스 사태가 진정한 금융 개혁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리보 조작 파문을 일으킨 바클레이스 경영진을 규탄하고 있는 시위대. ⓒAP=연합뉴스
월가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을 때…

월스트리트가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고 생각했을 그 순간. 즉 (월가가) 대중의 신뢰를 남용한 무수한 사례들이 기존에 경제 시스템에 냉소의 기운을 확산시키고, 티파티와 '점령하라' 시위대, 그리고 온갖 종류의 음모론에 생명을 불어넣었을 때. 월가의 '도를 지나침'이 이미 수백만 미국인의 삶에 큰 피해를 끼치고, 월가 최고영자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데 납세자들은 (일부만 돌려받을) 수조 달러를 쏟아 붓도록 했을 때. 월가의 (선거 자금 기부를 통한) 막대한 정치력이 과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한 '글래스-스티걸'법안의 완화된 버전인 소위 '볼커 룰'을 포함해 월가의 고삐를 쥐어야 하는 (금융개혁법안) '도드-프랭크' 법안의 핵심 조항을 들어냈을 때. 그렇다, 당신이 월가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을 바로 그 때 대중에 피해를 입히는 탐욕과 부패의 더 깊은 단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은행이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가 무엇인가? 돈을 빌려 다시 대출하는 것이다. 당신이 모은 돈을 은행에 맡기면 은행은 당신에게 이자를 지불한다. 혹은 당신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은행에 이자를 낸다.

이자율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우리는 은행 시스템이 미래의 돈의 가치에 대한 최상의 추측에 기초해 오늘의 이자율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추측이 결국은 미래 돈의 공급 및 수요와 관련한 전 세계 수없이 많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무수한 시장 예측에 기반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고 해보자. 은행가들이 이자율을 조작해 당신이 빌리거나 그들에게 되갚아야할 돈을 두고 내기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 내기는 그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것이다. 그들은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내부 정보, 당신과 공유하지 않을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의 신뢰를 크게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바가지(rip-off)를 씌우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당신과 나, 그리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저축이나 대출 과정에서 받았을 수조 달러가, 은행가들에게 대신 흘러가고 있었다. 이러한 이자 조작은 우리가 목격했던 다른 '신뢰의 저버림' 현상을 애들 장난 정도로 보이게 한다.

슬프게도 이러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거나, 매우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떠오른 '리보'(LIBOR, 런던 은행간 금리(London Interbank Offered Rate)의 줄임말이다) 스캔들이다. 리보는 부동산 담보대출, 중소기업 대출, 개인 대출 등 전 세계 수많은 대출금의 기준이 된다. 리보는 주요 은행들이 돈을 빌릴 때 이자율의 평균을 매겨 정해진다.

지금까지 (리보) 스캔들은 바클레이스에 한정되어 있다. 바클레이스는 런던의 대형은행으로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에 4억5300만 달러의 벌금을 냈고 최고 경영자들이 강제로 옷을 벗었다. 바클레이스 소속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은 그들이 동료들과 얼마나 쉽게 이자율을 조작해 돈을 벌게 했는지를 으스스하게 보여준다(사임한 바클레이스의 CEO 로버트 다이아몬드 주니어는 그 이메일을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는데 아마 그 이메일들이 명백하게 바클레이스의 부패를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리보 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모든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고, 바클레이스는 이들의 의도적인 개입 없이는 (리보 금리를) 조작할 수 없다. 때문에 월가는 거의 확실히 같은 (조작) 관행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로는 제이피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이 있다.

바클레이스의 변명도 '모든 은행들이 같은 이유에 같은 방식으로 리보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클레이스는 강력한 처벌이나 형사 기소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법무부 및 금융당국에 "협조"(즉, 다른 대형은행의 조작 증거를 준 것이다)했다고 밝혔다. 이는 불꽃놀이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리보 스캔들은 두 가지다. 하나는 20007년경,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 시기와 관련이 있다. 바클레이스와 다른 은행들은 실제 은행이 돈을 빌리는 비용보다 리보 금리를 낮췄는데, 이는 그들이 내부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 숨기기 위함이었다. 충분히 나쁜 짓이었다. 세상이 이를 알았다면, 2008년 금융 붕괴에 임박하면서 가해진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응이 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리보 스캔들은 더 악질이다. 그 조작은 2005년경에 보다 일반적인 관행을 포함해 시작됐고 끝나는 시점은…누가 알겠는가? 파생상품에 대한 은행의 배팅이 이익을 남길 것을 확실히 하는데 필요한 어떤 방식으로든 리보 조작은 계속되어 왔을 것이다. 이것이 거대한 규모로 이뤄지는 내부 거래다. 내부 거래는 은행가들을 승자로, 그들이 배팅하는데 끌어다 쓰는 돈의 소유자인 나머지 우리는 패자, 바보로 만든다.

법무부와 규제당국이 벌금을 부과하고 형사 처벌을 하고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것 이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월가와 일반적인 금융 부문과 관련해, 우리 대부분은 월가가 너무 막강하기에 이러한 조작을 멈출 수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문하다는 막강한 냉소가 결합한 분노에 기진맥진해 있다. 그러나 그 피로함과 냉소는 자기 충족적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릎을 꿇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안은 글래스-스티걸 법이 다시 도입돼 대형 은행들을 쪼개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를 지치지도, 위축되지도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의문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리보 스캔들이 그러한 일을 완수하기 위한 정보와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지에 있다.
srv@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