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는 주먹',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100일
'말보다는 주먹',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100일
[뒤로 가는 MB정부] '정책'보단 '낙하산 인사'와 '언론 통제'에 바빴다
2008.06.04 08:10:00
'말보다는 주먹',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100일
인수위의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박미석 수석의 논문표절 의혹을 파헤친 국민일보 후속기사의 누락,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국민일보 기사 누락, YTN 돌발영상 외압 논란, MBC <PD수첩> 민ㆍ형사상 소송 추진, EBS <지식채널e> 방송 중단 외압, 방통위의 포털사이트 다음 댓글 삭제 압박,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KBS 정연주 사장 사퇴 종용, 비판언론 대책회의 파문, YTN 구본홍 사장 내정 논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100일간 파문을 일으켰던 언론 '정책'들이다. 이들 사건들을 '정책'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지만 아무튼 '프레스 프렌들리' 정부라더니 언론을 압박하느라 100일간 바쁘긴 바빴다.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의 특징이라면 '말보다는 행동'이라는 데 있다. 지난 100일 동안 이명박 정부는 비판 언론 통제, 방송 장악 논란을 끊임없이 일으켰지만 정작 정부 관계자가 언론 정책과 방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굳이 꼽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 '프레스 프렌들리하겠다'고 말한 것과 신재민 문화관광부 제2차관이 4대 언론학회 합동 학술대회에서 '5공잔재 청산론'을 내놓으며 "언론에 지원도 규제도 하지 않겠다"고 한 정도. '제2의 허문도'라는 악평까지 듣고 있는 신재민 차관은 최근엔 "뉴스를 다루는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언론으로 규제하겠다"고도 말해 광범위한 인터넷 여론 통제를 예고하기도 했다.

거침없는 '낙하산 인사', 그 뻔뻔함

이명박 정부가 가장 '뚝심'있고 '끈질기게' 추진하는 언론 정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낙하산 인사 심기'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탄생의 '일등공신'을 자처하는 '대통령의 형님'이면서 언론정책의 중립성을 '장담'하는 뻔뻔함으로 최시중 씨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힌 것이 그 첫 시작이었다.

그런 그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한 일이라곤 IPTV법 시행령을 KT와 같은 거대사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제정해 중소사업자들의 반발을 산 것을 제외한다면,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을 만나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정연주 KBS 사장 때문"이라며 KBS 사장의 조기 퇴진을 압박한 것 정도다.

하나 더 있다면 이 '외압'의 여파로 사퇴한 '40년지기' 김금수 전 이사장 자리에 유재천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 대표를 보궐이사로 앉힌 것. 최시중 위원장으로서는 유재천 대표의 임명으로 직접 나서지 않고도 보다 쉽게 정연주 사장의 조기 퇴진을 압박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셈이 됐다. 유 대표가 KBS 이사로 확정되면 이사회 내 '반 정연주' 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만큼 '정연주 사장 사퇴권고 결의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방송장악'의 목표는 '전 언론의 방송특보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사장 후임으로 거론하는 김인규 전 KBS 이사, 이미 YTN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구본홍 고려대 석좌교수,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신임 사장 등은 모두 이명박 대선캠프의 언론특보, 방송 특보를 지냈다.

아리랑 TV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였던 정국록 전 진주MBC 사장이 최중 후보 중 한명으로 낙점됐고 이들 방송의 '광고줄'을 좌지우지할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는 이들 '특보'을 대표했던 방송특보단장 양휘부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유력한 상황이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비판 언론 정부 광고 게재 거부로 언론난립 해소?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지난 4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에서는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죽어가는 매체를 살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언론의 난립을 해소하는 문제"라며 "현재 전국에 일간지가 300여 개 , 인터넷 신문은 1000여 개가 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기능을 정상화하는 길밖에 없다.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매체는 자유롭게 퇴출될 수 있도록 하는게 맞다"고 했다.

그런데 신재민 차관의 이어진 행태를 보면 이 발언은 단순히 '신자유주의적 언론정책'을 표명한 것으로 읽히지 않는다. 이후 신 차관이 지난 5월 9일 부처 대변인 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신문과 방송, 인터넷은 물론 지역신문에 대한 관리방안'이란 '정부 광고', '언론-정부 공동 행사' 등이었다. 결국 '비판 언론'의 퇴출을 통해 '언론의 난립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신 차관은 "KBS2TV와 MBC 현 소유구조는 5공 정권에서 탄생했다. 5공 청산의 차원에서 MBC의 소유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5공 잔재 청산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언론난립 해소'야말로 '자율' 이나 '시장' 등 신 차관이 새로이 덧붙인 말만 뺀다면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을 탄압하면서 내놓은 논리와 꼭같다. '5공 회귀적 발언'을 하면서 '5공 청산'이라는 레토릭을 내놓는 영악함이 놀라울 뿐이다.
▲ 신재민 문화관광부 제2차관. ⓒ뉴시스

물론 신 차관의 '5공 청산론'은 이들 방송사를 민영화하겠다는 의지 표명에 다름 아니다. <이데일리>가 입수해 보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세계일류 방송통신 실천계획'에서도 정부 '경영개선', '소유 운영방식의 불분명' 등을 들어 공영방송의 재정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 지분 소유 대상 기업을 3조 미만에서 10조 미만으로 크게 늘린 것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방송사 민영화의 터닦기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방송,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등에 대한 소유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한 데 이어 이달말으로 예정된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사 소유규제 완화 추진을 두고 언론개혁시민연대 문효선 집행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공영방송 민영화 시나리오의 첫 단계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 방송사가 민영화될 경우 어차피 중소규모의 기업 수준에서 인수는 불가능하다. 이번 법제 개혁을 통해 민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의 폭을 넓히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멍청한 누리꾼'이라며 '언론으로 통제'는 왜?

인터넷이 이명박 정부 비판 여론의 진앙지로 부상하면서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다.

신재민 문화관광부 제2차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언론중재법 상 구제 대상이 포함하지 않고 있는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뉴스를 다루는 것은 모두 미디어 범주에 넣어 보도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는 장치를 둬야 한다"고 법 개정 방침을 밝혔다.

신재민 차관은 '포털사이트'만을 거론했지만 "뉴스를 다루는 것은 모두"라고 지적한 것처럼 블로그, UCC 등 '뉴스를 유통하는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지칭한다는 것이 문화관광부의 설명이다. 신 차관은 "신문, 방송, 뉴미디어를 모두 아우르는 법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나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혓다.

신 차관은 "이번 쇠고기 파동 때문에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으나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등 인터넷 사이트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논란의 진앙지로 떠오른 상황에서 굳이 누리꾼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언론'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인터넷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통심의위는 출범 이후 첫 인터넷 게시글 심의 대상을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로 삼아 '이명박 대통령의 인격을 훼손했다'며 '언어 순화 권고'를 내렸다.

이뿐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보다 직접적인 압력을 미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포털사이트 다음 측에 대통령 비판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받고 있는 세무조사도 길들이기 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대부분의 공간을 '언론'으로 관리하겠다는 문화관광부가 누리꾼들의 여론을 '한풀이' 정도로 낮춰보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한겨레21>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의 커뮤니케이션 교육 자료집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누리꾼들을 '멍청한 대중'이라고 지칭하며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다.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하다"고 공무원들을 교육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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