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사학법 논란 땐 '종교계 목소리 들으라'더니
조·중·동, 사학법 논란 땐 '종교계 목소리 들으라'더니
"종교는 정치에 개입하면 안된다"? … "또 말 바꾸기"
2008.07.03 11:28:00
조·중·동, 사학법 논란 땐 '종교계 목소리 들으라'더니
최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 미사를 열어 촛불 시위를 평화적으로 반전시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시국 기도회, 법회 등을 예고하고 있는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에 조·중·동이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신문의 주요 논리는 '종교는 정치에 끼어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2일자 사설에서 "종교인이 복잡한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제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다 발을 헛짚게 되면 종교의 권위는 어찌 되겠는가"라고 했고 <동아일보>는 "본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노무현 정부 당시 일부 기독교 목사 등이 사학법, 국가보안법, 전시작전통제권 등의 사안을 두고 '정권퇴진'을 요구하고 나설 때에는 이런 류의 비판은 일절 하지 않았다. 당시와 지금의 보도 태도를 비교해보면 '말바꾸기'와 '이중잣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무현 퇴진' 운동할 땐 '종교계 목소리 들으라'더니"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2일 "노무현 정부 시절 일부 개신교계와 성직자들은 사학법과 국가보안법, 전시작전통제권 등 정치적 이슈를 놓고 그야말로 '정권퇴진'을 불사하는 격렬한 투쟁을 벌였다"며 "그러나 당시 조·중·동이 이들을 향해 '지금이 독재정권 시절이냐', '반정부투쟁을 부추기는거냐', '성직자는 말 한마디도 신중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을 한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오히려 사학법을 놓고 벌이는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을 자세히 전달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복종 투쟁', '건학이념 지키기' 등으로 미화하고 부추겼다. 또 정부에는 종교계의 목소리를 수렴하라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2005년 12월 10일자 기사.ⓒ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일보>는 2005년 12월 15일자 사설 "사학법 파동,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지나"에서 "지난날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도 종교적 관용을 중시해 온건한 방식으로 주장을 펴왔던 가톨릭 측이 정권 퇴진 운동이라는 극단적 선택도 불사하겠다는 것은 헌정 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읽을 때다.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도전이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학법, 종교계 반발 경청하라'에서 "종교계가 사회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이견을 제시하며 정권 퇴진을 거론한 적은 드물다"며 "그만큼 사학법 독소조항의 폐해가 엄청나다는 것을 설명해준다"고 종교계의 움직임을 두둔했다.
  
▲ <중앙일보> 2005년 12월 15일자 사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2006년 1월 5일 "목사 7000명 '사학법 반대' 구국기도회 연다"라는 기사에서 "종교계는 이미 개정 사학법을 종교 탄압을 초래하는 악법으로 간주한 바 있다"며 "불순한 세력과 권력의 횡포로부터 사학과 자녀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구국기도회 주최 측 멘트까지 전달하며 이들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최근 이 신문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게 제기하는 "종교인이 복잡한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제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다 발을 헛짚게 되면 종교의 권위는 어찌 되겠는가"등의 비판은 찾을 수 없었다. 재향군인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전시작전통제권과 사학법 재개정에 연 대규모 집회를 보도한 2006년 9월 4일자 "향군·한기총 등 대규모 집회"기사도 마찬가지다.
  
▲ <조선일보> 2006년 1월 5일자 기사.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은 "조중동이 필요에 따라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말바꾸기'를 일삼는다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조중동은 종교계의 시국행사에 또다시 이중잣대를 들이대며 이명박 정부의 회개와 반성을 촉구하는 종교인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중동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성직자들의 이런 목소리에 최소한 침묵하는 예의는 지켜야 한다. 조중동은 이 정도의 예의도 갖출 수 없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종교계 깎아내리기에 여념없는 조·중·동
  
  그러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종교계의 시국 행사를 깎아내리려는 이들 신문의 행태는 거침이 없다. 3일에도 <조선일보>는 사설과 칼럼, 인터뷰 기사 등을 동원해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팔면봉'에서 "종교지도자들 '모두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자'. 길 잃은 양에게 제자리 찾아 주는 게 종교의 책무"라고 비난했고,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월주 스님과의 인터뷰에서는 "종교계 촛불을 평화 집회로 바꿨지만 정권퇴진까지 거론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이라는 멘트를 끌어내 비판했다.
  
  이 신문은 김광일 문화부장이 쓴 "신부님, 신부님, 나의 신부님"이라는 칼럼에서는 "신부님, 혹시 서울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 중이신 신부님들과는 잘 아는 사이이십니까? '명박퇴진'이라고 쓴 사자성어가 신부님들의 하얀 제복 앞에 녹색으로 선명하게 떠오르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군요"라고 비꼬았다.
  
  <동아일보>도 이날 허문명 논설위원이 쓴 '성직자의 촛불'이라는 칼럼에서 종교인들의 움직임에 "동의하지 않는 신자도 많을 것"이라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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