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은 '용산 촛불 집회'에 얼마나 나왔나?"
"언론인은 '용산 촛불 집회'에 얼마나 나왔나?"
[토론회] 6월 언론악법 강행 앞두고 자성·비판 봇물
2009.04.28 08:03:00
"언론인은 '용산 촛불 집회'에 얼마나 나왔나?"
"박정희 유신 정권때부터 언론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굉장한 위기감을 느낀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과연 언론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가 최대 위기에 처해있는데 과연 이런 자세로 우리가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정동익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

27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 대강당에서는 언론광장, 전국언론노조, 새언론포럼 등 언론 관련 11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MB정권의 언론 탄압과 민주주의의 위기" 종합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6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언론 관련법을 강행추진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언론인의 태도를 우려하며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언론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정동익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은 "언론인 의식은 깨어있느냐.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언론인들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에도 취재온 언론은 극소수에 불과해 언론악법 관련 이슈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을 반영했다.

정동익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기도는 핵심부의 언론 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착착 진행되고 있고 상당 부분 성공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번처럼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언론악법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각자 얼마나 노력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언론인이라면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고자 현장에서 싸워야한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언론노조에 대해서도 "3번째 파업을 준비하고 있겠지만 지난번 파업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더 전면적이고 노동계와 연대하는 연대 파업으로 강력한 저지선을 구축해야만 승산이 있다"고 꼬집으면서 언론노조 각 지부에 대해서도 "언론악법이 통괴되면 모두 도살될 것을 알면서도 언론노조에서 하는대로 마지못해 따라가는 자세로는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언론광장, 새언론포럼 등 총 11개 언론 단체가 주최한 MB정권의 언론탄압과 민주주의의 위기 토론회. ⓒ프레시안

문화방송(MBC) 논설위원을 맡고 있는 최용익 새언론포럼 회장도 "언론악법은 통과가 되든 안 되든 한국 언론사에서 엄청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언론악법이 통과될 겨우 8월 방문진 이사 전원 교체 등으로 이어져 전부다 넘어간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만약 부분적으로라도 저지한다면 시민사회의 동력은 어느정도 적잖은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용익 회장은 "언론사 노사가, 기자와 PD, 사장·경영진이 똘똘 뭉쳐 단결할 때 그 어떤 압력과 억압도 극복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KBS는 노조 운이 없고, MBC는 사장 운이 없다고 한다"며 언론악법 저지 투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KBS 노동조합과 <PD수첩> 사과 방송을 내보내고 신경민 앵커 교체를 결정해 '정권 굴복' 논란을 일으킨 MBC 엄기영 사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은 "최근 국회 문방위에서 뉴스통신진흥법 같은 경우는 언론 진영이 무대응으로 처리하지 않았느냐"면서 "언론악법 저지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인 대안 제시와 전술을 확립해야 한다. 여론 다양성 수호를 위한 전략, 좀더 거시적인 전략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핵심은 촛불로 번지느냐…언론인이 불씨가 돼"

토론자 대부분은 언론악법 투쟁의 성패는 일반 시민의 동참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판단이 대부분이었다.

정동익 위원장은 "이번 투쟁의 핵심은 촛불이 작년처럼 얼마나 넓고 강력하게 타오르냐에 달려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6월 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시민단체, 네티즌 모든 조직을 포괄해 언론자유 수호 범국민위원회를 시급히 구성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보협 언론노조 한겨레 지부장도 "핵심은 촛불이라고 본다. 5월 1일 노동절부터 6·10항쟁 기념일까지 촛불을 켤 것이다. 언론악법은 그 대중적인 힘으로만 막을 수 있을 것이지 민주당 몇몇 의원과 언론노조 노동자들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토론회에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참석하기로 했으나 지역일정으로 불참했다.

김보협 지부장은 "그러나 객관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미 세 번째 언론노조 파업인데다 100일간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이후 국민들은 식상해할 수 있다. 게다가 언론 억압, 인터넷 탄압 등으로 시민들이 주춤하고 있다. 촛불 시민들은 지난해에 재미있게 했던 일이 잡혀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면서 주춤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언론노동자들이 나서서 불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얼마전 언론노조 결의문에서도 언론 노동자는 구속을 각오하고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면서 "만약 지더라도 역사에 언론 노동자는 이렇게 치열하게 싸웠다는 기록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진보언론을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최용익 회장은 "신문 시장에서 그나마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빈사 상태에 있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토건국가, 경제 제일주의가 극대화 될 것이다. 이들 신문 살리기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도 "여론 독과점은 민주정부 5년을 지나면서 더 심해졌지 개선된 것이 없다. 게다가 지난 1년 2개월간 더 견고해졌고 포털의 폐혜 문제도 더 커졌고 무료신문은 넘쳐난다"면서 "진보언론 살리기 캠페인이 필요하다.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참다운 저널리즘 역할을 하는 언론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매체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논의할 별도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촛불? 언론인들은 연대 투쟁에 나와봤나"

스스로를 'YTN 지킴이'라고 소개한 한 방청객은 '촛불'을 바라는 토론자들의 발언에 일침을 놨다. 그는 "작년과 같은 촛불은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언론에서 종사하는 분들이 용산 미사나 촛불에 얼마나 나왔느냐. 얼마나 연대의 품앗이를 해보았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언론인뿐 아니라 이 땅의 지식인들 모두 마찬가지"라며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일 위해 예약되어 있다고 했다.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 시민들의 투쟁의 자리에 나와서 연대하고 왜 언론악법이 문제인지를 밝히는 발언이라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보던 누리꾼들도 "언론인들은 언론악법의 문제를 못 느끼는 것인지 안느끼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에는 국민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중 언론인 출신은 28명으로 10%에 달한다. 이 땅의 언론인이 진정한 저널리즘으로서의 사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타하는 의견을 냈다.
bluesky@pressian.com 다른 글 보기